작은 동네 그러나 관광지로 손색이 없는 보크(Bourke)에서 며칠 보냈다. 길을 떠난다. 지평선이 보이는 풍경이 또다시 전개된다. 이번 목적지는 430km 떨어진 윌카니아(Wilcannia)로 정했다. 한 시간 정도 운전했을 즈음 도로 주변에 염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야생 염소다. 타조도 보인다. 어미 타조가 여러 마리의 새끼를 돌보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지금까지 도로에서 마주하지 못했던 동물들이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에 윌카니아라는 동네에 도착했다. 일단 허기를 채워야 한다. 캐러밴 서너 대가 줄지어 있는 카페에 들어갔
한국 사람은 물론 동양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 동네에서 10여 년을 살았다. 시골에 있는 집이라 대지가 넓고 집도 크다. 혼자 지내기에는 정원 가꾸는 것을 비롯해 할 일이 많다. 따라서 작은 집으로 이사 해야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 날 우체통에서 발견한 복덕방 전단을 보고 연락해 보았다. 그런데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한 달도 걸리지 않아 집이 팔린 것이다. 이사 갈 곳을 정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캐러밴이 있기 때문이다. 호주를 둘러볼 기회가 주어졌다고 마음을 토
시드니에서 자동차로 3시간 떨어진 북쪽 해안가에 살고 있다. 한국 사람 찾아보기 어려운 동네다. 혼자의 삶이다. 따라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지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럴 때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 유튜브에서 강의도 찾아 듣는다. 지금은 나름대로 혼자의 삶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지인들은 가까운 곳에서 함께 지낼 것을 권한다.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오랜만에 동네 사람들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골프와 낚시하며 지내기로 한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골낚(골프와 낚시)’의
기온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얼마 전까지 가벼운 옷을 입고 지냈는데, 긴팔을 찾는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무의식 속에 한국 겨울에 대한 향수가 있어서일까, 추운 곳을 찾아가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추위를 맞볼 수 있는 지역은 근처에 없다.문득 우리 집에서 1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글로스터(Gloucester)라는 동네가 떠오른다. 가까운 곳이라 몇 번 가 보았다. 겨울이면 눈이 내리기도 하는 배링턴 탑 국립공원(Barrington Tops National Park) 입구에 있는 작은 동네다. 인구는
부담 없이 이곳저곳 끌고 갈 수 있는 자그마한 캐러밴을 가지고 있다. 애지중지 집에만 모셔둘 수 없다. 애완견을 핑계로 산책하는 사람처럼, 캐러밴을 핑계로 집을 나서게 된다. 이번에는 어디로 갈까. 문득 허블우주망원경에 얽힌 이야기가 떠오른다. 엉뚱한 천문학자의 제안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우주 공간에 망원경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에서 뜻밖에 수천 개의 은하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다.나에게도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 그동안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곳을 위주로 다녔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사람
설악산과 동해안에서 한국 풍경에 흠뻑 젖어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호주에서 원했던 목적을 대부분은 달성했다. 설악산을 떠나 서울로 돌아간다.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등산복 차림의 청년 한 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빈 차로 도착한 버스는 두 명의 승객만 달랑 태우고 떠난다. 청년마저도 등산객으로 붐비는 다음 정류장에서 하차한다.손님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버스가 경사와 커브가 심한 도로를 따라 계속 산을 오른다. 버스에서 내려다보는 설악산 풍경이 일품이다. 운전하는 기사도 풍경에 반해서일까. 도로변에 잠시 버스를 세우고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아 양양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배낭 하나 방에 던져 놓고 바다를 찾는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바위들이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작은 백사장이다. 백사장 건너편에 있는 방파제에 사람들이 걷고 있다. 대어를 꿈꾸며 세월을 낚는 사람들도 보인다. 나도 관광객과 하나 되어 방파제를 걸어본다. 동해의 신선한 바람을 온몸으로 들이마신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가을의 수평선이 아름답다. 호주에서와 다름없이 마음을 시원하게 감싸주는 바다를 바라본다. 아담한 백사장도 걸어본다. 젊은 부부가 어린아이와 함께 물장난이 한창이
오늘은 서울을 떠나 동해와 설악산을 찾아 나선다. 한국을 방문하면 한적한 지방에서 민박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이러한 나의 계획을 안 지인이 동해안에 있는 콘도를 권한다. 회원권이 있다고 한다. 가는 날은 지인이 자동차로 데려다주는 친절까지 보여주었다. 소박하게 지낼 생각이었던 나의 계획은 지인의 호의에 무너지고 호사스러운 숙소를 전전하며 지내게 되었다.속초로 가는 날은 가을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선선한 날씨다.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수많은 산이 도로를 에워싸기 시작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높고 낮은
호주에는 봄기운이 가득하다. 호주를 대표하는 꽃, 골든 와틀(Golden Wattle)이 산하를 노란색으로 뒤덮기 시작하는 봄이다. 지난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비도 많이 내렸다. 그러나 내가 사는 동네는 따뜻한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다. 눈이 내리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래도 체감온도는 낮다. 따뜻하다는 이유로 난방시설이 빈약하기 때문이다.항공사에서 정기적으로 오는 이메일을 열어본다. 내년부터 마일리지 적립이 줄어든다는 내용이다. 마일리지가 없어진다니, 아까운 생각이 든다. 특별히 한국에 갈 일은 없다. 그러나 마일리지를 사용
예푼(Yeppoon)을 떠나 집으로 향한다. 호주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퍼시픽 하이웨이(Pacific Hwy)를 타고 남쪽으로만 가면 집에 도착한다. 여행 시작할 때 퍼시픽 하이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왔기에 한 번 지나쳤던 도로다. 집까지는 이틀 이상 운전해야 하는 먼 길이다. 어디선가 지내며 가야 한다. 번다버그(Bundaberg)라는 도시에서 머물기로 했다. 적당히 운전해 도착할 수 있는 이유도 있지만,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해안 도시이기 때문이다. 도로에는 캐러밴을 끌고 가는 자동차가 많다. 주로 나이 든 부부가 운전석에 앉아
볼거리도 많고 자부심도 강한 작은 동네 윈톤(Winton)을 떠난다. 또다시 지평선이 펼쳐지는 도로가 계속된다. 산이 많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숲은 전혀 보이지 않는 지평선이다. 가축 사육과 밀 농사를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초목이다. 끝이 보이지 않도록 넓은 지역을 개간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지평선을 가로지르며 두어 시간 운전해 롱리치(Longreach)라 불리는 도시에 도착했다. 시내 한복판에는 주차할 장소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으로 붐빈다. 높은 빌딩이 보이지 않는 것만 제외하면 여
호주 대륙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동네, 카무윌(Camooweal)에서도 하루만 묵고 길을 떠난다. 카무윌은 여행객에게 휘발유도 보충하면서 잠시 쉬어 가기에 좋은 곳이다. 그러나 특별한 관광지는 없다. 어제 함께 석양을 바라보았던 부부에게 손을 흔들며 야영장을 빠져나간다. 여행에서는 가벼운 만남과 이별을 수시로 하게 된다. 따라서 이별의 아쉬움이 마음 깊은 곳에 남는 경우가 드물다.지난 3일간 1,500km를 정신없이 운전했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다음 목적지는 클론코리(Cloncurry)다. 이곳에서 300
캐서린(Katherine)에서 멋진 풍광과 온천욕을 마음껏 즐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안주할 수 없는 여행객이다. 지금부터는 온천이나 폭포를 기대할 수 없는 내륙 깊숙한 곳으로 떠날 시간이다. 흙먼지 휘날리는 황량한 환경이 기다릴 것이다. 호주의 배꼽이라고 불리는, 호주 대륙 한가운데 있는 도시 앨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를 목적지로 정했다. 가는 길에 두어 번 쉬었다 가야 하는 먼 거리에 있는 도시다.일상이 된 여행길에 다시 오른다. 호주 대륙을 남과 북으로 관통하는 스튜어트 고속도로(Stuart Hwy)
다윈(Darwin)을 찾은 관광객 대부분은 리치필드 국립공원(Litchfield National Park)과 카카두 국립공원(Kakadu National Park)도 관광한다. 다윈에서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볼 것이 많은 국립공원이기 때문이다. 리치필드 국립공원은 이미 둘러보았다. 다음 목적지는 당연히 카카두 국립공원이다.카카두 국립공원은 남한 면적의 20% 정도 되는 큰 공원이다. 따라서 험한 오지를 찾아다니는 여행객을 위한 크고 작은 야영장이 곳곳에 있다. 그러나 외진 야영장에서 지낼 자신이 없다. 문명(?) 생활을 어느 정도
황량한 들판에 야영장 하나 덩그러니 있는 테이블랜드(Tableland)에서 두 번째 아침을 맞는다. 저수지 쪽을 쳐다보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새가 떼를 지어 하늘에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흔히 볼 수 없는 특별한 광경이다. 그러나 오늘은 떠나는 날이다. 새들의 공연을 즐길 여유가 없다.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조금 바쁘게 하루를 시작한다.다음 목적지는 레너 스프링(Renner Springs)에 있는 야영장으로 정했다. 무리하지 않고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다. 거리를 보니 300km가 조금 넘는다. 지평선만 보이는
내일은 바닷가 마을 카룸바를 떠나 호주 내륙으로 들어간다. 노던준주(NT) 주도 다윈(Darwin)을 목적지로 정했기 때문이다. 다윈까지 거리를 알아보았다. 포장된 도로를 따라가면 2,300km 정도다. 그러나 비포장도로를 택하면 1,800km 정도 운전하면 된다. 거리가 500km 가까운 비포장도로를 택해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쉴 수 있는 마을을 찾아보니 버크타운(Burketown)이라는 동네가 눈에 뜨인다. 서너 시간 운전하면 갈 수 있는 동네다. 아침에 일어나니 구름 한 점 없이 날씨가 청명하다.
어제 많이 걸었다. 피곤한 덕분에 잠에 푹 빠져들었다. 그래서일까, 산속에서 맞는 아침이 싱그럽게 다가온다. 지인이 끓여준 커피 향도 여느 때와 다르다. 매일 아침이 오늘과 같다면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지인을 찾아온 사람을 만났다. 오래 전에 독일을 떠나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동네를 다니며 궂은일을 하는 핸디맨(handy man)이다. 젊어 보인다고 하니 노인 연금을 받을 나이가 넘었다고 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인다는 말도 덧붙인다. 산과 물이 좋은 곳에서 자유로운 삶을 지내기 때문이라
낯선 산속에서 새소리에 잠을 깬다. 어젯밤 내리던 비는 아직도 간간이 떨어지고 있다. 여름이지만 서늘한 기운이 몸을 파고든다. 깊은 계곡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 얼굴을 씻는다. 상쾌하다. 상추를 곁들인 빵과 잼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오늘은 이곳저곳을 혼자 돌아볼 생각이다. 일단 관광객이 찾는 국립공원을 목적지로 정했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이다. 도로를 관리하지 않아 웅덩이가 많이 패어 있는 비포장도로를 조심스럽게 운전한다. 관광객이 이용하는 국도를 만났다. 도로를 따라 산으로 들어가니 나이트캡 국립공원(Nightcap National
호주의 뉴사우스 웨일즈(New South Wales)와 퀸즐랜드(Queensland)주 경계선에 님빈(Nimbin)이라는 작은 동네가 있다. 이 동네에 특별한 관광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유적지가 있는 곳도 아니다. 그러나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특히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 배낭족들이 많이 찾는 동네다. 흔히 이야기하는 집시풍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 있는 호주 사람 대부분은 자그마한 동네, 님빈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다. 님빈에 거주하는 사람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가보고
요즈음 호주 시골에 살기 때문에 좋은 점이 있다. 주위 사람들도 우리 동네에 사는 것이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나눈다. 유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마스크 쓴 사람을 보기 어렵다. 비교적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누린다. 물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그러나 대도시와 비교할 정도의 불편함은 아니다. 이러한 시골이지만 사람들 마음 한구석에 자그마한 불안감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얼마 전에 가까운 타리(Taree)라는 동네에 있는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