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준비’ 하면 ‘야’하고 소리 치는 거에요.” “야----야“ 아니 그렇게 길게 하는게 아니라 “야!” 하고 짧게 해야지.”“다시, 노래 준비” “ 야!” “ 그래 그래 , 우리 참새반 친구들 정말 잘한다.
최고야!”
5월에 있을 우리 학교의 한국문화체험행사를 준비하면서 우리 참새반 아이들과 내가 하는 대화이다.
참새반은 호주한국학교에서 제일 어린 아이들(4세부터) 그리고 나이와 관계없이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을 위한 기초반이다.
참새반 선생님이 되어 매주 아야어여, 그리고 기역, 니은을 외친 지도 어언 3년, 어찌보면 모음 10자, 자음 14자를 가지고 하는 수업에 무슨 매력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기지만 그 답은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과 너무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언어를 만든 세종대왕의 공로랄까…..
때때로 사람들은 많은 것을 알고 배우지만 정작 중요한 사실을 잊고 지내는 것 같다.
그것은 우리 아이들이 갖고 있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이다.
주위에서 가끔 그런 소리를 듣는다.
3.5세 또는 4,5세 정도 밖에 안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한글을 가르치느냐고….. 모르시는 말씀. 어린 아이들이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을 느낀다.

그러나 이 호주 땅에 사는 많은 아이들이 느끼듯 일주일에 5일은 영어를 접하고 사는 아이들에게 한국어는 엄마, 아빠가 쓰는 말 또는 배워야 하는 외국어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이 아이들에게 큰 특효약은 자신의 강점을 인정해주는 말이다.
어리지만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는 아이들에게서는 특별한 향기와 눈빛을 경험할 수 있다.
연애를 하면 상대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했나? 어쩌면 난 이 어린아이들과 연애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주일 내내 직장과 가정 그리고 해결해야 하는 여러 대소사에 머리가 지끈지끈할 때도 많지만 금요일 저녁이 되면 왠지 모를 설렘에 가슴이 뛴다.
이런 느낌은 나만이 아닌 우리학교에 다니는 동료 교사들의 보이지 않는 공통분모이다.
매주 금요일 저녁은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모두들 못 말리는 타고난 교사인 것 같다.
(웃음)
어린 아이들이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1년에 한 두번은 말하기 또는 읽기영역에서 평가를 한다.
그런데 한 번은 늘 우리반에서 조용히 앉아 있고 말이 없는 여자 아이가 나와 일대일로 앉아서 읽기를 하는데 “오늘 우리 언니가 생일파티에 가요.” 한다.

“어 그래? 좋겠구나. 자 은아야! 이 글자를 어떻게 읽지?” “선샘님, 어제 엄마 생일, 아빠가 선물 줬어.” (나는 파아노가) “그렇구나” “자 이글자 ㄱ에 ㅗ니까 어떻게 읽지 그-오 고” “아빠 어디 같어.”… 평소에 조용하던 은아가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속으로 새삼 놀라며 어떻게 하면 될까를 고민하다 한참을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결국 쉬는 시간에 평가를 끝냈다.
이 아이의 놀라운 변화는 아버지로 인한 것이었다.
은아 아빠가 수업시간에 “아빠 선생님”으로 도우미 역할을 해주시면서 은아는 전에 없던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얼마나 놀라운 변화인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한다는 말 처럼 칭찬은 정말 강력한 특효약이다.
그러나 나이가 어린 4,5세 아이들의 제일 취약점은 한가지에 대한 집중력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께 준비물 부탁을 드린다.
간식을 꼭 챙겨달라는 것이다.
일주일 의 3-5일동안 Preschool 또는 Kindergarten에 다니는 아이들이 토요일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아침을 제대로 먹고 온다는 것은 때때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3교시 중 첫째 시간이 지나면 벌써 싸온 간식을 다 먹어버리고 2교시 휴식시간이면 “선생님, 나 배고파” 하며 울상을 짓는다.

쉽게 지쳐버리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한국어를 배우게 할까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떄로는 원맨쇼의 배우가 되기도 한다.
무대체질도 아니고 타고난 몸치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잘도 배우가 되는 내 자신이 때로는 고맙다.
왜냐하면 그래도 아이들은 그런 나의 모습을 통해 한 글자라도 배우고 가니 말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가 킨디 때 부터 가져오는 공작이며 학교에서 보내주는 자료는 나에게는 중요한 수업의 도우미이다.
2010년에Wollongong 대학에서 Community language교사를 위한 Language Teaching과정을 이수할 때 참 다양한 교수법을 배우고 실제로 학생이 되어 보기도 했다.
매주 워크시트를 만드는 시간은 그 때 배웠던 이론과 실제를 적용하는 신나는 학습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ㄱ,ㄴ 이라는 글자를 배울 지라도 손가락으로 그리기, 친구등에 써보기, 물감으로 써보기, 글자 모양 만들어 보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반복하고, 배움이 즐겁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전하려고 한다.

어찌 보면 야심찬 꿈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내 꿈은 1년 안에 이 아이들이 자음과 모음의 조합을 이해하여 글을 읽을 수 있고, 간단한 문장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1주일에 한 번 만나는 수업이라 한계가 있지만, 가정에서 부모님이 함께 숙제와 책읽기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신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믿는다.

끝으로 호주 땅에 사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쓰도록 돕는 일에 정말 열심인 이 땅의 부모님들께 정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송민영(호주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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