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맞벌이 부부의 바쁜 생활에 회의를 느낀 김철수씨와 이영희씨 부부는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호주 이민을 계획했다.
호주이민 신청서를 작성해 보는 철수씨. 그래도 명색이 대졸인데 영어를 아주 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며 질문에 답을 한다.

질문 'What is your major area of study?' 이쯤이야. 자신있게 써내려가는 철수씨의 답 'Busan'. 어렵게 영주권을 받은 철수씨 부부. 호주에서의 새로운 삶이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스시 가게를 운영하는 철수씨 친구의 도움으로 시내에 소재한 작은 규모의 스시 가게를 인수했다.

처음 몇 달은 정말 어려웠지만 그래도 사업이 나름 안정을 찾았다.
어느날 한 단골손님에게 영희씨가 말을 건냈다.
영희 씨 '왓스 유어 네임?' 손님 'Brad'영희씨 '아, 브레드' 손님 'No Bread, Brad', 영희씨 '아, 쏘리 브레드'.영어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철수씨부부. 휴일을 맞아 기분 전환을 위해 드라이브를 갔다.
신나게 달리던 철수씨 갑자기 브레이크 밟으며 속도를 감속했다.
의아한 영희씨 '왜, 그래?' 철수씨 '저기 싸인 안보여?' 'Take a break every 2 hours' 영희씨 '아아, 쏘리'.
호주에서 영어와 관련한 에피소드 한 두개 없는 이민자는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엄청난 시간과 돈을 영어에 투자했건만 아직 영어는 한인 이민자에게 최대의 약점이다.
내 자신이 문제인지, 한국의 영어 교육이 문제인지 아니면 한국 이민자들만의 문제인지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영어를 국어의 수십배로 공부하고 투자하는데 영어는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
최근 변경된 이민법에 따르면 비영어권 국가 출신의 이민 희망자들에게 호주 이민은 많이 어려워진 듯하다.
비자 신청을 위해 요구되는 영어 점수가 더 높아졌다.
이에 상당수의 한인들이 호주 이민을 포기하거나 영주권의 꿈을 접고 귀국했다.

더 이상 호주로 유학을 오지 않는다.
시드니 한인사회 관점에서 보자면 까다로워진 이민법으로 인해 교민 경제의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된 듯하다.
호주 정부의 영어 구사능력 중심 이민정책은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이민자 선별방법이다.
IELTS 영어 성적 7.0 또는 6.0 등 관련 직종에 따라 합당하고 상식적인 점수 요건이다.
영어를 못하는 이민자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기본전략은 매우 상식적이다.

하지만 한인 커뮤니티 입장에서 본다면 한번쯤은 생각해봐야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
물론 우리 뜻대로 호주이민 정책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호주의 현 영어 구사능력 중심 기술이민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측면을 호주 정부에 알려야 하지 않을까?
우선 호주가 지금 필요한 이민자는 기술인력이다.
단순 기능직이 아닌 사실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고용에 큰 어려움이 없는 기술자들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기술이민에서 이민신청자의 기술능력을 좀 더 심도있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하지 않을까? 현재와 같은 정책 하에서는 아무리 기술이 좋더라도 IELTS 6.0. 혹은 7.0을 받지 못하는 기술자는 신청조차 불가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 호주의 영어 우선 이민정책은 영어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인도와 파키스탄 등의 영연방국가 출신을 우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인 이민자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술과 높은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영어로 인해 자격조건에서 제외된다면 호주 정부도 국가적인 손실이다.

영어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민의 조건중 일부이지 전부는 아니다.
만약 어떠한 기술이 정말 좋은 이민 신청자가 있다면 기본 요구 사항은 유지하며 영어 조건을 약간 유동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예를들어 영주 비자 발급 승인 후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과정을 무조건 수료하도록하는 것이다.
또 기간 내 수료를 못하다면 그에 상응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방법도 있다.
호주 이민을 원하는 한인들에게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인 줄 알지만 한번 외쳐 보았다.

최성호 / 유지회계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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