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 시드니도량 주지 여량 정혜 합장오늘 하늘이 기쁜가 봅니다.
배시시 웃으며 햇살을 양껏 내립니다.
땅은 기쁨을 누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얀 안개를 허리춤까지 묻어놓고 가슴을 열어 보입니다.
탱탱이 불은 젖을 호수처럼 내어놓고 이리로 오라고 손짓합니다.
파란 잔디 위에 곱게 밥상을 펴고 앉으라고 자리를 쓸어 반깁니다.
밤새 식은 구들장을 덥히는 하늘은 아마 남편 일듯 싶습니다.
하늘은 열을 보내며 기뻐하고 땅이 생기를 잃고 메마를까봐 하늘은 사랑을 내려 촉촉이 씻어 줍니다.
태양은 독수리처럼 땅 위를 맴돌고 땅은 아내처럼 수줍게 입술을 가립니다.
땅과 하늘이 애인처럼 끌어안고 하나 되는 날기쁨의 메시지를 씁니다.
처음 나서는 낯선 나라,호주의 겨울은 한국의 산하에 붉은 단풍이 내장산까지 내려갔을 무렵 가을 정도의 날씨임에도 춥다는 말을 하며 벌써 봄이 온 듯 행 길가 자목련의 방긋거리는 모습을 보며 네피안 강둑을 걷고 있는 나의 그림자를 힐끗 보았다.
어렸을 적 “the other side midnight" 이란 영화를 인상 깊게 보며 훤칠한 각선미의 연인들이 뱉어내는 달콤한 시어 같은 밀어 뒤에 이글거리는 싱그러운 시드니 해변을 볼 수 있었다.
그 때 마음속으로 꼭 나중에 시드니해변을 가서 나도 아름다움에 포옥 빠져보리라 생각했는데 운명의 장난인가 머리를 깎은 까까중한테 생각지도 않은 이 땅을 밟게 되어 시드니 펜리스의 작은 도량에 주지라는 소임을 살고 있다.
한국에서 처음 오던 날 얼떨떨했는데 낮게 깔린 흰 구름은 푸른 초원에 풀어놓은 양떼들이 출렁대는 것 같았으며 도심 곳곳에 아름으로 안을 수 없는 커다란 나무숲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촌닭은 강원도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 승려가 되어 행복함에 날마다 가슴이 벅차고 산수유 과실만한 난 행복하기 그지없다.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이다.
마음을 비우면 행복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자투리 시간에 등산, 볼링, 노래며 문학 활동 등 다양한 취미생활에 정신이 없었지만 뭔가 정신적으로 허전함을 느끼곤 했다.
늘 샘솟는 출가의 꿈을 현실로 당기며 제2의 인생, 화살의 과녁은 어딘가?그건 바로 無다.
“나” 라는 존재를 버려 한없이 낮은 해탈을 얻는 것이기에 보시와 자비와 지혜를 닦는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수행의 길을 걸으며 부족함을 적극적인 방법으로 파도가 밀려왔을 때 즉시 타고 나갈 수 있는 배를 마련하는 것으로 끊임없이 파도 치는 현실을 수행을 통해 보시, 봉사, 자비와 지혜로써 무장된 배를 사바세계에 띄우고 싶다.
복잡 다양한 고민거리도 근심거리도 놓으면 행복이 되고, 잡고 있으면 주위에 보이는 모든 나무며 꽃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자애심이 생겨야 제대로 보인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사무량심(四無量心), 즉 자비희사(慈悲喜捨)의 네 가지 무량심으로 첫째 자무량심은 어머니가 외아들을 사랑하듯 중생을 사랑하는 것.둘째 비무량심은 근심과 번뇌로 괴로워하는 중생을 연민하고 동정하는 것.셋째 희무량심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함께 기뻐하는 것.넷째 사무량심은 평등하고 평화롭게 사는 것이다.
혼탁하고 어두운 세상 일지라도 실천하는 삶을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사람은 세상에 올 때처럼 빈손으로 갈 뿐이다.
아무리 애를 써서 잡고 모은다 해도 갈 때는 빈손으로 가는 것을 하물며 어찌하여 부모형제와 이웃과 담을 쌓아가며 산단 말인가.쓸 때를 알고 쓸 줄 아는 사람이 세상을 잘사는 것,비우면 채워지지만 가득 찬 곡간은 벌레가 생기고 악취가 날 뿐인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
모두가 보시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그야말로 아름다운 세상, 살맛 나는 세상일 것이다.
쓸 수만 있다면야 쓰면 좋겠지만 보시가 꼭 큰돈을 써야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타인에게 미소와 따뜻한 말 한 마디, 친절, 따신 마음을 주는 것도 돈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보시 중에 보시다.
보라! 아침이면 맑은 공기와 함께 타오르는 태양의 희망 메시지와 나무 위에서 재잘대는 새들의 노래 소리는 사람에게 하루의 일과를 기쁨으로 맞을 수 있는 보시인 것이다.
우리들은 준 것도 없이 너무 많은 보시를 받기만 하며 살아간다.
뜨거울 때 그늘을 주는 커다란 나무도, 싱그러움과 달콤한 맛을 주는 과일도 한 몸 던져 보시하고 있지 않은가.생각해보면, 마음을 비우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나 비우고 한마음 내어보면 얼마나 홀가분하고 편안한지 모른다.
헛되고 헛된 것이 세상만사이다.
마음을 비워 그 빈 공간에 밝고 맑고 긍정적인 생각과 감사하는 마음과 사랑으로 가득 채워지길 바랄 뿐이다.
버리고 비우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배려하고 한 발짝 물러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늘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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