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평선을 볼 수 있는 바닷가 도시, 포트 린콘(Port Lincoln)으로 떠난다. 해산물의 도시(The Seafood Capital of Australia)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각종 물고기와 해산물이 풍부한 동네다. 참치가 유난히 많아서일까, 참치를 멀리 던지는 특이한 시합을 하는 동네이기도 하다.오랫동안 운전했다. 드디어 멀리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계속 운전하여 해안에 자리 잡은 동네(Cowell)에 도착했다. 그림엽서에 나올만한 작고 아름다운 동네다. 해안에 있는 놀이터가 눈길을 끈다. 바닥에서 물이 뿜어 나오고
황무지에 세워진 광산 도시(Broken Hill)를 떠난다. 다음 목적지는 바다와 강이 만나는 도시(Port Augusta)로 정했다. 내륙의 황량한 들판을 벗어나는 날이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는데 표지판이 보인다. 다음 주유소까지는 200km를 가야 한다는 안내판이다. 연료 게이지를 쳐다보게 된다. 휘발유는 충분하다. 지평선이 보이는 도로에 다시 들어선다.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척박한 땅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호주의 전형적인 내륙(out back)의 모습이다. 두어 시간 운전했다. 쉴 곳을 찾는데 윤타(Yunta)라는 작은 마을이
작은 동네 그러나 관광지로 손색이 없는 보크(Bourke)에서 며칠 보냈다. 길을 떠난다. 지평선이 보이는 풍경이 또다시 전개된다. 이번 목적지는 430km 떨어진 윌카니아(Wilcannia)로 정했다. 한 시간 정도 운전했을 즈음 도로 주변에 염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야생 염소다. 타조도 보인다. 어미 타조가 여러 마리의 새끼를 돌보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지금까지 도로에서 마주하지 못했던 동물들이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에 윌카니아라는 동네에 도착했다. 일단 허기를 채워야 한다. 캐러밴 서너 대가 줄지어 있는 카페에 들어갔
아침저녁 온천욕으로 휴식을 취하며 모리(Moree)에서 사흘을 보냈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떠나야 하는 것이 여행이다. 더 깊은 내륙으로 들어간다. 차창 밖으로 또다시 지평선이 펼쳐진다. 수백 킬로미터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운전했을 것이다. 문득 작은 동산 하나 볼 수 없는 평야가 대한민국 국토보다 넓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가능한가. 상상을 초월하는 호주 대륙이다.도로변에는 하얀 목화송이가 즐비하다. 목화 농장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목화꽃 피는 계절이라면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이 하얀색으로 물들어 있을 것이다. 상
골드 코스트(Gold Coast)를 떠나는 아침이다. 캐러밴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첫 목적지는 호주 대륙을 가로질러 남해안의 작은 도시 포트 오거스타(Port Augusta)로 정했다. 내비게이션으로 거리를 알아보니 2,000km 정도가 된다. 장시간 장거리를 운전하고 싶지 않다. 몇 번 나누어 가야할 것이다. 여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운전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지도를 보니 적당한 거리에 피츠워스(Pittsworth)라는 동네가 있다. 야영장(Caravan Park)도 있다는 정보가 있다. 기착지로 적당한 동네다. 야영장 예약
한국 사람은 물론 동양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 동네에서 10여 년을 살았다. 시골에 있는 집이라 대지가 넓고 집도 크다. 혼자 지내기에는 정원 가꾸는 것을 비롯해 할 일이 많다. 따라서 작은 집으로 이사 해야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 날 우체통에서 발견한 복덕방 전단을 보고 연락해 보았다. 그런데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한 달도 걸리지 않아 집이 팔린 것이다. 이사 갈 곳을 정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캐러밴이 있기 때문이다. 호주를 둘러볼 기회가 주어졌다고 마음을 토
시드니에서 자동차로 3시간 떨어진 북쪽 해안가에 살고 있다. 한국 사람 찾아보기 어려운 동네다. 혼자의 삶이다. 따라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지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럴 때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 유튜브에서 강의도 찾아 듣는다. 지금은 나름대로 혼자의 삶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지인들은 가까운 곳에서 함께 지낼 것을 권한다.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오랜만에 동네 사람들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골프와 낚시하며 지내기로 한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골낚(골프와 낚시)’의
기온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얼마 전까지 가벼운 옷을 입고 지냈는데, 긴팔을 찾는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무의식 속에 한국 겨울에 대한 향수가 있어서일까, 추운 곳을 찾아가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추위를 맞볼 수 있는 지역은 근처에 없다.문득 우리 집에서 1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글로스터(Gloucester)라는 동네가 떠오른다. 가까운 곳이라 몇 번 가 보았다. 겨울이면 눈이 내리기도 하는 배링턴 탑 국립공원(Barrington Tops National Park) 입구에 있는 작은 동네다. 인구는
부담 없이 이곳저곳 끌고 갈 수 있는 자그마한 캐러밴을 가지고 있다. 애지중지 집에만 모셔둘 수 없다. 애완견을 핑계로 산책하는 사람처럼, 캐러밴을 핑계로 집을 나서게 된다. 이번에는 어디로 갈까. 문득 허블우주망원경에 얽힌 이야기가 떠오른다. 엉뚱한 천문학자의 제안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우주 공간에 망원경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에서 뜻밖에 수천 개의 은하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다.나에게도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 그동안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곳을 위주로 다녔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사람
올해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불꽃놀이 보며 연말을 보낸 것이 어제 같은데, 세월 빠르다는 판에 박힌 말이 저절로 나온다. 새해가 되었다고 특별히 달라질 것 없는 은퇴 생활이다. 소소한 집안일을 한다. 동네 바닷가를 걷는다. 책도 읽지만,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도 많다. 이렇게 하루하루 지내는 동안 달력 한 장이 넘어가고 2월로 접어들었다.일상적인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 가장 쉬운 방법은 집을 떠나 지내는 것이다. 가고 싶은 목적지를 찾아본다. 집에서 두어 시간 운전하면 도착할 수 있는 남부카 헤드(Nambucca Heads)
설악산과 동해안에서 한국 풍경에 흠뻑 젖어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호주에서 원했던 목적을 대부분은 달성했다. 설악산을 떠나 서울로 돌아간다.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등산복 차림의 청년 한 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빈 차로 도착한 버스는 두 명의 승객만 달랑 태우고 떠난다. 청년마저도 등산객으로 붐비는 다음 정류장에서 하차한다.손님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버스가 경사와 커브가 심한 도로를 따라 계속 산을 오른다. 버스에서 내려다보는 설악산 풍경이 일품이다. 운전하는 기사도 풍경에 반해서일까. 도로변에 잠시 버스를 세우고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아 양양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배낭 하나 방에 던져 놓고 바다를 찾는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바위들이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작은 백사장이다. 백사장 건너편에 있는 방파제에 사람들이 걷고 있다. 대어를 꿈꾸며 세월을 낚는 사람들도 보인다. 나도 관광객과 하나 되어 방파제를 걸어본다. 동해의 신선한 바람을 온몸으로 들이마신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가을의 수평선이 아름답다. 호주에서와 다름없이 마음을 시원하게 감싸주는 바다를 바라본다. 아담한 백사장도 걸어본다. 젊은 부부가 어린아이와 함께 물장난이 한창이
오늘은 서울을 떠나 동해와 설악산을 찾아 나선다. 한국을 방문하면 한적한 지방에서 민박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이러한 나의 계획을 안 지인이 동해안에 있는 콘도를 권한다. 회원권이 있다고 한다. 가는 날은 지인이 자동차로 데려다주는 친절까지 보여주었다. 소박하게 지낼 생각이었던 나의 계획은 지인의 호의에 무너지고 호사스러운 숙소를 전전하며 지내게 되었다.속초로 가는 날은 가을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선선한 날씨다.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수많은 산이 도로를 에워싸기 시작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높고 낮은
호주에는 봄기운이 가득하다. 호주를 대표하는 꽃, 골든 와틀(Golden Wattle)이 산하를 노란색으로 뒤덮기 시작하는 봄이다. 지난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비도 많이 내렸다. 그러나 내가 사는 동네는 따뜻한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다. 눈이 내리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래도 체감온도는 낮다. 따뜻하다는 이유로 난방시설이 빈약하기 때문이다.항공사에서 정기적으로 오는 이메일을 열어본다. 내년부터 마일리지 적립이 줄어든다는 내용이다. 마일리지가 없어진다니, 아까운 생각이 든다. 특별히 한국에 갈 일은 없다. 그러나 마일리지를 사용
예푼(Yeppoon)을 떠나 집으로 향한다. 호주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퍼시픽 하이웨이(Pacific Hwy)를 타고 남쪽으로만 가면 집에 도착한다. 여행 시작할 때 퍼시픽 하이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왔기에 한 번 지나쳤던 도로다. 집까지는 이틀 이상 운전해야 하는 먼 길이다. 어디선가 지내며 가야 한다. 번다버그(Bundaberg)라는 도시에서 머물기로 했다. 적당히 운전해 도착할 수 있는 이유도 있지만,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해안 도시이기 때문이다. 도로에는 캐러밴을 끌고 가는 자동차가 많다. 주로 나이 든 부부가 운전석에 앉아
황량한 호주 대륙 한복판에서 흙먼지와 함께 오래 지냈다. 오늘은 지금 지내는 바칼딘(Barcaldine) 동네를 마지막으로 오지에서 벗어나는 날이다. 목적지는 에메랄드(Emerald)라는 동네로 정했다. 인구가 15,000여 명 정도 되는 큰 동네다. 또다시 지평선을 가로지르며 운전한다. 얼마나 운전했을까, 숲이 우거진 산봉우리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나무가 울창한 산들을 만나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광야에 일자로 뻗은 도로가 아닌,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산길을 새로운 분위기에 젖으며 운전한다. 높은 산을 오르나 싶
볼거리도 많고 자부심도 강한 작은 동네 윈톤(Winton)을 떠난다. 또다시 지평선이 펼쳐지는 도로가 계속된다. 산이 많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숲은 전혀 보이지 않는 지평선이다. 가축 사육과 밀 농사를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초목이다. 끝이 보이지 않도록 넓은 지역을 개간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지평선을 가로지르며 두어 시간 운전해 롱리치(Longreach)라 불리는 도시에 도착했다. 시내 한복판에는 주차할 장소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으로 붐빈다. 높은 빌딩이 보이지 않는 것만 제외하면 여
다음 목적지는 윈톤(Winton)으로 정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적당히 운전하여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린다. 자동차는 많이 다니지 않는다. 도로를 달리는 기차(Road Train)라 이름 지어진 긴 트럭을 가끔 마주칠 뿐이다. 도로변에 세운 경고판에는 트럭 길이가 53.5m라고 쓰여 있다. 마주치거나 추월할 때는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한참을 운전해 야영장에 도착했다. 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지역에 새로 조성한 야영장이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호주 대륙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동네, 카무윌(Camooweal)에서도 하루만 묵고 길을 떠난다. 카무윌은 여행객에게 휘발유도 보충하면서 잠시 쉬어 가기에 좋은 곳이다. 그러나 특별한 관광지는 없다. 어제 함께 석양을 바라보았던 부부에게 손을 흔들며 야영장을 빠져나간다. 여행에서는 가벼운 만남과 이별을 수시로 하게 된다. 따라서 이별의 아쉬움이 마음 깊은 곳에 남는 경우가 드물다.지난 3일간 1,500km를 정신없이 운전했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다음 목적지는 클론코리(Cloncurry)다. 이곳에서 300
호주 내륙 한복판,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바위가 있는 관광지다. 이곳에서 계속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가면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로 갈 수 있다. 오래전에 보았던 서부호주의 사막 지대와 서해안 파도를 보고 싶다. 그러나 세상만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 계획이 바뀌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집까지 거리를 알아보았다. 대략 4,000km를 운전해야 한다. 일단 이곳에 오면서 지냈던 앨리스 스프링(Alice Springs)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목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야영장을 빠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