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모님. 한글학교 정 아무개, 건 아무개 엄마에요. 아까 현금으로 드려서 잠시 난감해 하시는 것 같아서요. 교회와 학교 비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언제나 사모님과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 제대로 드리고 싶었어요. 한글 학교가 가족들과 떨어져 호주로 온 저희 아이들에겐 정말 소중한 일상의 한부분이랍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정 아무개, 건 아무개 어머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심어 주시려는 마음과 또 한글 학교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이 너무 귀하고 감사해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잘 챙기지 못한 저희들 책임도 있는데 이렇게까지 신경 써 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주신 돈은 도서 구입비로 잘 쓰겠습니다.
정 아무개, 건 아무개 모두 너무 씩씩하고 또 사랑스러워요. 오늘 메세지 너무 감사 드리고 주님 안에서 평안한 하루 되세요.”
어느 토요일 오후, 한글 학교 수업이 끝날 무렵 학부모님 한 분께서 도서관을 정리하고 있는 나에게 찾아와 아이들이 분실한 책 값이라며 조심스럽게 봉투 하나를 내미셨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괜찮다고 말씀드렸지만, 일부러 아이를 데리고 오시고 또 아이 앞에서 보여 주시려는 의도가 있으신 듯해 일단은 감사히 받아 두었다.
그 날 오후에 이렇게 문자 한 통이 보내진 것이다.

문자 메세지를 받고 어머니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했으며 무엇보다 한글 학교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에 무한 감동을 받고 신바람나는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우리 순복음 교회 개척 이듬해인 2001년에 설립된 우리 한글 학교가 벌써 11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매해 마다 아이들을 위한 한글 수업, 소풍 및 견학, 도서관 운영, 글짓기 대회, 한국어 능력 평가, 합동 학예회 등을 준비하다보면 어느새 금방 연말이 다가와 있곤 하다.
11년이라는 긴 시간이 정말 정신없이 훌쩍 지나가 버린 것 같다.

우리 한글 학교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달려 왔고 또 달려 가고 있을까. 10여명의 선생님들이 매주 토요일 아침의 달콤한 휴식 시간을 포기하면서 한글 학교에 헌신하는 이유는 단순히 아이들을 예뻐하고 가르치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것만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느끼게 되는 소소한 즐거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발견하게 되는 자신의 탁월함 혹은 부족함, 무엇보다 가르치러 온 우리가 순수한 아이들에게서 오히려 배워가게 된다는 점들은 한글 학교를 섬기며 얻는 보너스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이유는 한글 학교가 이민자 자녀, 교포 2세, 다문화 가족의 자녀, 조기 유학생 등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지고 호주에 와서 살고 있으며 그래서 한국어 실력도 제각각인 우리 자녀들에게 바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심어줄 수 있는 귀한 공동체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끔씩 한글 학교를 토요일 오전에 잠시 아이들을 맡아 줄 수 있는 차일드 케어의 연장으로 여기는 학부모님들이 있고 이러한 마음은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서 한국어 공부 뿐만 아니라 등교 시간, 한글 숙제, 한글 학교 비품 등을 모두 등한히 여겨 우리의 마음이 씁쓸해 질때가 있기도 하지만 위의 문자 메세지 한 통은 그러한 씁쓸함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만큼 우리에게 넘치는 에너지를 안겨 주었다.
특별히 한글 학교의 존재 자체가 아이들에게 그리고 그 가족에게 소중한 일상이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서툰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 가며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러다 금새 삐지고 울고 싸우기도 하지만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서 느끼는 소속감과 안정감, 호주 속 그리고 세계 속 한국인으로서 살아 가고 있는 우리 자녀들에게 한글 학교를 통해서 만나는 동무들은 서로의 귀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결국은 한글 학교의 존재 목적인 우리 아이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한국인으로 자라나길 바라며 그들의 소중한 일상을 위해 한글 학교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가볍고 또 즐겁다.

김효영/우리순복음교회 한글학교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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