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멜번, 퍼스의 생활비가 뉴욕이나 런던보다 높다고 한다. 호주달러의 초강세로 고(高)환율 상태가 유지되고 임대비는 비싸고 전기세도 스멀스멀 오르고 있고 주택비도 과대 평가돼 있다. 이제 시드니는 살기에도 힘들고 사업하기에도 어려운 도시가 됐다고 한다. 지난 11일 발표된 미국의 인력자원 컨설팅업체 머서(Mercer)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살기에 가장 비싼 도시는 도쿄인 것으로 밝혀졌다. 머서의 발표는 해마다 전 세계 214개 도시를 대상으로 생활비를 지수화한 종합평가로 다국적 기업과 정부 해외주재원의 임금과 생활보조금, 복지정책에 참고 자료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외국인이 지내기에 비싼 도시 순위 10위권 이내에는 2위 아프리카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 3위 오사카에 이어 모스크바,
대양주 최고의 미인을 가리는 ‘2012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5년 만에 부활해 한인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총 참가자 8명 중 인기상을 먼저 발표하고, 진선미를 위해 3명을 추린 다음 그 중 미, 진, 선 차례로 호명했다. 한국 본선 무대처럼 박진감이 넘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호명된 3명을 바라보며 관객들은 ‘과연 누가 진으로 선발될까’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졌다. 그런데 이 3명 중 가장 먼저 발표된 ‘미’의 최희선 양이 무대 위에서 히트(?)를 쳤다. 왕관과 견장을 받을 때부터 얼굴이 표정이 별로 안 좋더니 진과 선이 발표된 후 차례로 가진 인터뷰에서 “최희선 양,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라고 묻는 사회자에게 “기분 별로인데요”라고 답했다. 약간 당황한 사회자가 “앞으로 대양주 ‘미’로
여러 사람들의 소리가 하나로 모아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합창의 세계. 지난 19일 채스우드 소재 콘코스 콘서트홀에서는 ‘시드니세계평화아트-다문화합창페스티벌’이 열렸다. 총 8개팀이 무대 위에 올라 저마다 진지하게 혹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원래 이 합창제의 취지는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같은 무대에서 합창으로 하나되고 마음을 나누며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공연장에 일찍 도착한 나는 사진도 찍을 겸 드레스 리허설을 보기로 하고 관객석에 자리를 잡았다. 한팀씩 이어지는 리허설이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됐는지 원래 시작하기로 한 7시보다 30분 늦춰져 7시 30분에 공연이 시작됐다. 그래도 공연에 참가하는 사람이나 관객이나 누구도 이를 불평하지 않았다. 아마 관객 중
최근 읽고 있는 책 중 하나가 ‘아프니까 청춘이다’이다. 이 책은 수많은 청년들을 따뜻하게 위로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을 포함해 총 42편의 격려메시지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지난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이라고 하길래 내 나이가 비록 청춘은 아니지만 호기심에 이끌려 이 책을 구입했다. 그러나 솔직히 ‘뭐 다 그렇고 그런 자기계발서 아니겠어?’라고 생각하며 대한민국의 불안한 미래를 가진 수많은 대학생들에게 한 명문대 교수가 던진 조언 정도로만 알아 들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바쁜 이민 생활 속에서 삶의 자신감을 점점 잃어가는 나 자신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을 느꼈다. ‘문이 아무리 많아도 열지 않으면 그냥 벽이야. 되도록 많은 벽을 두드리고, 되도록 많
중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탈북자 북송반대’에 대한 바람이 거셌던 이유는 지난 2월 탈북자 강제 북송을 중단하라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31명의 탈북자를 체포한지 보름 만에 전격 북송했기 때문이다. 톱스타 차인표 씨와 20여명의 연예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들을 보호해달라’며 종로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눈물의 호소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들이 움직인 탓인지 한국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2월 12일에 중국 공안에 체포된 31명의 탈북자 중에는 5세 어린이를 비롯해 미성년자와 노인도 포함돼 있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수가 탈북한 경우였다. 김정은이 “김정일 사망 애도 기간에 탈북한 사람은 3대를 멸하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그냥 열심히 했을 뿐인데 돈이 따라오고 성공하게 됐다” “하루하루 성실히 일하다 보니 길이 보였다” “일은 즐기는 것이지 억지로 하면 안된다. 우선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뭔지를 찾아라” 한 분야에서 최고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평범한 우리가 귀담아 듣기에는 어쩐지 맥 빠지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스시음식점에서 일하는 경북 구미에서 온 청년 두 명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특성화 고등학교 출신으로 지난해 인턴십 과정에서 시드니에서 몇 개월 일해본 후 한국으로 갔다가 고등학교 졸업 후 다시 시드니로 건너온 경우이다. 워킹 홀리데이비자를 취득하고 안정적이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이들은 시종일관 일하면서 뭔가 ‘신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에너지
주시드니한국문화원(원장 이동옥)이 지난 4일 첫번째 생일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솜털 숭숭 나고 젖비린내 솔솔 나던 아기가 목도 가누고 앉기도 하며 점점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우선 1년 동안 문화원을 잘 자라게 해준 엄마, 아빠, 누나, 형 역할을 열심히 한 직원들께 감사드린다.원래 프로젝트나 행사가 보기에 근사해 보일수록 무대 커튼 뒤에 가려져 일하는 사람들은 몇 배 더 고생하는 법이다. 호주에 한국을 알리는 일이 쉽지 만은 않기 때문에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생산하고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문화(文化, culture)라고 하면 사람들은 음악, 미술, 문학, 연극, 영화와 같은 예술 분야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런 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본인이 문화 생활과 동떨어져 있다고
이미지를 먹고 사는 배우들이 입양아를 키우는 것에는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입양가정에 동질감을 주고 용기를 줄 수 있다.최근 배우 차인표가 SBS방송의 한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두 딸의 입양 사연을 공개한 것이 화제였다. 아들을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던 차인표, 신애라 부부는 2005년 예은이를 공개 입양했고 2007년에는 예진이를 공개 입양했다. 그는 “낳아준 엄마, 기르는 엄마 이렇게 엄마가 둘이란 걸 아이들도 이제 안다. 아내는 아이들을 재울 때 항상 낳아준 엄마를 위해 기도하라 한다”고 말했다. 인기 미국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로 스타반열에 오른 여배우 캐서린 헤이글은 2009년 9월 한국에서 딸 네이리 문을 입양해 키웠다. 캐서린이 유독 한국에 유대감을 가지고 딸까지 입양한
요즘은 어느 집을 가나 컴퓨터 게임이 있듯이 내가 어렸을 때는 어느 집을 가나 바둑판 혹은 장기판이 있었다. 내가 어릴 적 우리 할아버지는 한 손에 바둑책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바둑을 두시다가 갑자기 나를 무릎에 앉히시고 흑돌이나 백돌 중 아무거나 내가 원하는 것을 먼저 집으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너 하나 나 하나 두는 거야”라며 돌을 모눈종이처럼 생긴 바둑판 위에 일렬로 올려 놓으라 하셨다. 이렇게 바둑은 할아버지가 손녀와 놀아줄 수 있는 유일한 오락 도구가 됐다. 내가 좀 컸을 때는 오목을 가르쳐 주셨다. 할아버지는 나보다 실력이 월등했으므로 금방 앞뒤 막힘 없이 줄줄이 4개의 돌을 두셨다. 내가 토라져 울음보를 터뜨리기 직전이 되야 슬슬 져주셨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할아버지를 이겨먹는 것이 즐
마치 옛 앨범에서 20년 전 학창시절 풋풋한 엄마 사진을 본 듯했다. 1991년이 찍혀 있는 호주동아를 본 순간 ‘아’ 하는 탄성과 함께 반가움과 묘한 기분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현 호주동아일보의 기자로써 마치 엄마의 젊은 모습을 엿본 것 같아 살포시 웃음도 났다.취재하다 우연히 호주한인바둑협회의 옛날 자료 파일 속에 묻혀 있는 1991년 2월 8일자 제48호 호주동아를 발견한 것이다. 조심스럽게 신문을 펼쳐봤더니 접힌 부분은 더욱 노랗게 변색됐고 총 8면으로 편집돼 있었다.우선 눈에 뜨인 것은 글자체로 지금과 판이하게 달랐고 전부 흑백으로 기사 제목에는 한자도 섞여 있었다. 1면 톱기사는 ‘상사주재원 자녀 등록금 혜택 철회’로 상사주재원 자녀들에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음악실에는 오르간 말고도 멋진 피아노가 있었고 피아노 겉면에는 ‘OO건설 증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 학부형 중 누군가가 OO건설의 중역이었던 것 같다. 어린 나는 ‘증정’이라는 한자가 낯설어 OO건설이 건물 짓는 일 이외에도 피아노를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어두컴컴했던 음악실에 위풍당당하게 놓여 있던 까만색의 매끄러운 표면의 피아노가 OO건설의 이름과 같이 떠오르는 걸 보면 꽤나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현대자동차 호주판매법인(법인장 이인철)과 존 알렉산더 연방 하원의원의 합작품인 ‘현대베네롱탁구후원프로그램’은 호주의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폰서십이라는데 멋진 의의가 있다. 탁구대, 운동복, 탁구공과 라켓에 새겨진 현대자동차의 로고를 보면서 학
21일 한국으로 귀국한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의 김영수 초대원장은 문화원을 태동시킨 장본인으로 지난해 4월 4일 개관 전부터 지금까지 열과 성을 다해 일해 그 결과 2011년 시드니한국문화원은 신생임에도 전 세계 문화원들 중 우수 문화원으로 뽑혔다.지난 15일 김 전 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하는 일은 무엇이든 쉬운 것이 없는 법이고, 선례가 없기 때문에 난관에 봉착하면 막막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문화원은 영화제, 공연, 전시, 교육 등을 통해 한국 현대문화와 전통문화를 호주에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고 좋은 평가와 실효를 거두고 있다.짧은 인터뷰에서 김 전 원장은 “난 개인적으로 한류라는 말이 그리 탐탁지 않다. 한류는 왔다 간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확실한 건 호주는 이제 한류가 점화단계를 끝내고
그가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기인(奇人)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공항에서 만난 송창식 씨는 얼굴빛 좋고 항상 웃는 상을 지닌 맘 좋은 아저씨 같았다. 잠깐 눈동자가 반짝하더니 어린애 같은 호기심 가득 찬 얼굴로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나 빨리 가야 해. 운동해야 해” 그런다. ‘운동? 무슨 운동? 오페라하우스 옆 보타닉 가든에서 한바퀴 뛰시려나? 그나저나 비행기 10시간 타고 와서 무슨 운동?’ 나는 의아했지만 의문을 풀 시간도 없이 차에 같이 올라탔다.‘날씨가 너무 좋다, 서울은 춥다, 시드니 공항은 생각보다 작고 혼잡하다’ 등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김세환 씨가 슬며시 묻는다. “저… 틀림없이 큰방을 구한거죠? 5mx5m 공간은 나와야 하는데”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건강을 잃었다.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덕분에 정초부터 한 해의 시작이 산뜻하지 못했다.?지난해 말 한국에 가면서 가톨릭성모병원에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미리 예약했다. 호주에 오기 전에 했으니 꼭 6년만이었다. 그런데 결과에서 건강에 안 좋은 부분이 발견된 것이다. 미리 발견했으니 고마운 일인지 아니면 왜 몸을 미리 잘 챙기지 못했을까 후회해야 하는 것이지 그것조차 혼돈스러웠다.그날 이후,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말 새해에는 건강검진을 꼭 받으세요”라고 말하고 다닌다. 그런데 이외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나쁜 결과가 나오면 어떡하나?”며 이것이 두려워 검진을 받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증상을 보일 때는 이미 늦다. 건강할 때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또는 만성질병의 위험인자들을 미리 찾자는
기자 생활하면서 호주 정치인들을 만나면 귀가 따갑게 듣는 것이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이다. 지난 3월 NSW 주정부의 집권당이 바뀌면서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하다.??타문화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는 다문화주의 정신. NSW주만해도 183개국에서 온 사람들이 200가지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호주가 이런 다인종 이주민국가의 운명이다보니 만약 호주사회 안에서 서로의 문화 차이를 존중하지 않는 일이 생긴다면 문화충돌, 인종갈등 등 갖가지 문제들이 생겨나 정부는 물심양면으로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호주 정치인들이 기회가 될 때마다 다문화주의를 외치는 모습이 때로는 무미건조하게 들리고 진정성이 결핍돼 보일 때도 있다.??흔히 이민자가 주를 이루는 나라의 다문
“왜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모두 검은색 옷을 입죠?”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면 정말 안 되는 건가요?” 클래식 공연을 보러 온 초보 관람자들이 늘 궁금해 하는 것이다.지난 24일 러시아계 피아니스트인 예브게니 키신(Evgeny Kissin)이 시드니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키신은 ‘신동’을 사랑하는 한국 팬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로 올해 40세가 됐음에도 한국인들은 여전히 ‘12세의 곱슬머리 귀여운 소년 키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있다.호주 방문이 처음인 키신을 보기 위해 호주인들은 오랜 기다림의 갈증 해소라도 하듯 티켓은 이미 동이 난 상태였고, 공연 당일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의 객석은 입추의 여지없이 빽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