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비가 많이 오는 토요일 오후!
한글학교로 향하던 중 운전하던 차가 고장이 나서 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야말로 위기 상황이었다.
어찌하여 수습 후 학교에 도착하니 이미 30분이나 늦었다.
온 학교 주변 길가가 주차장으로 변하고 학부모들과 아이들은 우산을 쓴 채 나를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학교 문이 열리자 아이들이 억수 같은 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첨벙거리며 학교로 들어 간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배움의 열정으로 매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웃음 가운데 감사가 저절로 나왔다.
교실로 들어간 아이들은 곧 한글 배우기에 집중했다.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와 달리 한국에서 입양된 아이들을 위한 특수 목적의 한국문화 학교이다.
비록 다른 한글학교처럼 아이들이 북적거리고 많지는 않지만 4개의 아이들반과 1개의 성인반을 운영하고 있다.

개교한지 3년된 시드니한국문화학교(SKCLS)는 짧은 기간 동안 안정된 학교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제는 호주 정부로부터 지원금(grant)을 받는 학교이다.
처음에는 한국어 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도 어색한 입양아 가정들에게 한국의 문화도 소개하고 경험하게 하며 한글도 가르치고 한국 음식과 전통 예절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한꺼번에 섞어서 교육했다.

그래서 교육내용에 소화 불량이 생기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였으나 현재는 아이들의 특성과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교육 형태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나 학부모 모두가 만족하며 한국어 사랑에 대한 열정이 높아만 가고 있다.

우리학교 교사들 모두는 호주에서 교육학 또는 관련 분야 학위를 소유한 교사들이다.
다른 한글학교와는 달리 영어로 한국말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과정은 교사와 교장 그리고 학부모의 의견이 모두 반영되는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서 맞춤형 교육과정을 만들며 현재 호주 교육과정을 반영하여 정규 학교와도 관련있는 교육 내용을 지도하고 있다.

특별히 우리 학교의 장점은 다양한 분야를 아이들이 경험하며 행복할 수 있는 특활활동(activity)을 많이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음악교육을 위하여 진행되고 있는 ‘난타’수업은 한국 동요를 접목하여 아이들이 쉽게 한국동요를 이해하고 나이와 상관 없이 함께 어우러져서 연주해 볼 수 있는 귀한 ‘경험의 장’이 되고 있다.

또한 ‘코리안 존 Korean Zone’ 을 만들어 시장놀이를 하는 것은 아이들이 자기가 배운 한국말을 실제로 사용하여 보고 좋아하는 물건도 구입해 ‘1석 2조’ 학습 효과를 올리는 장소가 되고 있다.
한국 예절교육에는 실제로 한국 시니어 그룹인 '솔잎'의 할머니들이 방문해 부모, 아이 모두가 한국 전통예절을 배우고 실습해 본다.
진정한 현장 체험 학습이 되고 있다.

금도끼, 은도끼, 해와 바람의 내기시합, 벌거숭이 임금님 등 한국의 동화를 아이들이 직접 각색하여 각 반 선생님들의 지도하에 각 반별 연극 발표회를 개최한다.
또 그림자 인형극 공연, 손가락 인형극 등 다양한 한국어 말하기 발표회장을 연다.
입양된 아이들의 한국어 발음 수준은 이제 한국아이와 큰 차이 없이 말 할 수 있게 됐다.

우리 학교는 학부형도 학생이다.
처음에는 한국말을 하나도 하지 못하였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쉬운 대화는 한국말로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지닌 우수한 학생들이 되었다.
호주 학부모들은 한국을 제2의 자기들의 나라로 생각하고 있는 한국 사랑이 한국 사람들 보다도 더 뜨거운 사람들이다.
특별히 호주 학부모들은 한국음식 만들기에 모두 열의가 대단하다.

매학기 마다 한국 음식을 요리하고 함께 나누어 먹는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아이들 역시도 한국 음식을 좋아 하며 김치 먹는 것은 기본이다.
지난 주 요리 시간에는 주먹밥을 만들었다.
주먹밥의 유래를 접목하여 설명하고 만들기 시작 하였으나 첫 번째 접시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 듯’ 먹어 버렸다.
어떤 아이는 퀸슬랜드에서 방문하는 할아버지에게 줄 주먹밥을 만들었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주먹밥을 만들며 요리 방법과 재료 등을 자세히 적어가는 열정도 잊지 않았다.

오늘도 아이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교육 내용을 위하여 이곳 저곳의 교육 자료들을 둘러 보며, 한국학교 아이들이 호주의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임소미 교장 / 시드니한국문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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