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08 |최종수정2009.05.12 08:39:41"호주, 섣부른 회복 기대감 금물"예산적자 눈덩이, 중산층 전문직 실직 확산호주 의류업계의 강자였던 퍼시픽 브랜드(Pacific Brand)의 호주 공장 철수로 1850명 해고, 영업이익이 급감한 콴타스항공사 1,250명 감원, 매출 격감으로 시달리는 차량업계의 홀덴 530명 감축, 포드도 350명 감원. 지난 해부터 연초까지 호주의 대표적인 대기업들의 고용 감축 소식이 꼬리를 물고 발표됐다.
방송사 채널10과 금융사 AMP캐피탈은 일자리를 줄이는 대신 급여없는 휴가를 갖도록 직원들에게 권유를 했다.
일부 기업은 주당 평일 4일 근무제를 고려하는 등 '고륙지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같은 감원이 중소기업으로 급속 확산되면서 불황의 파급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고용 시장의 어려움을 망망대해에서 지도나 나침반이 없는 항해와 비유된다.
방향타 역할을 하는 지도자(rudder)가 없다는 것도 불리한 요건이다.
실업률 5.7%, NSW 7% 육박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수익과 자산가치 상승의 시기였다.
이 배경에는 저금리와 대출의 용이함에 힙 입어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부채가 큰 몫을 차지한다.
이른바 '애셋 버블(asset bubble)'이다.
비판적인 시각의 경제학자들은 소비자들이 새 집, 첨단 가전제품, 수영장 등을 구비하면서 '허황된 빚잔치의 호황(ponzi prosperity)' 시대에 살았다고 꼬집는다.
호주중앙은행(RBA)의 가구당 소득대비 부채 비율(household debt-to-income ratio)이 10년 전 61%에서 현재 141%로 껑충 뛰었다.
이는 $100의 수입으로 $141을 지출하는 과소비를 뜻한다.
부동산 가치상승 시기에 가구별로 새 승용차와 대형 평면 TV와 투도어 냉장고 등을 비롯한 홈엔테인먼트및 가전 설비, 빈번한 국내외 여행, 임대용 부동산 매입 등 호주에서도 투자의 열풍이 불었다.
2008년을 고비로 이같은 과소비 풍조는 철퇴를 맞았다.
개인적으로 소비를 억제하고 빚을 줄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는 과제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차원에서는 경제 침체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부채 감축은 소비(지출) 절약을 의미하며 이는 곧 경제규모의 축소, 고용 감축과 실업 증가의 도미노 효과를 나타낸다.
이런 물고 물리는 경제 역학관계를 감안해 케빈 러드 총리는 지난 연말 1차 경기부양책를 펼치며 저소득층에게 900불 지원하면서 소비를 권장했다.
또 고용창출 파급효과를 기대했다.
자산가치 지난해 11.8% 폭락불경기는 자산가치(부동산 주식 기타 자산)의 하락을 의미한다.
지난 해 호주인 자산보유가치가 역대 최대인 11.8% 폭락했다.
1인당 자산보유 평가액(부동산 포함)이 $224,000로 전년도 보다 $24,000 하락했다.
이 하락 규모는 48년 만에 최대 폭락이다.
주요 원인은 주식시세의 45% 폭락, 연금 14-25% 하락, 고가주택 시세 20% 폭락 등 이다.
경제학자 킨(Keen)은 "향후 2년간 집 값이 20% 폭락하고 실업률이 폭등할 것"이라면서 "실업률이 2010년말 15%로 악화될 것"으로 우울한 전망을 했다.
호주 1인당 국민소득 4만3천불→3만4천불이번 주 발표된 IMF(국제통화기금)의 국민 1인당 소득 통계에 따르면 호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만4천불에서 3만5천불(이하 미화)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이 소득 수준은 2007년 4만3천불, 2008년 4만7천불 보다 1만-1만3천여불이 하락한 것이다.
환률 영향도 있지만 불황이 최대 요인이다.
2014년까지 4만불이 넘지 못할 것이란 IMF의 부정적인 예측이 타당성이 의문시되지만 분명한 것은 올해와 내년 국민소득은 전년도에 크게 미달될 것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한국도 2007년 2만1천여불에서 지난 해 만9천불로 올해는 만5천불로 급락한 뒤 2014년까지 만9천불로 2만불에 미달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직도 '고용 악화' 심화비관적 전망은 실업률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4% 선에서 악화가 시작돼 8%선에 멈출 것이란 것 낙관적 예상도 있었지만 고용주들리 직원을 10-15% 감축한다면 10%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4명 중 한명 꼴로 임시직(temporary worker)의 고용 형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현재 호주의 2백만여명 임시직(casuals)은 명퇴 수당(redundancy pay) 또는 퇴직 보상금(leave entittlements) 등이 보장되지 않는 고용 취약계층이다.
시드니대 작업장연구소(Workplace Research Centre) 마이크 래퍼티 수석분석가는 "과거 저소득 그룹에서 임시직 점유율 높았지만 이번 불황의 특징은 고소득 직종에 큰 파급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T 전문직, 금융시장 종사자, 변호사 등 직종을 전문직 전 업종에 걸쳐 고용감축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해 3만3천명 '모기지 파산'상환 불가능한 부채에 직면해 파산(bankruptcy)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해 3만3천명의 모기지 디폴트(mortgage defaults)가 있었다.
NSW에서 4천건 이상의 강제 퇴거명령이 발부됐는데 시드니 남서부 리버풀과 페어필드가 호주 전역 중 가장 모기지 스트레스 심각한 지역으로 꼽혔다.
(통계 핏치 신용평가(fitch ratings) 참조)그러나 이같은 모기지 스트레스가 시드니 동부와 시내 인접지 등 부촌으로도 파급되고 있다.
라이카르트 지역신문 글리브(The Glebe)는 올해 초 19채의 주택이 강제매각( repossessions)됐다고 밝혔다.
고소득층에서 모기지 디폴트는 고액의 상여금이 없어지거나 해고된 경우 빈번히 발생한다.
이 여파로 호주 최고 주택가의 집 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드니 노스쇼의 모스만은 -21%, 울라라 -24%, 브론테 -30%, 멜버른의 투락 -14%, 큐(Kew) -8%, 이스트멜버른 -35% 등이다.
마틴 노스 후지쓰컨설팅 대표는 호주 정부가 글로벌 경제 불황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임 강조하지만 호주 인구당 모기지 비율은 영국이나 미국의 2-3배로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의 집 값이 호주 보다 싼 관계로 모기지 금액도 낮은 편이다.
첫 주택매입자 지원금으로 버블 붕괴 직전 바이버들이 몰리는 경향을 그는 우려하면서 "이같은 저금리와 대출 용이 상황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비우량홈론 대출) 쇼크가 시작됐으며 호주에서 불황은 이제 서막이 올랐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투자 시기에 대한 질문에서 누구도 지금이 적기다 또는 아직 이르다는 답변을 확신 있게 제시하지 못 한다.
그 이유는 전반적 경기회복 속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2003-04년 부동산 침체시작 시기에 매입했던 시드니나 멜버른의 고층 신축아파트 분양가격과 4-5년 지난 현시세를 비교해 보면 이 시장은 "가격 상승이 거의 미미하다"는 윤곽이 잡힌다.
단기 투자로 이익 보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 끝이 났다는 뜻이다.
아직도 이런 투자를 앞세워 유혹을 한다면 일단 의심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계산(수익성)에 근거하지 않은 감정적 투자매입으로 10% 디포짓을 물론 그 이상의 피해를 본 사례가 공개되지 않았을 뿐 많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 피해자 중에는 상당수의 한인들도 포함돼 있고 잘 못된 부동산 피해로 가정이 깨진 사례도 있다.
상환불능시 은행권 파산 서둘러호주 최대 민간 채무청산회사 Prushka CEO 로저 멘델스존 "은행들이 상환불능 홈론(non-performaing loans)을 빠른 기간 내에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은행 주가와 자금 차입 비용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신용등급(credit ratings)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제니퍼 그라시 재무설계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기관들과 협상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뚜렷한 변화를 비교라면서 "많은 은행들이 홈론 상환자가 융자상환을 못하게 될 경우 파산 선고를 권유한다"고 비난했다.
은행은 파산 처리로서 문제의 홈론을 장부에서 삭제하고 손실로서 세무처리(tax as a loss)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통신사 임원에서 텔레마케팅 영업사원으로50대 초반 명퇴 후 '취업 장벽' 실감시드니 서부 퀘이커스힐에 자녀 한명과 함께 거주하는 프랭크 보파(54세, 텔스트라 서비스 매니저)는 2008년 헤드헌팅의 대상이 돼 텔스트라에서 명퇴수당을 받고 퇴직했다.
그는 맥콰리파크 소재 통신업체 BTAS를 이직한 후 두달만에 일자리 다시 잃었다.
과거 연봉은 10만불 이상이었다.
현재 생계를 위해 콜센터에서 근무 중이다.
또 그의 아내도 장부정리(경리사원)로 파트타임 근무 중이다.
퇴직연금 중 8만불은 이미 손실됐다.
NSW 북부(뉴캐슬 인근) 아나베이(Anna Bay)의 임대 부동산을 2003년 37만불 매입했는데 이제 처리할 계획이다.
포크스바겐 골프 승용차도 판매 예정이다.
그의 주변에는 과거 직장에서 잘 나가던 동료들 중 퇴직 후 일자리 전혀 못 구하는 경우가 많다.
제니퍼 페이지 사례세 자녀가 있는 직장 여성 주부 제니퍼 페이지(46세)씨는 지난 3월 21일 NAB은행으로부터 그녀의 융자(line-of-credit 모기지) 구좌가 폐쇄됐다는 통고와 융자금 전액 28만3천불을 즉시 갚으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그는 지난 연말 갑상선암 수술 받으면서 성탄절까지 융자상환을 못 한 것이 화근이 됐다.
수술 후 경리로 재취업돼 이제는 재상환에 문제가 없어졌지만 은행측은 최근 계좌 폐쇄를 통고해 은행측과 분쟁을 하고 있다.
그녀는 "왜 라인오브크레딧(신용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융자를 조절할 수 있는 편리성이 있는 모기지 형태)으로 홈론을 선택했는지 의문"이라고 후회를 하고 있다.
아마도 모기지 브로커의 중개 수수료가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이 사례는 은행측의 분쟁심판부서에서 심의 중이며 아직 결말이 나오지 않았다.
재교육으로 '변신' 노력도 필요 불황으로 자산의 많은 부분에서 가치가 하락했다.
주식과 부동산에 자산이 묶인 상황에서 가급적 부채를 줄이고 직장(고정 소득원)을 고수 하는 것이 생존의 관건이다.
그러나 고용감축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retrenched) 경우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스스로 고용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것을 요구한다.
또 여유 돈(은행 예금 등)이 없어 부채(홈론, 신용카드 등) 상환이 가능하지 못하고 실직 상태가 중장기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상환이 밀리기 전 가급적 빨리 대출기관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 청하도록 충고한다.
은행 측의 협조가 없는 경우 재무카운셀러와 상담을 시도해 본다.
또 업종을 바꾸는 목적으로 재교육(re-skilling) 방안도 검토할 것. 구세군 고용담당 키릴리 트리스트 카운셀러는 "비록 실직에 처할지라도 오픈 마인드를 갖고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무직 종사자였더라도 단순 직종이나 노동직도 고려해야 한다.
노인및 아동복지시설, 청소용역 등 노동시장 또는 고가 관광시장 등 눈여겨 보고 때로 지역별 고용시장(local job network provider)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의 즐거움과 슬픔(The Pleasures and Sorrows of Work)의 저자인 알레인 드 보튼은 "직업 전환은 컴잉아웃(coming out)과 흡사하다"고 비유했다.
한 예로 회계사가 목수가 되겠다고 말할 때 주변 사람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주변인들의 기대감(예상) 때문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고 그는 충고한다.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직순 기자-----------------파산신청 10년래 최고 악화중산층도 파급, 3월 전년대비 64% 껑충경제 불황 여파가 호주 소규모 사업에도 확산되면서 파산율이 10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호주증권투자감독원(ASIC)에 따르면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법인이 1,095건으로 1년 전 668건 보다 무려 64%나 껑충 뛰었고 2월 보다 37% 증가했다.
지난 5년 간 3월 추세는 2007년 729건, 2006년 750건, 2005년 588건이었다.
주별로는 퀸스랜드가 115% 급증, 전국 최악이었다.
NSW와 빅토리아는 각각 40% 증가했다.
파산업협회(Insolvency Practitioners Association)의 폴 쿡 회장은 "파산이 중산층 호주인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불황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파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중소기업 파산 사례는 NSW에 본사가 있는 섬유회사 맨수어(Mansours). 이 회사는 매출 격감으로 결국 5월 1일 청산 절차를 신청, 21개 매장이 폐점했고 50여명의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었다.
청산업체 BRI 페리어의 마틴 그린 청산전문가는 "이 분야에서 3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페리어 홋지슨의 파트너 스티브 셔만도 "제조업이 최악의 업종이며 심지어 술집들(pubs) 조차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빅4 은행 중 NAB의 문제성 채무(impaired loans)는 2008년 후반기 2억2천2백만불에서 5월초까지 4억2천3백만불로 거의 두배 증가했다.
악성 채무(bad loans expenses)가 18억불로 당초 예상 보다 3억3천만불이 커졌다.
조셉 힐리 NSB 사업자금융 책임자는 "호주 경기의 둔화 속도가 은행권의 예상 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체의 자금난이 급속 악화되는 것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ANZ은행도 악성 채무증가가 중간 소득 고객층에서 크게 늘고 있다고 보고했다.
고직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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