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마차를 타던 시절엔 커다란 휠이 필수적이었습니다. 포장도로 개념이 없던 당시 흙과 돌, 길게 자란 풀이 가득한 길을 달려야 했으니까요. 게다가 비라도 내리는 날엔 도로 곳곳 웅덩이가 가득했을 겁니다. 바퀴가 클수록 장애물을 넘기에 유리하니 마차의 휠은 모름지기 커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초창기 자동차들도 큰 휠을 달고 있습니다. 도로 정비보다 자동차 발명이 먼저였기 때문입니다.반면 지금은 작은 바퀴로도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로는 평평해졌고, 그 위엔 아스팔트가 깔렸습니다. 이제 휠이 커야 할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 1856-1924)’의 유명한 말입니다. 그의 주장은 디자인의 목적이 기능에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오늘날의 전기차 디자인을 보면 기능을 형태로 반영한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전기차는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진부한 클리셰를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에선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가장 먼저 보이는 차이는 ‘라디에이터 그릴’입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엔진 열을 식히고, 연소에 필요한 공기를 흡입하
자동차 업계는 엔진 소리를 꾸준히 연구해왔습니다. 그동안 소리를 줄이려는 연구와, 키우려는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시동이 걸린 지도 모르게 조용한 차가 있는 반면, 굉음을 내는 차를 보며 눈살을 찌푸려본 경험도 다들 있으실 겁니다. 오늘은 엔진에서 나는 소리를 주제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자동차에서 소리의 역할은 다양합니다. 먼저 소리는 엔진의 상태를 말해줍니다.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소리도 일정합니다. 반대로 자동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릴 때 우린 정비소를 찾죠. 정비사들은 소리로 원인을 진단하며, 소리 덕분에 분해하지
자동차와 숙박의 합성어 ‘차박’. 차박은 몇 달째 자동차 시장의 큰 화두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SUV 판매량이 늘어난 이후, 차박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SUV와 RV 판매량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52.3%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작년 수출 비중에서도 SUV가 2019년 대비 7.9% 오른 71.8%로 확대되었죠. SUV와 RV 판매량이 늘자 차박 접근성이 용이해졌으며, 차박에 필요한 용품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특히 차박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어느 때보다 반려동물 인구가 많아진 요즘입니다. 2019년 호주의 ‘Animal Medicines Australia’는 ‘Pets in Australia’라는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호주의 반려동물 수는 약 2,900만 마리로 호주 인구보다 많은 숫자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또한 호주 가정의 61%가 반려동물을 키워 세계 최고 수준의 비율을 보이기도 했죠. 한국도 반려동물 인구가 늘었습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둔 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
이따금 첫 운전면허를 따던 날이 떠오릅니다. 왼손으론 스티어링 휠을 잡고, 오른손으론 수동 변속기를 조작했죠. 1단에서 2단, 2단에서 3단, 기어봉을 열심히 움직여야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기어봉을 잡는 일 자체가 줄었습니다. 수동 변속기가 대부분 자취를 감추기도 했고, 자동 변속기는 ‘D’에 놓으면 추가로 만질 일이 거의 없으니까요. 그 덕에 양손으로 스티어링 휠을 잡고 이전보다 정교하게 운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기어봉 대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있을 수도 있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생각해봅니다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은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은 물론, 일상에 활력까지 더해주죠.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도 각기 선호하는 휘발유가 있습니다. 어울리는 휘발유를 넣을 때 자동차는 온전한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휘발유는 옥탄가(octane rating)를 기준으로 종류가 나뉩니다. 한국에선 고급휘발유(이하 고급유)와 일반휘발유(이하 일반유)로, 호주에선 Unleaded 91부터 98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고급유의 필요성은 그동안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고급유 세팅 차에 일반유를
국제 유가가 올랐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마침 계기판을 보니 기름도 바닥입니다. 분명 전기차의 시대가 온댔는데, 현실은 기름값에 한숨만 늘어갑니다. 내 차는 기름 없이 앞으로 가질 못하고, 주변에서도 전기차 타는 사람은 손에 꼽으니 말입니다. 아마 자동차가 기름으로 달린다는 공식은 향후 몇 년간 유효할 것 같습니다. 자동차에 쓰이는 기름으로는 휘발유와 경유가 대표적입니다. 가솔린엔진(이하 가솔린)엔 휘발유가, 디젤엔진(이하 디젤)엔 경유가 사용됩니다. 그럼 나한텐 어떤 엔진이 어울릴까요?가장 간단한 방법은 주행거리로 고르는 것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한해를 찬찬히 복기해봅니다. 영화 과 가수 BTS가 이뤄낸 반가운 소식도, 호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산불 피해로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브렉시트(Brexit)와 미국 대선 같은 역사적인 사건들도 기억납니다. 아직도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기도 했죠. 그러고 보면 올해도 참 다사다난했습니다. 자동차 시장에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단연 코로나19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바이러스의 발원지 중국 우한시에 위치한 여러 자동차 공장은 당시 큰
자동차가 움직이는 데 가장 중요한 부품은 무엇일까요?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 엔진 힘을 바퀴로 전달해주는 변속기? 3만여 개의 부속 중에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겠지만 저는 타이어를 고르고 싶습니다. 타이어가 없으면 자동차는 굴러갈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도로에 닿는 건 손바닥 4개 크기 타이어뿐이니 말입니다.그래서 더 나은 품질과 성능을 위해 여러 타이어 브랜드가 생겼습니다. 미국의 ‘굿이어(Goodyear)’, 이탈리아의 ‘피렐리(Pirelli)’, 일본의 ‘브릿지스톤(Bridgestone)’ 등 여러 회사가
바야흐로 SUV 시대입니다. 넓은 실내와 적재공간, 탁 트인 시야 등 세단에서 누릴 수 없는 많은 장점 덕입니다. 소비자가 열광하니 브랜드들도 SUV 개발에 열심입니다.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SUV 라인업을 만들고, 도심에서 타기 좋은 CUV, 쿠페형 루프라인을 가진 SAC 등 여러 변종도 많아졌습니다.실제로 국제 에너지 기구(IEA)의 세계 에너지 투자 보고서(World Energy Investment, 2020)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차 중 SUV가 40%를 넘었다고 합니다. 한때는 짐차라며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어느새
미러리스 카메라는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거울로 상을 반사해 촬영하는 DSLR 카메라는 두껍고 무거웠던 반면, 작고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에 전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18년엔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량이 사상 최초로 DSLR 카메라 판매량을 넘기도 했습니다. 당해 일본에서 판매된 DSLR 카메라는 약 43만 대였던 반면, 미러리스 카메라는 약 53만대가 팔렸습니다.이러한 미러리스 열풍이 자동차에도 불고 있습니다.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왔습니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후사경(後寫鏡)’이란 단어를 들
어릴 적 장난감 자동차를 자주 가지고 놀았다. 그 차 뒤엔 항상 커다란 날개가 달려있었다. 고사리 같은 손 위에서 자동차는 온 하늘을 쏘다녔다. 당시만 해도 날개 달린 차가 하늘을 나는 건 당연한 일이라 믿었다. 만화영화 속에선 분명 그랬으니까. 어른이 되면 날아다니는 차를 꼭 탈 거라고 다짐했다. 설레는 상상과 함께 잠이 들곤 했다.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다. 차는 아직도 날 수 없었다. 기술은 되는데 사는 사람이 없다나. 법규와 규정이 미흡하다나. 어른들의 세계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그래도 차에 달린 날개는 여전했다. 경주용 레
우리 삶에서 몸을 쓰는 일이 갈수록 줄고 있다. 수동이던 세상이 자동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자동차 변속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수동에서 자동으로, 변속기의 지대한 변화는 자동차사(史)에 한 획을 그었다. 변속기가 바뀌니 페달 개수도 달라졌다. 클러치가 사라지고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 둘만이 남았다. 클러치를 바삐 밟던 날들을 뒤로한 채 곡소리 내던 우리네 왼발도 잠잠해졌다. 이쯤 되면 자동 변속기 발명가는 인류를 구한 게 아닐까 싶다.하지만 자동 변속기 차를 타면서 양발로 운전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왼발을 브레이크에,
숱하게 들었던 질문이다. 하긴 문이 위로 열릴 이유가 없다. 건물이든 자동차든 문은 옆으로 열려야 정상이다. 하지만 모든 문이 옆으로 열리면 세상이 얼마나 재미없을까. 늘 참신한 걸 고민했던 인류는 문이 위로 열리는 차를 개발했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열린 모양이 나비를 닮아 붙여진 ‘버터플라이 도어(Butterfly door)’, 갈매기 날개를 닮은 ‘걸 윙 도어(Gull-wing door)’, 가위 같다는 ‘시저 도어(Scissors door)’ 등 모양과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문을 위로 열게 된 첫 사연은 안전 때문이
BMW가 최근 로고를 바꿨다. 기존의 것을 쓴지 23년 만이다. 새 로고는 필요한 것만 남긴 투명한 실루엣이 인상적이며, 3D에서 2D로 달라진 것도 눈에 띈다. 비단 BMW만이 아니다. 미니(Mini), 폭스바겐(Volkswagen)에 이어, 몇 주 전엔 기아(KIA)까지 새 로고를 공개했다. 새로운 로고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단지 평평해졌을 뿐이다.그럼 왜 기업들은 멋진 3D 대신 2D 로고를 쓰는 걸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평평한 로고가 디지털 시대에 더 적합해서다. 현재 우리는 많은 시간을 모니터 앞에서 보낸다. 공
‘자동차의 나라’를 한 곳 뽑는다면 어디일까? 컨베이어 벨트가 처음 도입된 미국, 한 땀 한 땀 장인정신이 스며든 영국, 고성능 스포츠카들이 태어난 이탈리아. 자동차는 수많은 곳에서 제작됐지만 그중 하나만 꼽으라면 다들 독일을 고른다. 문득 궁금해진다. 왜 우리는 독일 하면 자연스레 자동차를 떠올리고, 독일차를 세계 최고로 여기는 걸까?인류 최초의 자동차는 태엽으로, 이후 증기기관으로 움직였다. 자동차가 지금처럼 기름을 태우며 달린 건 독일에서부터였다. 1885년 발명가 ‘칼 벤츠(Karl F. Benz)’의 세계 최초 4행정 내연
과거 부의 상징이었던 자동차는 이제 창밖만 내다봐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흔해졌다. 하지만 대당 개발 비용만 수억 달러에 달하고 공학, 미학, 경영학 등 각 분야가 머리를 맞대어 만들어야 할 만큼 복잡하기도 하다. 그래서 자동차를 알면 산업이 보이고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다. 개인 블로그를 통해 자동차를 연구 중이며, 한국에서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도로교통안전관리자, 자동차진단평가사 등 자격을 갖고 있는 김진호 자동차 칼럼니스트의 글을 매달 한차례씩 게재한다(편집자주) .작년 말 호주 NSW주는 세계 최초로 ‘운전 중 휴대전화 사
전례 없는 사상 최악의 호주 산불은 몇 달간 큰 피해를 주었다. 인명과 생태계에도 피해가 컸지만 연소로 인해 발생한 대량의 이산화탄소도 적잖이 문제였다. 이번 산불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총 4억여 톤으로 호주 1년 평균 배출량의 2/3에 달하는 양이었다. 산불로 인해 숲의 면적(약 1천만 헥타르)이 줄어들어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어들고 산소 발생량도 감소할 테니 피해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환경 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또 한 가지가 있으니 바로 자동차다. 자동차는 발명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