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유 성분에 따라 녹색, 황색, 빨간색으로 표시소비자단체와 식품업계 찬반 대립, 정치권도 가세식품 포장에 함유성분에 따라 교통 신호등 색깔로 표기해 소비자들이 구매에 참고하도록 하는 '식품 신호등제’ 도입을 놓고 호주의 소비자단체와 업계가 대립하고 있다.
호주 연방 및 주정부가 올 12월부터 도입할 예정인 신호등제(traffic light system)는 판매되는 식품의 지방, 설탕, 소금 등의 함유량에 따라 녹색, 황색, 빨간색 등의 원형 스티커 모양으로 표시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는 제품 표면의 성분표시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쉽게 어떤 성분이 많은 제품인지를 쉽게 구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를 통해 나트륨, 지방, 설탕 등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건강을 해치는 성분을 지나치게 많이 함유한 제품의 소비가 줄어 결국 국민건강이 제고되는 효과가 있다는 게 호주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도입을 두고 관련업계와 소비자단체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도 가세하고 있어 입법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주목된다고 언론들이 29일 전했다.
설탕업계와 호주음식료협회(AFGC) 같은 식품산업 단체들은 포화지방을 함유한 우유, 천연설탕을 함유한 과일쥬스 같은 일부 자연식품을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식품 신호등제에 결사 반대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28일 캔버라에서 열린 전국대회에서 일부 사례 공개와 함께 교통신호등제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사례 공개에서 국민당의 론 보스웰 퀸슬랜드 상원의원은 건포도의 설탕 함유량에 대해 한개의 빨간색 신호등을 주었다.
음식료협회도 우유를 대상으로 지방, 포화지방, 설탕은 세개의 황색 신호등, 소금은 녹색 신호등으로 평가했다.
코카콜라에 대해선 지방, 포화지방, 소금은 녹색 신호등, 설탕은 빨간색 신호등을 주었다.
닐 블레웨트 전 연방 보건부 장관이 올 1월 식품 라벨 보고서(food labelling report)에서 권장했던 식품 신호등제에 식품업계는 반대하는 반면, 소비자 단체 초이스와 공공보건 운동가들은 강력한 호응을 보이고 있다.
식품 라벨에 대한 블레웨트 보고서는 성분 함유량에 따라 식품의 건강, 불건강(unhealthy)을 상징하는 녹색과 빨간색 심볼을 자발적으로 도입할 것을 권장했다.
????AFGC 최고경영자(CEO) 케이트 카넬 씨는 "식품 신호등제가 현재의 성분표시 제도보다 낫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면서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카넬 씨는 "빨간색 신호등은 ‘제품을 먹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치즈, 올리브 오일 같이 건강에 매우 유익한 제품도 최고 세개의 빨간색 신호등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호주음식료협회는 여론조사기관 뉴스폴의 조사결과도 식품 신호등제 도입의 필요성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음식료협회의 의뢰로 수행된 뉴스폴의 설문조사 결과 호주인의 64%는 제품 포장 앞면에 부착된 현존 식품 영양표시제(nutritional labels)가 이해하기 쉽다고 답변했고, 55%는 영양표시제가 무슨 제품을 살지 결정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영양표시제를 이런 목적으로 이용해왔다는 응답자도 39%였다.
영양표시제는 소비자가 제품을 섭취할 경우 지방, 탄수화물, 기타 영양소의 하루 섭취 권장량의 비율을 표시한다.
이에 반해 초이스 등 호주의 소비자 및 공중보건 관련 단체들은 "소비자들이 더욱 쉽게 성분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식품 신호등 제도가 신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조만간 이 제도의 필요성을 알리는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설 방침이다.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야당인 국민당은 지난주말 식품 신호등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호주 정부는 법 시행 전까지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하기로 하고 각 주정부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권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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