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더 고운 단풍이 온 도시를 물들이고 탐스럽게 핀 갈대가 가을 바람에 흩날리는 토요일 아침, 바쁘고 복잡한 출근길 모습과는 다르지만 호기심 가득찬 눈동자에 생기가 넘치는 꿈나무들이 잰 걸음으로 하나 둘 한글학교에 도착한다.
교정에 들어서면 ‘둥둥 두둥둥…’ 고전무용 교실에서 들리는 북소리, 장구소리가 흥겹다.
또 야무진 기합소리가 울려 퍼지는 태권도 교실과 만들고 오리고 그리는 미술교실의 열기도 뜨겁다.
이렇듯 1989년에 개교한 시드니 영락교회 부설 영락 문화학교는 2012년 현재 12명의 선생님들과 2명의 자원봉사자들이 110명의 한인 2세 자녀들과 소수지만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에게 한글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과 문화, 발전된 조국의 참모습을 가르치며 자랑스런 한국인의 긍지를 심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지만 모국어를 가르치고자 등하교 길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부모님들과 쉬고 싶은 토요일 아침임에도 빠짐없이 등교하는 사랑스런 학생들이 있기에 가르치는 선생님들 모두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다해 수업을 준비한다.
1교시 수업이 끝난 휴식시간이 되면 선생님들은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들을 나눈다.
“오늘은 ‘산’에 대해서 공부하겠습니다” 한글 기초반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평소에도 넘치는 호기심으로 학구열에 불타던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저 ‘산’에 대해서 잘 알아요” “그래요? 궁금하군요. 어떤 산을 알고 있나요?”“예, 중국산이요…”다른 초급반에서 일어난 사연은 이러하다.
“오늘은 책의 종류에 대해서 공부하겠습니다.
…(중략) 위인전은 훌륭하고 뛰어난 업적을 이룩한 사람의 삶이나 업적을 사실에 의거하여 적어놓은 책입니다.
자,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을 찾아봅시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위인은 누가 있을까요?”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발표를 한다.
“이순신 장군이요, 세종대왕이요…” 흐뭇한 순간이다.
그 때 또 한 명의 어린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손을 든다.
“선생님 ‘무사 백동수’도 위인인가요?” 선생님은 그 어린이에게 진지한 설명을 해야 했다.
그런가 하면 한문도 배우는 고급반에서는 사자성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청소년 상담을 하는 직업을 가진 선생님의 반에서는 자연스레 사춘기 학생들의 고민 상담도 이뤄진다.
또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을 나누는 시간에는 ‘한글을 마음먹은 대로 읽고 쓰는 일’이라고 쓴 학생도 있다.
‘자랑스런 한국인이 되고 싶어서’라는 의젓한 설명과 함께 말이다.
이민 온 부모님들이 영어의 바다에서 사는 것처럼 영어 속에 사는 우리 자녀들이 한글이나 한국문화를 익히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한글, 영어 외에도 또 다른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칠 꿈나무들을 기대하면서 토요일을 기다린다.
영락 문화학교 학생들 학부모님들 그리고 선생님들의 수고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
모두모두 화이팅!!이미수(시드니 영락 문화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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