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15 |최종수정2009.05.14 17:18:06경제 난국... '실업 최소화' 역점"사상최대 적자예산 불가피" '조기회복' 전망 ;노인연금 증액, 2017년부터 퇴직연령 67세 13일 발표된 2009/10년 예산안은 여러 측면에서 예년의 예산편성과는 다른 특징들이 있다.
첫째 576억불의 사상 최대 예산적자와 불가피론이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급증한 이유는 불황으로 세수가 대폭 격감했기 때문이다.
러드 정부는 75년 만에 최악의 불황(recession) 조기 타개와 실업률 여파 최소화에 이번 예산편성의 역점이 두어졌다고 설명했다.
러드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예산편성에서 웨인 스완 재무장관은 '가장 어려운 시기(불황)의 어려운 선택(hard choices for hard times)'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적자가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7년 후 적자예산 탈피 예상"불황 여파로 인한 세수 축소가 2009/10년 500억불을 포함해 향후 4년간 2100억불로 추산돼 내년 회계연도 예산적자 폭이 576억불로 GDP의 4.9%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적자폭은 2010/11년 571억불(4.7%) 2011/12년 445억불, 2012/13년 282억불로 줄어들면서 2015/16년부터 적자를 벗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측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이 예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야당은 적어도 10년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 할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두 번째는 조기 경제회복 예측이다.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2009/10년 -0.5%로 불황이 지속되지만 2010/11년부터는 +2.25%로 성장세로 전환될 것이며 2011/12년에는 +4.5%의 높은 성장률을 전망했다.
물론 이 예측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세 번째는 퇴직연령이 늦춰진다는 점이다.
노인연금(age pension) 수혜 연령이 현재 65세에서 2017년부터 67세로 늦춰진다.
이는 선진국의 공통적 문제점인 인구고령화(aging population)에 따른 현실 때문이다.
호주에서도 60대 중후반이나 70대까지 직장 생활이나 자영업으로 일을 해야 하는 시대가 점차 도래하고 있다.
과거 55세 이상이면 은퇴를 고려했던 것은 옛 이야기가 됐다.
더 오래 동안 더 열심히 일을 하지 않을 경우 생활고에 직면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이번 예산에서는 처음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했고 2017년부터 노인연금 수혜 연령을 67세로 연장된다고 발표했다.
현재 50대에 진입한 경우 퇴직 연령이 70세로 또 늦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네 번째는 인프라 투자의 3차 경기부양책이 포함됐다.
도로 철도 항만 등 교통인프라와 청정에너지(태양열 에너지 15억불 투자)에 220억불을 투자하는 경기부양책을 통해 약 21만명의 고용증진 효과를 기대한다는 점이다.
1, 2차 경기부양책이 중저소득층에게 현금 보너스를 지불해 소비를 진작시켜 고용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반면 이번 인프라 투자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고용증진이 주목적이다.
다섯 번째는 이번 예산편성에서 혜택이 큰 계층이 노인연금 수혜자과 출산 직장인 등이다.
독신자 노인연금(single-aged pension)은 주당 $32.49, 부부 수혜자는 주당 $10.14씩 인상된다.
이 인상은 장애인과 간병인 참전용사 수당에도 적용된다.
출산 후 18주동안 유급신생아양육(paid parental leave) 지원금으로 주당 $544를 받게 된다.
청년수당(Youth Allowance) 또는 ABSTUDY(학비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대학생 부모의 소득하한선이 $32,800에서 $42,559(2009/10년)로 인상돼 약 67,800명 추가 혜택이 예상된다.
거시경제 예측08-0909-1010-11실질 경제성장률(GDP) 0-0.502.25고용증가-0.25-1.500.50실업률6.008.258.50급여상승률(WPI)4.253.253.25물가상승률(CPI)1.751.751.50경상수지적자(CAD)5.005.255.75지출 확대 및 삭감 '양면성'여섯 번째 특징은 지출 증감의 양면성이다.
시드니모닝헤럴드紙 13일字 예산 특집 논평 제목은 "한편으로는 예산을 지원하고 다른 한편으로 지출을 삭감하는(Giving with one hand, and taking away with the other) 서로 상충된 예산 편성"이었다.
헤럴드紙의 로스 기틴스 경제전문 대기자는 "마치 폭풍 도착 전 이미 복구를 염두에 둔 것(planning the clean-up even before the storm arrives)"이라고 비유하면서 "치밀하게 계산된(subtle & sneaky) 양면성"이라고 표현했다.
지출 확대(인프라, 노인연금 등)와 지출 삭감(퇴직연금 세제혜택 상한성 조정, 개인의료보험 환급에 자산평가 도입)이 혼재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이 전략(대응책)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또는 올해 중반부터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불황의 폭이 예상 보다 훨씬 더 클 경우 이번 예산편성은 효과가 퇴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국지 '디 오스트레일리안紙도 "조기 경기회복 기대감이 크다"는 논평을 통해 "이번 예산 편성이 현재(불황)와 미래(경제회복), 선심쓰기와 돌려받기(giveaways and take-aways)라는 양면성이 있다"고 분석했다13일字 데일리텔리그라프紙는 호주 배우 휴 잭만이 출연한 최근 개봉작 X맨의 울버린으로 러드 총리를 등장시켜 '면도날 러드(Razor Rudd)'라는 제목을 붙였다.
칼날을 휘두르며 지출을 삭감하는 코믹스런 삽화로 러드 총리를 꼬집었다.
헤럴드紙는 예산특집판 첫 면에 가위질을 하는 사진과 함께 '지출, 삭감 그리고 차입(Spend, Cut & Borrow)'이라 제목을 붙였다.
또 "스완(재무장관)의 계획이 효과가 있을까?(Will Swan's plan work?)"는 부제를 첨부했다.
기술이민유입 25,400명 줄어국경 경비에 인신매매 방지 6억5천만불, 국가 안보 6억8천만불, 아프가니스탄 동티모르 솔로몬섬 파병지원 17억불 등 예산이 증액된다.
2009/10년 기술이민 유입은 또 6,900명이 감소한 108,100명으로 줄었다.
지난 3월 크리스 에반스 이민장관은 2008/09년 기술이민을 133,500명에서 115,000명으로 18,500명 감축을 발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기술이민 유입이 25,400명이 줄어든 셈이다.
인도주의 항목은 13,750명으로 변동이 없다.
가족재결합 항목의 유입은 3,800명이 증가한 60,300명이다.
산업계와 언론계의 최대 연례 행사인 에산안이 매년 5월 초에 발표되면 개인 입장에서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이 호주사회의 관례다.
그런데 올해는 이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정부의 지출(플러스)과 혜택 삭감( 마이너스)의 합산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예로 올해와 내년 7월에도 소득세인하 혜택(tax cut)이 적용된다.
세제혜택은 연소득 10만불인 경우 올해 7월부터 주당 $10.58, 내년에는 주당 $9.62 (2년 합계 $20.20)이 주어진다.
그러나 연 7만5천불(독신) 또는 부부당 15만불 이상의 고소득자는 개인의료보험 환급(30%) 혜택이 없어진다.
고소득자가 개인의료보험 가입을 해지하는 경우(uninsured high-income taxpayers) 메디케어 사용료(Medicare sur-charge)가 더욱 커지는 부담을 지게 된다.
또 고소득자의 퇴직연금을 이용한 절세혜택도 15%로 줄어든다.
소득 세율 (2009년 7월 1일부터)▲ 0-$6,000: 0% ▲ $6,001-$35,000: 15% ▲ $35,001-$80,000: 30% ▲ $80,001-$180,000: 38% ▲ $180,001+: 45%중저소득층도 '당근과 채찍'러드 정부는 중저소득층에게도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1, 2차 경기부양책을 통해 현금 보너스를 지원한 대신 A그룹 패밀리세제혜택(family benefit part A)은 3년 간 인상되지 않는다.
소득이 늘어난 가정은 혜택이 줄어들거나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증가하도록 조정됐다.
부모로부터 독립한 청년들에게 지원되는 수당(Youth Allowance) 수혜 자격도 강화된다.
독립(independent)을 입증하기 위해 최소 18개월 동안 주당 30시간 이상 근무를 해야 한다.
이같은 긴축과 절약(scrimping) 정책은 노인연금 증액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일환이다.
노인연금 수혜자는 이미 지난해 크리스마스 보너스로 독신자는 $1,400, 부부는 $2,100을 받았다.
물론 노인연금도 앞으로는 자산평가(income test)를 받아야 하지만 기존의 수혜자는 예외다.
이번 예산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노인연금 수혜연령이 2017년부터 67세로 늦춰지는 것. 인구고령화(ageing population)를 감안해 이 이슈는 야당도 지지하고 있다.
첫 내집매입자 지원이 6개월 연장된 것은 올 후반기의 실직자 급증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7-9월 석달 동안 종전과 같은 혜택을 받지만 10-12월 기간은 혜택이 축소된다.
기존 주택 매입자는 $14,000에서 $10,500으로, 신축주택 매입자는 $21,000에서 $14,000으로 지원이 줄어든다.
이번 예산에서 이미 실직 상태인 실업자를 위한 특별한 대책이 누락된 것은 노동당 예산 중 다소 '의외'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는 220억불의 교통 인프라 투자사업으로 약 21만명 고용 증진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야당은 정부가 1, 2차 경기부양책으로 예산 지출을 펑펑 늘렸고 그 결과로 사상 최대 예산 적자를 초래했다고 맹렬히 비난을 하고 있다.
2012/13년까지 순 부채가 1880억불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러드 총리는 4월 현재 5.4%인 실업률이 2010년말 8.5%로 급속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경기부양책이 없었다면 두 자릿수 실업률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하며 70여년만의 최악의 불황을 조기에 타개하기 위해 2015년까지 적자예산 기조는 불가피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최소 10년 동안 예산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며 그 고통은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닉 제노폰 상원의원(무소속)도 "지금 매입하고 돈은 다음에 갚으면 된다(Buy now, pay later)"는 방식의 '하비노만 마케팅 스타일의 예산 편성'이라고 비아냥댔다.
경제전문가들 "대체로 무난"그러나 호주 경제 전문가들은 러드 정부의 두 번째 예산 편성에 대해 대체로 무난 또는 적절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AMP캐피탈투자의 쉐인 올리버 수석경제분석가는 "현 상황에서 적절한 편성"이라고 논평했다.
불황에서 벗어나야 하는 단기 목적에 충실한 편성으로 예산적자 급증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합격판정을 내렸다.
ANZ은행의 호주경제담당 워렌 호간 수석분석가도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야당이 주장하는 적자예산 의 조기 감축은 무리한 요구라는 정부의 주장에 동의했다.
물론 경제분석가 중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올리버 분석가는 불황의 회복 조짐이 있을 때 과도한 지출 삭감으로 불경기가 장기화된 정책 실패(판단 미스) 사례로 1930년대와 1990년대 일본 불황 장기화를 꼽으며 "예산 적자를 조기 탈피하려다 낭패를 당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충고를 했다.
그러나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2011/2012년 경제성장률 예측 +4.5%는 급속 회복에 대해서는 무리한 기대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2015/16년 예산흑자 전환 예측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는 경기부양책의 효과와 올 중후반기 추가 금리 인하로 모기지 상환부담 경감 등으로 낙관적 경기 회복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산업계는 '찬반 분분'호주산업그룹(Australian Industry Group)은 조심스럽게 환영 반응을 나타냈지만 2010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호주상공회의소(Australian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 ACCI)는 비즈니스 세제 감축이 없다고 실망감을 보였다.
전국노인연합(National Seniors Australia)은 노인연금 상승에 환영 성명을 냈다.
호주사회서비스위원회(Australian Council of Social Service)도 노인연금 인상 환영했지만 독신 부모, 청년, 실업자 지원이 누락된 것에 대해 실망감을 표명했다.
주요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도 '문제 없음'는 반응을 보였다.
스탠더드 앤 푸어(Standard and Poor's)와 무디스(Moody's)는 호주 재정 건전성을 높이 평가하며 최고등급 'AAA'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핏치신용평가(Fitch Ratings)는 호주환 투자는 종전대로 'AAA'를, 외국환 투자는 'AA-plus' 등급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웨인 스완 재무장관의 두 번째 예산편성은 불황 국면에서 당초 예상된 강한 삭감 요인이 별로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점은 2011년 후반 러드 정부의 재집권 여부를 가늠하는 연방 총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직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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