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녹음과도 같은! 그 좋던 옛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그토록 명랑하던 나는 어디로 갔나. 갈바람에 우수수 나뭇잎을 빼앗긴 나목처럼 밤새 추웠다. 전기 장판으로 뜨겁게 달군 바닥은 따뜻했으나 방안 공기는 코끝이 시리도록 냉랭했다. 잠을 자면서 들여 마신 차가운 공기는 가슴속에서도 허한 바람이 되었다. 수면 중의 나는 천애 고아인 듯, 세상에서 버려진 듯 슬프고도 고독했다. 자는건지 마는건지 하였으나 간간이 나의 코고는 소리에 스스로 흠칫 놀랐던 것을 보면 분명 불면의 밤은 아니었다. 어젯밤은 가을의 끝자락과 겨울의 초입에 서 있
“원주민”은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그 지역에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가 생겨나게 된 배경에는 제국주의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15세기 초중반의 신항로 개척을 통해 유럽인들이 항해술을 발전시켜 아메리카로 가는 항로와,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와 동남아시아, 동아시아로 가는 항로를 발견하고 개척, 정복하는 과정에서 원래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원주민”으로 구분하면서 이러한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식민지를
총선 후 새 호주 의회가 열리면 새 당선자들은 회기 첫날 취임 선서를 한다. 26일 개회한 47대 연방 의회는 호주 역사상 가장 다양성이 커진 의회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여기서 ‘다양성’이란 인종, 종교, 출신 배경을 의미하는데 특히 비유럽계로 압축할 수 있다. 여성 의원 숫자도 최다가 됐다. 원주민계 의원은 새 의원 4명(상원 2명, 하원 2명)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가장 많아졌다. 아시아계 의원들도 종전보다 늘었다. 샐리 시토우(리드, 노동당), 다이 리(파울러(Fowler), 무소속), 팀 림(탱그니(Tangney), 노
얼마 전 한 인하대생이 성폭행 후 3층 건물에서 떨어져 숨지고 피의자로 같은 학교의 남학생이 구속되는 일이 미디어에 크게 보도돼 충격을 주었다. 그들은 같은 과목을 듣는 동급생이라고 한다. 나이도 이제 갓 20살이다. 이들이 연인 관계였는지, 술을 마시고 충동적으로 이런 사건이 일어난건지, 평소에 어떤 사람들인지, 아직 사건의 전모가 확인되지 않아 자초지종을 다 알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인생을 막 시작하려는 앳된 여학생의 생명이 사라지고, 푸른 미래를 꿈꾸던 한 청년의 인생도 경찰에 구속이 되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없
어느새 훌쩍 지나버린 시간을 생각하면 은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은 아직도 일하고 있느냐고 묻기도 하고, 이제는 편히 쉴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의문을 던져온다. 나는 “내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라고 여유 있게 들릴 수 있는 응답을 한다. 젊은 시절에는 내 나이 쉰 살이 되면 일을 하지 않고 우아하고 멋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훨씬 더 많은 숫자의 나이가 되었지만, 내년, 또 내년을 기약하며 직장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은퇴 후의 생활을
토라의 시작, 창세기에는 믿음의 조상들에게 이스라엘의 자손이 하늘의 별과 바다의 모래처럼 많은 후손을 갖게 될 것이라는 축복이 여러번 등장한다. 출애굽기 초반에도 “이스라엘 자손은 생육하고 불어나 번성하고 매우 강하여 온 땅에 가득하게 되었더라”고 말하고, 솔로몬도 선택된 백성은 위대하고 셀수 없는 숫자가 될 것이라고 노래했다. 선지자 호세아도 동일하게 이스라엘 백성이 바다의 모래와 같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여러 곳에 기록하고 있다. 1. 역설의 정체성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세는 신명기 7: 7절에 “ 여호와께서 너희를 기뻐하시고 너희
다음 목적지는 윈톤(Winton)으로 정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적당히 운전하여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린다. 자동차는 많이 다니지 않는다. 도로를 달리는 기차(Road Train)라 이름 지어진 긴 트럭을 가끔 마주칠 뿐이다. 도로변에 세운 경고판에는 트럭 길이가 53.5m라고 쓰여 있다. 마주치거나 추월할 때는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한참을 운전해 야영장에 도착했다. 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지역에 새로 조성한 야영장이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암을 비롯한 갖가지 질병이나 여러 사고 등은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이민자들의 경우 호주의 복지 시스템에 익숙지 않아 어려운 일을 당하면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거기에 언어 문제까지 겹쳐 더 어려움을 겪는다. 본 칼럼에서는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문 복지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사랑으로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호주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뜻에서 마련되었다. 이번 칼럼
1.요즘은 비가 일상이다. 그래서 이젠 북구인(北歐人) 모드로 산다. 해가 나고 날씨 좋다는 예보가 나오면 그 날은 축제일처럼 집밖에서 보내기로 계획한다. 지난 월요일이 그런 날이었다. 이번 주 새로 단장하여 오픈한 오페라하우스를 포스트카드 각으로 찍을 수 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 주립미술관으로 갔다. 아치발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유명인들의 초상화를 그려 출품하면 심사하여 상을 준다. 호주에서 가장 큰 미술 행사다. 난 미술관에 갈 때 사진기를 가지고 간다. 작품 전체를 찍고, 그 인물들의 눈을 확대하여 한 번 더 찍는다. 집에
지난 주에 이어, 토라의 대표 정신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쉐마-들으라’ 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고자 한다. 폴란드의 대대로 유명한 랍비 가문의 후손인 야곱 라이너는 선조의 뒤를 이어 ‘야곱의 집’이라는 주석을 썼는데, 그가 성전 패망의 애도일에 ‘듣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사람의 관점에서는 보는 것이 듣는 것보다 더 정확한 지식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사실, 듣는 것이 더 큰 힘이 있다. 보는 것은 형체의 외부를 인식하지만, 듣는 것은 내면의 것을 감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하나님은
올해 5월에 치러진 호주연방 총선에서 호주 노동당이 승리하며 9년만에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습니다. 앤소니 알바니지 신임 총리는 선거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미국, 일본, 인도로 이루어진 쿼드 미팅 참석을 시작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방문에 이어 최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정상회의와 태평양 도서 포럼(Pacific Islands Forum)에 연이어 참가하는 등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알바니지 총리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여 호주의 천연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을 세우면서 해외 여러 나라들과 적극적인 협
지난주 수요일(7월 13일) 새벽 나는 배심원(Juror) 피지명자로서 파라마타 지방법원에 나갔었다. 글 핵심에 앞서 몇 자 서론 또는 여담이다. 약 2주일 전 집에 배달된 법원 소환장(Summons)에는 불참 사정이 있으면 미리 적어 보낼 수 있는 지면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유가 될만한 사례도 열거되어 있었다.나에게 해당될 수 있는 사항은 ‘나이 관련(Age-related issue)’이었다. 나는 한참 생각해보았다. 나이로 보아 면책(이 경우 Excuse)이 될 확률이 크지만 나가보기로 마음 먹었다.노익장 과시가 아니다. 나는
‘엄마, 은퇴하면 이것이 도움이 될지도 몰라’ 하면서 내게 건넨 것이 있다. 생소한 이 상자는 몇 달 동안 닫혀 있었다. 은퇴 후 커피 대신 민들레차를 즐겨 마시며 백수 생활에 익숙해져 가던 어느 날 문득 내용물이 궁금해졌다. 겉표지는 화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다. 1500개의 퍼즐 조각들이 드디어 상자 속에서 해방되어 하나씩 책상 위에 앉기 시작하려는 순간이다.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일단 상자를 열었다. 하지만 막상 작은 조각 더미들을 접하고 보니 어리둥절 할 밖에. 우선 가장자리에 해당하는 것들을
우리는 왜 육아에 힘을 써야 할까. 옛날에는 자식 농사를 잘 지어야 부모의 노후가 보장되었으니 자식을 낳고 제대로 기르는 것은 미래를 위한 보험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를 위해서 이 힘든 노동과 감정싸움을 해야 하는 걸까, 가끔 생각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부모 말 듣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는 아이가 너무 보기 싫어서 어서 독립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부모들을 만난다. 아이가 나가서 살면 마치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다.하지만 세상 이치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자명하다. ‘호적에서 파낸다’는 식으로
오커스(AUKUS) 동맹국인 미국, 영국, 호주는 영어권에서 가장 중요한 세 나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캐나다가 유감이겠지만.. 몇 년 전 이 세 나라 정상들이 국제 서밋에서 함께 한 사진이 미디어에 보도됐다. 셋 중 두 명은 정상에서 물러났고 한명도 곧 물러난다. 이 사진을 보면서 세 리더들의 공통점으로 ‘거짓말’, ‘포풀리즘’, ‘막가파 보수 강경 세력’ 등의 비판적인 단어들이 연상됐다. 왜 그럴까..? # 1. 스콧 모리슨호주 정계에서 리더들의 거짓말을 거론하면 가장 먼저 전임 총리였던 스코모(스콧 모리슨)가 자연스럽게 등장
많은 사람들은 유대인들이 율법을 지킴으로 구원을 받으려는 어리석은 수고를 한다고 판단하지만 이들의 전통적인 생각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양편의 얘기를 들어봐야 재판관이 제대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많은 것을 판단하지만 상대편의 검증된 정보없이 관습적인 오해로 편견을 갖곤 한다. 그 오해의 이유는 상대편의 입장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 토라의 원래 의미탈무드는 ‘토라는 근본적으로 영혼의 구원에 관한 것이 아니다’ 라고 정의 한다. ‘이는 사회의 구속에 관한 것이고, 개인의
호주 대륙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동네, 카무윌(Camooweal)에서도 하루만 묵고 길을 떠난다. 카무윌은 여행객에게 휘발유도 보충하면서 잠시 쉬어 가기에 좋은 곳이다. 그러나 특별한 관광지는 없다. 어제 함께 석양을 바라보았던 부부에게 손을 흔들며 야영장을 빠져나간다. 여행에서는 가벼운 만남과 이별을 수시로 하게 된다. 따라서 이별의 아쉬움이 마음 깊은 곳에 남는 경우가 드물다.지난 3일간 1,500km를 정신없이 운전했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다음 목적지는 클론코리(Cloncurry)다. 이곳에서 300
암을 비롯한 갖가지 질병이나 사고 등은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는다. 이민자들의 경우 호주의 복지 시스템에 익숙지 않아 어려운 일을 당하면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거기에 언어 문제까지 겹쳐 더 어려움을 겪는다. 본 칼럼은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전문 복지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사랑으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호주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실제적인 도움을 제공함과 동시에 더 나아가 호주 사회로의 융합을 위한
호주 동부, 특히 NSW와 퀸즐랜드 동남부에서 홍수가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3년동안 마치 ‘연례 행사’처럼 매년 발생했다. ‘재난의 연속(like a disaster after disaster)’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6일 홍수 피해지역을 방문하기 전 앤소니 알바니지 총리는 한 오전 방송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시드니 북서부의 혹스베리-리치몬드 지역 주민들은 산불 재난에 이어 지난 1년반 사이 무려 4번의 홍수 피해를 당하고 있다. 기후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이런 기후 이상과 재난이 빈번해지고 강도가 커질 것(more fr
내가 나를 바라봐도 참으로 멍청하고 따분한 인간이다. 이 먼 호주까지 와 살게 되면서 귀밑에 해묵은 서리가 소복하게 쌓여 가는 지금에 혼자 산중에서 메주를 만들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이른바 ‘꼰대’의 왕초요 ‘라떼’의 전형이다. 외우기 좋으라고 지난달 6월 6일에 20kg의 콩 한 포대를 이틀에 걸쳐서 힘들게 만들었다. 지난해 된장 맛이 너무너무 좋다고 몇몇 사람들이 칭찬하는 그 말에 솔깃하여 또다시 시작해 본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 그 사실에 깊이 공감한다. 말릴 장소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헛간에 있는 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