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성관계 가능 연령 전 접종 필요” vs “여성과 동성애자에만 효과적”호주가 세계 최초로 남자에게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무료로 접종시키는 국가가 될 전망이다.
타냐 플리버섹 연방보건부 장관은 현재 10대 여학생들에게 실시하고 있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가다실(Gardasil)의 무료접종을 내년부터는 12-13세의 남학생들에게도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이 계획이 시행되면 향후 4년간 2100만 달러의 연방 예산이 소요되며 90만 명의 남학생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플리버섹 장관은 “가다실은 최초 발명 이후 전세계 여성들에게 6500만 회 이상 접종된 안전한 백신”이라며 “이번 계획으로 인해 호주인들이 자궁경부암 유발 인자인 유두종 바이러스(HPV)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가다실 개발로 올해의 호주인으로 선정됐던 이안 프레이저 박사는 이번 결정을 ‘대단한 소식(great news)’이라고 반겼다.
프레이저 박사는 가다실이 개발된 시점에 자신의 세 아들 모두 각각 24세, 22세, 20세의 나이로 접종을 받았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유두종 바이러스는 성관계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데다 가다실이 예방백신인 만큼 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에만 효력이 있어 성관계 가능 연령 전에 접종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결정이 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정부는 당초 이 계획에 대해 “비용이 지나치게 높고 효과는 불확실하다”며 백지화했으나 지난해 12월 약품혜택자문위원회(Pharmaceutical Benefits Advisory Committee)가 추진을 권고하자 수용했다.
여기에 가다실의 국내 판매사인 CSL이 백신접종을 실시한 남성의 상피내종양 억제율이 최고91% 에 이른다는 연구결과와 함께 할인된 가격을 제시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CSL 측은 상피내종양은 항문암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결과가 비록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도출되긴 했지만 약품혜택자문위원회는 일반 남성들에게도 적용될 것으로 판단했다.
호주암협회(Cancer Council Australia)의 이안 올리버 회장은 유두종바이러스는 두부(頭部)암과 경부(頸部)암 증가의 원흉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결정으로 인한 효과는 ‘가장 극적일 것(most dramatic)’이라며 반겼다.
그러나 전문가 일각에서는 가다실이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고 연구결과가 주로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이번 계획으로 인한 효과가 일반 남자에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기운 기자freedom@hanhodaily.com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