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이어, 토라의 대표 정신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쉐마-들으라’ 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고자 한다. 폴란드의 대대로 유명한 랍비 가문의 후손인 야곱 라이너는 선조의 뒤를 이어 ‘야곱의 집’이라는 주석을 썼는데, 그가 성전 패망의 애도일에 ‘듣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사람의 관점에서는 보는 것이 듣는 것보다 더 정확한 지식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사실, 듣는 것이 더 큰 힘이 있다. 보는 것은 형체의 외부를 인식하지만, 듣는 것은 내면의 것을 감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하나님은
올해 5월에 치러진 호주연방 총선에서 호주 노동당이 승리하며 9년만에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습니다. 앤소니 알바니지 신임 총리는 선거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미국, 일본, 인도로 이루어진 쿼드 미팅 참석을 시작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방문에 이어 최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정상회의와 태평양 도서 포럼(Pacific Islands Forum)에 연이어 참가하는 등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알바니지 총리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여 호주의 천연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을 세우면서 해외 여러 나라들과 적극적인 협
지난주 수요일(7월 13일) 새벽 나는 배심원(Juror) 피지명자로서 파라마타 지방법원에 나갔었다. 글 핵심에 앞서 몇 자 서론 또는 여담이다. 약 2주일 전 집에 배달된 법원 소환장(Summons)에는 불참 사정이 있으면 미리 적어 보낼 수 있는 지면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유가 될만한 사례도 열거되어 있었다.나에게 해당될 수 있는 사항은 ‘나이 관련(Age-related issue)’이었다. 나는 한참 생각해보았다. 나이로 보아 면책(이 경우 Excuse)이 될 확률이 크지만 나가보기로 마음 먹었다.노익장 과시가 아니다. 나는
‘엄마, 은퇴하면 이것이 도움이 될지도 몰라’ 하면서 내게 건넨 것이 있다. 생소한 이 상자는 몇 달 동안 닫혀 있었다. 은퇴 후 커피 대신 민들레차를 즐겨 마시며 백수 생활에 익숙해져 가던 어느 날 문득 내용물이 궁금해졌다. 겉표지는 화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다. 1500개의 퍼즐 조각들이 드디어 상자 속에서 해방되어 하나씩 책상 위에 앉기 시작하려는 순간이다.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일단 상자를 열었다. 하지만 막상 작은 조각 더미들을 접하고 보니 어리둥절 할 밖에. 우선 가장자리에 해당하는 것들을
우리는 왜 육아에 힘을 써야 할까. 옛날에는 자식 농사를 잘 지어야 부모의 노후가 보장되었으니 자식을 낳고 제대로 기르는 것은 미래를 위한 보험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를 위해서 이 힘든 노동과 감정싸움을 해야 하는 걸까, 가끔 생각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부모 말 듣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는 아이가 너무 보기 싫어서 어서 독립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부모들을 만난다. 아이가 나가서 살면 마치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다.하지만 세상 이치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자명하다. ‘호적에서 파낸다’는 식으로
많은 사람들은 유대인들이 율법을 지킴으로 구원을 받으려는 어리석은 수고를 한다고 판단하지만 이들의 전통적인 생각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양편의 얘기를 들어봐야 재판관이 제대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많은 것을 판단하지만 상대편의 검증된 정보없이 관습적인 오해로 편견을 갖곤 한다. 그 오해의 이유는 상대편의 입장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 토라의 원래 의미탈무드는 ‘토라는 근본적으로 영혼의 구원에 관한 것이 아니다’ 라고 정의 한다. ‘이는 사회의 구속에 관한 것이고, 개인의
호주 대륙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동네, 카무윌(Camooweal)에서도 하루만 묵고 길을 떠난다. 카무윌은 여행객에게 휘발유도 보충하면서 잠시 쉬어 가기에 좋은 곳이다. 그러나 특별한 관광지는 없다. 어제 함께 석양을 바라보았던 부부에게 손을 흔들며 야영장을 빠져나간다. 여행에서는 가벼운 만남과 이별을 수시로 하게 된다. 따라서 이별의 아쉬움이 마음 깊은 곳에 남는 경우가 드물다.지난 3일간 1,500km를 정신없이 운전했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다음 목적지는 클론코리(Cloncurry)다. 이곳에서 300
암을 비롯한 갖가지 질병이나 사고 등은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이민자들의 경우 호주의 복지 시스템에 익숙지 않아 어려운 일을 당하면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거기에 언어 문제까지 겹쳐 더 어려움을 겪는다. 본 칼럼은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전문 복지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사랑으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호주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실제적인 도움을 제공함과 동시에 더 나아가 호주 사회로의 융합을 위한
내가 나를 바라봐도 참으로 멍청하고 따분한 인간이다. 이 먼 호주까지 와 살게 되면서 귀밑에 해묵은 서리가 소복하게 쌓여 가는 지금에 혼자 산중에서 메주를 만들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이른바 ‘꼰대’의 왕초요 ‘라떼’의 전형이다. 외우기 좋으라고 지난달 6월 6일에 20kg의 콩 한 포대를 이틀에 걸쳐서 힘들게 만들었다. 지난해 된장 맛이 너무너무 좋다고 몇몇 사람들이 칭찬하는 그 말에 솔깃하여 또다시 시작해 본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 그 사실에 깊이 공감한다. 말릴 장소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헛간에 있는 잔디
최근 한국에서는 한 의뢰인이 상대측 변호사 사무실에서 흉기를 휘두르고 불을 질러 본인 포함 일곱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의 용의자는 소송에서 패소한 후, 본인을 대리한 변호사를 찾아가 향후 대응 방법에 대하여 논의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대리한 변호사의 사무실에 찾아가 직원들을 상대로 잔인한 범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상상하기도 힘든 이 끔찍한 사건으로 인하여 한국의 법조계는 크나큰 충격에 빠졌고, 호주에서 이 소식을 접한 저 역시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 사건은 매우 극단적인
“인생이 주려고 했지만 내가 걷어차 버린 모든 기회들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내가 삶에서 떨어져 나간 기분이 들어. 다른 사람들은 다 움직이는데 나만 정지해 있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지금 읽고 있는 러시아의 신비주의 작가 우스펜스키의 ‘이반 오소킨의 인생여행’이라는 소설 속 주인공인 오소킨의 절규다. 그는 중학교시절 사소한 잘못으로 퇴학을 당하면서부터 자기의 인생은 표류하며 무너졌다고 생각했다. 그 뒤에 후견인의 지원으로 들어간 군사학교에서도 규칙위반으로 쫓겨나고 후견인이었던 백부의 눈밖에나 버림받는다. 자신을
세기를 거슬러 자유를 표방하는 레게와 랩 등의 저항 정신을 담은 노래와 문화가 주목 받고 있다. 바야흐로 다양한 문화가 함께 공존하고 교류가 활발한 시대를 살고 있다. 60년대부터 시작해서 유대인들은 다른 종교와 문화 가운데로 향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유대교는 신비주의와 묵상가들과 시인과 철학자, 또 경건한 남녀 수도자들과 비져너리와 선지자들을 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영적 각성과 갈망은 한편 거리감이 있고 타국적이며 또한 비 친밀감이 내재하고 있었다. 흔히 그렇듯, 가깝기 보다는 먼 거리를 유지하고자 한다. 1.
요즘 같은 21세기에 “인신매매”는 영화에서나 보는 낯선 단어라고 생각하시나요? 혹은 너무 오래도록 일상에서 들어보지 않아서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일처럼 느껴지시나요? 한국의 경우, 심각한 수준의 인신매매가 거의 근절되었기 때문에 다른 범죄들에 비해 인신매매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지만,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인신매매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인신매매는 사람을 물건처럼 매매함으로써 타인에 대하여 예속적인 상태에 두는 비인도적인 범죄행위로, 고대와 중세의 노예제도에서 그 오랜 기원을 찾을 수 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연합군 총사령관 아이젠하워(1890~1969년)는 위대한 리더십의 비법을 묻는 이들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앞에서 끌면서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짐승은 뒤에서 몰아도 사람은 앞에서 인도해야 됩니다.” 다시 기자가 리더십의 비밀을 묻자, 아이젠하워는 책상 위에 가느다란 실을 하나 올려놓았고 한손으로 실을 뒤에서 밀어보았습니다. 실은 서로 엉겨 얽히게 됐습니다. 다시 한 손으로 실의 앞쪽을 살짝 집고 앞으로 당겼습니다. 실은 엉기지 않고 반듯한 줄이 되어 바르게 따랐습니다. 뒤에서 채찍으로 위협하며 명령만 해서는
요즘 랩에서, Hey Bro, Yo! 하는 가사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친한 친구나 가까운 사람에게 진짜 형제처럼 뗄 수 없을 만큼 막역한 사이라는 것을 의미 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신문지상에서 형제들끼리도 반목하는 분쟁은 사회 속에 비일비재하다. 탈무드는 형제를 업신 여기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악인에게 태형이 합당하면 재판장은 그를 엎드리게 하고 그 앞에서 그의 죄에 따라 수를 맞추어 때리게 하라. 사십까지는 때리려니와 그것을 넘기지는 못할지니 만일 그것을 넘겨 매를 지나치게 때리면 네가 네 형제를 경히 여기는 것이
호주 내륙 한복판,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바위가 있는 관광지다. 이곳에서 계속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가면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로 갈 수 있다. 오래전에 보았던 서부호주의 사막 지대와 서해안 파도를 보고 싶다. 그러나 세상만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 계획이 바뀌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집까지 거리를 알아보았다. 대략 4,000km를 운전해야 한다. 일단 이곳에 오면서 지냈던 앨리스 스프링(Alice Springs)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목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야영장을 빠져나
암을 비롯한 갖가지 질병이나 여러 사고 등은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이민자들의 경우 호주의 복지 시스템에 익숙지 않아 어려운 일을 당하면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거기에 언어 문제까지 겹쳐 더 어려움을 겪는다. 본 칼럼에서는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문 복지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사랑으로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호주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뜻에서 마련되었다. 이번 칼럼
‘레이버 어그리먼트(labour agreement)’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얼핏 보면 고용주와 피고용인 사이의 노동협약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이 협약은 해외의 인력을 고용하는 것과 관련하여 호주 정부와 고용주가 맺는 협약입니다. 호주 내에서 해당 사업체에 필요한 숙련된 인력을 기존 고용주 후원 비자 프로그램으로 구하기 어려운 경우, 고용주는 이 협약에 따라 정해진 숫자만큼의 외국인 근로자에게 비자를 후원할 수 있습니다. 레이버 어그리먼트는 해외 인력 채용에 있어서 유연성을 부여하여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를 해결하는
오랜만에 내린 빗줄기는 마른 땅을 적시고 나무들의 갈증을 풀어주며 촉촉한 물기를 머금게 한다. 자연의 이치란 이처럼 하늘과 땅이 함께 어우러져야 비로소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호주사회도 참으로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동체라는 울타리 안에서 두루뭉술하게 엮이면서 살아간다. 호주에서 살아온 긴 시간은 나의 삶에 변화를 주며 생활 습관이나 사고방식을 퓨전 음식처럼 변화시키기도 한다. 사람은 역시 부딪히고 생존 터에서 적응하는 인지력을 본능적으로 타고난 모양이다. 간혹 이런 생각이 드는 경우는 운동경기를 보면서 퀸스랜드
쿠지 비치에서 본다이 비치로 가는 해안 길은 시드니사이더에게 인기 있는 걷기 코스 중 하나이다. 처음 이 길을 걸을 때 고급 주택이 들어설 법한 위치에 공동묘지가 있는 것을 한참이나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좋은 곳에 눕고 싶은 것은 같은 마음일까. 시집 온 첫 설 날 외며느리인 나는 한복에 키 높이 고무신을 신고 조상님께 인사를 다녔다. 낙향한 시삼촌이 선산을 저당 잡히는 바람에 두 번씩이나 시아버지께서 사들였다고 했다. 웃 대 어른들은 양지바르고 바람이 자는 곳에 나란히 누워 계셨다. 시할아버지는 골바람이 불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