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입니다.
또 다시 부산한 토요일 아침이 시작되네요.저희 가족은 토요일 아침이면 린필드 한국학교로 총출동 합니다.
세 살배기 큰 아이는 유아반 수업을 위해서, 갓 돌 지난 쌍둥이는 중학생 언니 오빠들 사회를 가르치는 엄마를 따라 그리고 남편은 제가 수업을 하는 동안 이 아이들을 돌봐야 하므로 그래서 우리 가족은 토요일 아침이면 모두 부지런히 학교 갈 준비를 하고 부랴부랴 학교로 향합니다.

한 아이 옷을 갈아 입혀 놓고 다른 녀석 준비하고 있는 동안, 그 사이 한 녀석은 우유를 엎질러 놓고 온몸 마사지를 하고 있고, 큰 녀석은 오늘의 컨셉을 살려줄 구슬 목걸이 색깔 선별하느라 엄마를 수도 없이 불러대며, 엄마 늦었다 차에서 고르게 다 가지고 가자 어서 신발 신어라 서두르면, 또 한 녀석은 갑작스런 배변의 기운을 느끼며 요지부동 최선을 다해 기저귀를 물들이고 있습니다.
늘 이렇게 진땀 나게 소란스런 토요일 아침이지만 저희 가족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고 오히려 기분 좋은 요란함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아이들 뱃속부터의 경험이니 당연하겠지요. 임신 기간 내내 토요일이면 옷의 배부분에만 까무잡잡한 때가 타도록, 보푸라기가 일도록 선생님들, 학부모님들 그리고 학생들이 오가며 배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구내식당에서 간식 먹으며 뱃속 아가들도 무럭무럭 자랐었지요. 학교의 정기를 고스란히 받고 태어난 아이들이니 학교 가는 걸 저 만큼이나 신나 한답니다.

사회수업은 세상의 모든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합니다.
남북 통일은 이루어져야 할까? 여성도 군대를 가야 양성평등이 실현될까?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은 정의인가? 동물 실험은 필요악인가? 아마존의 산림은 개발되어야 할까? 등의 주제로 각자의 견해를 펼치며 열띤 토론을 펼치다 보면 학생들 개개인의 개성과 매력이 재기 발랄하게 퍼져나옵니다.

제가 수업시간 내내 일관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한가지 입니다.
‘세상의 모든 어려운 문제들, 때론 갈 길을 잃고 방황하게 할 난관들이 닥칠 때,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과 정의를 바라보는 눈에 보이는 길이 바로 내가 가야 할 길이다.
’ 이는 제가 추구하는 삶의 신념이기도 하고 모두가 그런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하지만 한편 무척이나 추상적이고 모호한 얘기 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반 천재들, 이 녀석들이 누구입니까? 세상의 어떤 주제를 가지고도 굉장한 응용력으로 우문현답의 미덕을 제대로 발휘하는 작은 철학자들입니다.
우리 반에서 내린 결론대로라면 세상에 어렵고 복잡한 일들 명쾌하게 해결 못할 것 하나 없습니다.
매시간 토론을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전하는 말은 ‘너희들의 이런 마음가짐이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힘이다.
이 다음에 성인이 돼 세상의 어그러지고 초라한 모양새를 바로잡을 때, 그 때 혹시 누군가가 언제부터 이렇게 훌륭했었냐? 물어오거든 바로 린필드 한국학교에서 사회 수업할 때부터였다고 솔직하게만 말해다오.’ 입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선생님은 감동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놀라운 재주가 있으시다’며 어이없는 큰 웃음으로 수업을 마무리 하게 됩니다.

때때로 졸업생들이 방문하는 날은 까치 까치 설날만큼이나 반가운 날입니다.
사회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사회 수업도 그리웠고 토론 시간 또 함께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 뭉클하게 고마우면서도 앞으로 더욱 많아질 사회반 학생들에게도 변함없이 린필드 한국학교에서 사회수업 했었다는 좋은 기억 전해주고 싶다는 책임감 가득한 욕심도 커집니다.
졸업생들과의 대화는 수업시간에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오가며 더욱 흥미진진합니다.

사회반 금기 1호인 ‘학급 내 연애금지를 어기고 사회반 친구랑 연애 했었어요’, ‘사실은 그 때 선생님 좋아했었어요’ 등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식의 충격고백은 듣고 또 들어도 마냥 즐거운, 함께한 추억이 있기에 더욱 신나는 이야기들 입니다.

저는 스스로 제가 린필드 한국학교의 생기 에너지 담당이라 이야기 합니다.
그만큼 제가 가장 요란하기도 하고 또 늘 싱글벙글 하기도 해서 하는 말인데, 사실은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저는 학교가 참 즐겁습니다.
학교에만 오면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 순식간에 몰아내고 날아갈 듯 유쾌해집니다.
학교에서 기분 좋은 에너지 맘껏 들이키고 제 삶의 활력까지 얻습니다.
학교는 제 삶의 충전소입니다.

린필드 한국 학교,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온새미로 빛나길 바랍니다.

린필드 한국학교 사회담당 교사 서준경
필자 주 - 온새미로는 가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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