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가인 지인중 한분은 매일 담배를 살 때마다 호주가 싫다고 말한다.
반대로 많은 분들은 구좌로 꼬박꼬박 입금되는 정부 보조금을 받을 때 호주는 참 좋은 나라라고 말한다.

결국 호주는 세금낼 때 나쁜 나라이고 수당을 받을 때 좋은 나라라는 말일 것이다.
왜냐하면 모두 아는 바와 같이 담배 가격의 60-70% 이상 상당 부분에는 소비세와 관세 또 이들 위에 더하여지는 세금 위의 세금인 GST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개개인에게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의 기준은 내가 얼마만큼 또 어떠한 혜택을 국가로부터 받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이전에 많은 한인 이민자들이 호주를 새로운 정착지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기본 권리와 노후가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호주의 담배가격은 정말 비싸다.
거의 매년 큰 폭으로 인상이 되지만 구매자들은 끊으면 된다는 간단한 논리에 억울함조차 호소하지도 못하고 잘못된 습관을 볼모로 상당한 간접 세금을 나라에 자진 납부하고 있다.
담배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의 논리는 간단하다.

담배와 술과 같이 국민건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물품에는 많은 세금을 부과하여 그 소비를 인위적으로 억제하고 국민들의 잘못된 습관으로 발생하는 경제적인 비용을 충당한다는 논리이다.
좋은 나라일수록 국민의 불행은 국가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호주에서 국민 한 사람이 담배나 술을 근거로 병에 걸리거나 몸이 아프다면 이는 본인뿐 아니라 국가 또한 상당한 지출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지불하는 병원비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의약품 보조, 실업 수당, 양육비 보조 또 술로 야기되는 모든 사고와 범죄의 사회적 비용 등등 소득세를 걷지 못하는 기회 비용의 상실을 감안하지 않고도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건강과 인간다운 삷에 직결된 비용을 모두 더 한다면 큰 국가재정 압박요인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적극적인 금연 캠페인의 주체가 되고 더 나아가 최근에는 반대를 무릅쓰고 담배 포장을 확일화하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역행하는 법안까지도 만들고 있다.

아직 부족한 면도 많지만 이제 한국은 많은 부분에서 국민들에게 복지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좋은 나라’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나라에서 받을 것이 있는 또 의지할 수 있는 선진국이다.
최빈국의 하나로 국가에서 받을 것도 줄 것도 없이 국민이 알아서 집 팔아서 병원가고 논 팔아서 학교가던 시대를 지나 국가에 기본 이상의 교육과 의료를 요구하는 사회이다.

정책적 우선 순위의 문제겠지만 한국은 호주도 못하는 무상급식까지 하는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두 나라의 담배와 술 가격의 차이에서 볼 수 있듯이 복지에 관한 한국과 호주는 큰 입장 차이가 있는 듯하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좋은 나라’가 되었기에 한국은 호주와 같이 시간을 가지며 ‘나쁜 나라’의 모습을 갖출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국가의 복지수준과 국민건강의 최대 공적인 담배와 술 가격은 비례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의 구조이다.
하지만 답배 한 갑에 2500원. 소주 한 병에 2000원 수준으로는 국민건강과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소비재의 수요를 통제하기는 무리이다.
또한 미래의 증가하는 국민건강에 관한 국가 의료비와 복지 지출을 감당하기에는 분명히 재고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의견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술과 담배 가격 인상은 어려운 일이다.
소비자인 일반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상황이고 관련 제조사, 유통 회사, 식당 등 손을 대기에는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초기부터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게 시작되었기에 절대적으로 높지 않은 인상도 국민은 크게 느낄 수 밖에 없다.
아마도 관련 부서의 지속적인 정책 건의가 있다하더라도 좌파정권이나 우파정권 모두 소비자와 생산자의 큰 불만의 목소리를 감수하면서까지 서민물가를 위협하는 정책을 밀고 나갈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체력은 국력’이란 어린시절 학교에 크게 써있던 문구가 기억난다.
다가오는 고령화, 고복지, 고의료비, 고세금 사회에 너무 잘 맞는 구호같다.
국민의 체력이 세금 자산이고 국민의 건강이 국가의 이익이 되는 사회에서 호주의 담배값이 주는 의미를 선거를 앞둔 조국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장기적인 안목에서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최성호 / 유지회계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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