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0.10 |최종수정2009.01.12 13:51:50국제금융 위기 불구 큰 흔들림없어감독 대출기준 엄격, 건실한 경제성장 '한 몫'전례가 없는 국제금융위기 속에서 호주 주요 은행들은 건실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금조달 상황은 전반적으로 악화됐지만 미국, 영국, 유럽에서와 같은 심각한 불안 조짐은 없다.
'빅4 뱅크'를 포함한 호주 은행은 왜 강할까(Why Australian banks are standing strong?) ANZ은행 사울 이스레이크(Saul Eslake) 수석경제분석가의 진단을 중심으로 요약했다.
전세계적인 금융대란의 위기 상황에서도 호주 은행이 크게 위축되지 않는 이유는 대체로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호주 은행은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모기지를 경솔하게 대출(imprudent mortgage lending) 하지 않았다.
이른바 비우량 서브프라임('sub-prime') 모기지는 전체 홈론 중 1% 미만에 불과하다.
호주에서는 '로독(low-doc)' 또는 '노독(no-doc)'홈론으로 부른다.
세금신고 관련 증빙서류가 아예 없거난 거의 없이 신청자의 수입 명세만으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이런 명칭이 붙었다.
이 홈론상품의 주고객은 자영업자들이다.
(자영업 비중이 큰 한인사회에서 로독 홈론의 점유율은 수십배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 로독 홈론은 은행 보다는 모기지전문대출업체들의 주력 상품이란 특징이 있다.
호주은행은 부동산 가치대비 홈론비율(LVR: loan-to-valuation ratios)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대출심사에서 탈락시킨다.
그만큼 위험 부담(상환불능)이 높기 때문이다.
호주의 금융감독과 법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엄격한 점과 금융기관 자체의 대출기준이 까다로운 것도 호주 은행이 안전하다는 긍정적인 이미지에 한 몫 해 왔다.
호주중앙은행(RBA)은 2000년대초 저금리시대에 다른 나라들처럼 기준금리를 지나치게 낮게(2-4%선) 오랜 기간동안 유지하지 않은 소수에 속한다.
호주 RBA가 미국 연방준비이사회(US Federal Reserve)처럼 저금리를 유지했다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대출이 이루어져 더 많은 기업이나 민간인들이 고금리 시대에 고충을 받았을 것이며 현재의 금융위기에 큰 손실을 당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중앙은행이 얼마나 정치적 입김과 선거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척도다.
둘째, 호주은행은 미국의 비우량모기지를 담보로 한 주식형증권을 유럽계 은행들처럼 대량 매입(투자)하지 않았다.
또 미국 모기지시장에서 직접 경쟁에 나서지도 않았다.
이런 연유로 다른 대형 외국계 은행들이 천문학적 액수의 자산 절하(장부상 평가절하, write-downs)로 인해 손실을 봤거나 도산위기에 직면했지만 호주은행은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셋째, 호주 경제가 대부분의 서방 선진국 경제 보다 오랜 기간동안 높은 성장률이 지속됐다.
대출 당시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더라도 불황기(recessions)에 은행은 항상 불량대출로 인한 손실을 본다.
호주 평균실업률(4.3% 선)이 30년 만에 가장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은 호주인들의 홈론상환이 그만큼 가능하다는 배경이 된다.
이런 결과로 호주은행의 상환불능자비율(default rates)이 다른 나라와 또 국내에서 과거 보다 매우 낮은 편이다.
호주는 또 홈론상환 불능상태에 처했을 때 소비자 보호 권리가 미국 보다 큰 편이다.
넷째, 호주는 미국의 베어스턴스나 리만브러더스같은 순수 의미의 투자은행(investment banks)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가장 근접한 예가 맥콰리뱅크인데 맥콰리는 미국계 투자은행들처럼 대출비율이 높지 않고 투자 대상이 매우 광범위하다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이른바 단기투기성 자금인 헤지펀드(hedge funds)의 M&A(인수합병) 대상에서 제외될 수는 없지만 호주 투자은행들은 비교적 헤지펀드의 '먹잇감'(타깃)이 되지 않았다.
또 시티뱅크에 인수된 워싱턴뮤튜얼(Washington Mutual, 와무)같은 미국계 은행들이 모기지대출에 크게 의존하는 반면 호주 은행들은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호주 은행의 취약점은 대규모 국내외 자금조달(wholesale funding) 시장에 의존하는 경향이 매우 큰 것이다.
호주 은행의 자금시장 의존은 고객의 여신금리와 수신금리 차이만큼을 보전하기 위함인데 요건은 호주인이 소득 이상의 지출로 인한 경상수지적자를 반영하는 것이다.
호주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경상수지(무역수지) 적자가 큰 나라다.
세계 최대의 경상수지 적자국인 미국은 적자의 2/3를 외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달러 매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비해 호주는 거의 전적으로 은행의 해외 차입에 의존한다.
경상수지적자 2위국인 스페인은 EU회원국이기 때문에 독일의 흑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3위인 영국은 정부 부채조달로 충당한다.
호주 은행들의 해외 자금시장 의존은 조달비용이 국내 기준금리 보다 그만큼 국제동향에 민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주의 국내저축만으로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금(투자)을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호주 은행이 경상수지적자를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은 호주경제가 건실한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주요 요건이 된다.
고직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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