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아 양양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배낭 하나 방에 던져 놓고 바다를 찾는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바위들이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작은 백사장이다. 백사장 건너편에 있는 방파제에 사람들이 걷고 있다. 대어를 꿈꾸며 세월을 낚는 사람들도 보인다. 나도 관광객과 하나 되어 방파제를 걸어본다. 동해의 신선한 바람을 온몸으로 들이마신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가을의 수평선이 아름답다. 호주에서와 다름없이 마음을 시원하게 감싸주는 바다를 바라본다. 아담한 백사장도 걸어본다. 젊은 부부가 어린아이와 함께 물장난이 한창이
호주는 TV 드라마가 거의 없는 나라다. 특히 한국과는 비교조차 않된다. 잘 모르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TV 드라마가 가장 많은 나라인 듯 해 보인다. 몇 안되는 호주 드라마 중에서 ‘네이버(The Neighbours)’는 호주는 물론 영어권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네이버를 통해서 세계적인 대형 가수 카일리 미노그와 배우 제이슨 도노반이란 빅스타도 탄생했다. 거의 40년동안 이어져온 네이버는 아쉬움을 남긴채 올해 중반 종영됐다. 7월 종영된 네이버의 마지막회는 최소 90만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차에 이번 주 네이버의
성경은 방대하지만 메시지는 간략하고 간단합니다. 한 마디로 예수님의 선포 ‘회개하라!’입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1,15)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말하면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회개하라’의 마지막 종말론적인 말은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뜻의 “깨어 있어라!”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간 중심세계관에서 우주 곧 자연중심적인 세계관으로 확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모두 정말 ‘뭔가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진화론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구
가톨릭교회에서는 11월을 위령성월(慰靈聖月)로 정해서 세상을 떠난 분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나이 들면서 주위의 아는 분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지켜보며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를 생각하게 된다. 대구 교구청 성직자묘지 입구 문의 양쪽 기둥에는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HODIE MIHI, CRAS TIBI)라는 뜻의 라틴어가 붙어있다. 글의 의미는 시간과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서 존재하지 않고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으니 그 중간인 현재, 오늘을 소
그 동영상은 처음화면부터 나의 호기심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 동안 모국의 위상이 각 분야에서 세계인의 관심 속에 특히 K-Pop, K-Food 등 K로 시작되는 한국의 문화가 큰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늘 나는 동영상에서 그 실상을 목격하게 되어 퍽이나 감격하게 되었다. 모국이 선진국대열에 들어서게 되니, 호주의 한 초등학교에서까지 ‘한국의 날’ 로 정해 어린 학생들에게 한국문화 체험에 동참할 기회가 주어진 건 퍽이나 고무적이라 생각된다. 동영상에서는 시드니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국의 날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Have your say.” 알다시피 문장 그대로 번역하면 “할 말을 하세요”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뜻하는 바는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뉘앙스가 조금씩 다를 수 있겠다. 영미인들은 어려서부터 교육과 사회풍토 덕택인지 모임에서나 여러 사람 앞에서 이유 있는 지적, 불평, 이의, 의견, 주장, 제의, 질문 등을 서슴지 않고, 그러나 부드럽게 잘한다. 물론 그렇지 않거나 못하는 예외적인 사람도 더러 있다. 여기 대학 학부에 가 공부를 해봐 본건데 어떤 외모가 잘 생긴 여학생 하나는 한 학기 내내 질문 한번 안하고 입을 다물고
2019년 11월 14일 멜번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으니 이제 3년이 되었다. 경기도 화성시와 주민들이 기금마련에 정성을 모았고 빅토리아 한인회도 물심양면으로 힘을 합친 결과이다.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해방 이후 50년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부모님 곁으로 가지 못하고, 아픈 몸과 마음을 달래가며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갔던 그들의 삶을 생각하면, 오늘을 사는 우리의 가슴이 미어진다. 딱 한 번 밖에 살아 볼 수 없는 인생이기 때문에 할머니들의 심장은 까맣게 타서 신음하신지 벌써 오래다. 이미 많은 분들이 저 하늘의 나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한국을 다녀오는 여기 한인들이 부쩍 늘었다. 그리고 과거보다 즐거운 이야기를 듬뿍 가지고 돌아오는 것을 보게 된다. 고국이 잘 살게 되어 멋진 놀이터와 관광 명소와 맛집이 많아져 그런 거 아닌가 싶다. 대화의 내용을 들어보면 그렇다.한국 여행을 가지 않거나 못하고 여기 그대로 사는 한인들도 요즘 호주보다 고국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모국이니까 당연한 거지만 미디어 전공자의 관점에서 보면 한인사회를 주도하는 1세와 1.5세들은 호주가 아니라 한국 뉴스를 주로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조사가 없지만 그들은
최근 공정근로위원회(Fair Work Commission, FWC)는 멜번 소재 성매매업소 ‘Top of the Town’에서 근무하던 여성의 부당해고 클레임을 기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업소 매니저와 여러 차례 갈등을 빚은 이 여성은 매니저로부터 ‘당신의 용납될 수 없는 위협적인 행동으로 인해 더이상의 근무 시프트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후 FWC에 부당해고 클레임을 제기하였으나 FWC는 여러가지 근무조건 및 형태를 검토한 끝에 이 여성이 공정근로법에 정의된 ‘근로자(employee)’가 아닌 ‘독립계약자(indepen
오늘은 서울을 떠나 동해와 설악산을 찾아 나선다. 한국을 방문하면 한적한 지방에서 민박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이러한 나의 계획을 안 지인이 동해안에 있는 콘도를 권한다. 회원권이 있다고 한다. 가는 날은 지인이 자동차로 데려다주는 친절까지 보여주었다. 소박하게 지낼 생각이었던 나의 계획은 지인의 호의에 무너지고 호사스러운 숙소를 전전하며 지내게 되었다.속초로 가는 날은 가을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선선한 날씨다.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수많은 산이 도로를 에워싸기 시작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높고 낮은
창세기의 첫 도입부의 이야기는 두가지 사건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하나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이고, 다음은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이다. 두 가지 다 특별한 종류의 실패에 관한 것이다. 1. 실패의 역사첫번 째 사건은, 아담과 이브가 죄를 지은 이야기이다. 먹지말라한 열매를 따먹고, 부끄럽고 두려운 나머지 하나님만이 발견할 수 있는 곳으로 깊이 숨어들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어디 있느냐?’고 찾을 때 그들은 벗은 것이 부끄러워 숨었다고 대답하고, 먹지 말라고 한 나무 열매를 먹었느냐 묻자, 아담은 이브가 먹게 했다고 핑계를 댔고 이브
암을 비롯한 갖가지 질병이나 여러 사고 등은 예고없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가족이 우선인 삶을 살다보니 자신의 행복과 건강은 늘 뒷전이던 이민자들에게 이런 어려운 일을 당하면 어디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언어 문제까지 겹쳐 이민 생활은 더욱 고단해진다. 본 칼럼에서는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자원 봉사자를 포함, 사랑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더 나아가 본 칼럼은 호주에서 살아가는데 있어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이민자들의 호주 사회로
필자는 지난 9월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약 3주동안 한국을 방문했다. 누구나처럼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 만의 출장이었다.10월 중순 세계한인언론인협회(OKJA: 회장 김명곤)의 국제심포지엄 및 가을 총회가 열렸다. 팬데믹 기간을 포함해 4년 만에 이 행사에 참석했다. 3년 만에 대면회의로 열린 올해 모임에는 세계 20개국의 32개 도시에서 활동하는 동포 언론인 40명 참석했다. 예년 총회와 비교하면 작은 규모이지만 팬데믹 등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이번 모임을 통해 여러 나라의 동포 언론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세
바야흐로 봄이 되었다. 비가 유난히 많았던 긴 겨울이 지나고, 자카란다 보랏빛 창연한 요즘은 산책로를 따라 걷기에 좋은 날씨이다. 하루에 만보는 걷는 게 기본이라며 주위에 제법 성공 사례들을 자랑하는데, 나는 애를 써야 7-8000보를 걷는데 그치곤 한다. 그것도 어쩌다 골프를 치거나 일부러 바다나 산을 찾을 때이고 평소엔 두세번 사무실이나 집 주변을 걷는 것이 고작이다. 오늘은 사무실 앞에서 점심을 먹고 날씨도 화창해, 상가를 따라 이어진 주택가까지 넓게 사이클을 그려 주변을 걸었다. 1. 현상금 광고소방서를 지나 낯 익은 집들을
고대 희랍의 철학자에서부터 최근의 달라이 라마에 이르기까지 많은 선각자가 인간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이라 주장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형태든 힘껏 노력하여 성공만 하면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심리학 및 경제학의 과학적인 실증분석에 의하면 성공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고, 행복한 사람이 여러 면에서 성공한다고 주장한다. 즉 성공하기 위하여 먼저 행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성공과 행복의 역설’이라 할 수 있다. 왜 이런 역설이 생길까? 성공은 고소득, 명예, 권력 등을 달성했을 때를 의미한다. 소득이 증가하면
봄이 왔다. 아니 왔다고 한다. 이불을 돌돌 말아 끌어안고 커다란 애벌레가 되어 뒹굴고 있던 시월의 어느 날 아침이었다.‘카톡!’하는 소리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예민한 나의 귀를 자극하며 고요함을 깨트린다. 오랫동안 피하기 힘들었던 생존의 임무에서 해방되어 은퇴 후 삶의 즐거움 중에 하나는 느긋한 아침의 게으름이다. 그래도 반사적으로 머리맡에 있던 전화기를 열어본다. 사회로부터 멀어지면서 더 가까워지는 것은 전화기인가 싶다.‘봄이 왔어요!’라고 쓰인 문자와 사진 그리고 음악이 함께 와 있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비치는 조그맣고
어린이날이 몇 월 며칠인지 아시나요? 모두가 어린이 날로 알고 있는 5월 5일은 방정환 선생님께서 일제강점기 시절 어린이의 존엄성을 높이고 어린이에게 민족정신을 일깨워주기 위해 지정한 5월 1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만이 독립운동이 아니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어린이가 올바르게 자라야 한다. 나의 독립운동은 어린이다.”라고 생각한 방정환 선생님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어린이’라는 말을 사용하였고, 어린이에게 존댓말 쓰기 운동을 하며 한 평생을 어린이를 위해 살다 세상을 떠나셨는데요. 방정환 선생님께서 정한
1.가족 상이 있어 급히 한국에 왔다. 금요일 새벽에 부음 소식을 듣고 저녁 비행기를 탈 수 있었으니 기적 같은 일이다. 코비드로 인해 수많은 제약조건이 있었던 때를 생각하면 그렇다. 먼저 호치민시티로 가서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야 했기 때문에 엄청난 비자대금을 지불해야 했지만, 단 1초 망설임 후 카드를 긁었다.장례 절차는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다. 날씨는 계속 좋았다. 식장이나 오가는 모든 길에는 노랗고 붉은 단풍잎이 절정이었다. 이럴 때 한국에 와 본적이 없었다는 식구들 입에서는 절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정말 아름다워요!”
오늘 글의 핵심은 인류 보편성의 가치다. 무슨 뜻인가? 이해가 쉽게 예를 들어보겠다. 하나님이 창조한 인간은 모두 평등하며 원칙적으로 똑 같은 대접을 받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피부색, 재산, 출생지, 부모의 후광과 같은 불합리한 조건에 따라 사람을 달리 대한다면 보편적 타당성에 배치된다. 그런 행위와 매너가 많지만 여기서 다뤄보는 한 가지는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을 크게 다르게 대하는 태도다. 그건 아래의 사례 하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골적 인간차별보다 덜 의도적이지만 좀 더 명랑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하여는 시비해
2019년 6월 남호주(SA)의 주도인 애들레이드에서 고급 스포츠카가 인도를 걷던 15세 여학생을 덮쳐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일명 ‘람보르기니 사고’로 유명한 이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남호주 법원 (District Court of South Australia)의 판결이 최근 나왔는데, 실형이 아닌 4개월 27일의 집행유예와 자숙명령(good behaviour bond), 200시간의 봉사활동(community service)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판결에 피해자의 부모를 비롯한 유족들이 매우 분노하였다는 기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