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어느 나라 방송이에요?”아는 집에 놀러갔다가 그 집에서 비디오로 보고있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 말입니다.
불과 호주에 온지 2년정도 되었을 때였습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때 엄마 옆에 앉아 함께 드라마를 즐겼던 저였지만 2년동안 한국말은 자신있다며 영어 공부에 전념한다고 한국 책이나 방송을 전혀 접하지 않았던 저는 한국 방송을 보고도 알아듣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 때는 인터넷도 없었고 매체를 통해 한국어를 접하는 것도 흔하지 않았던 때라 마음만 먹으면 한국어와 단절이 가능했었습니다.
다시 듣고 또 들어봐도 내가 알고 있는 언어라고 인식이 되지 않았습니다.
큰 충격을 받았던 저는 그 때부터 한국 책을 마구 읽고 비디오도 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모국어를 되찾아갔습니다.
모르는 단어도 많았고 표현도 어색했고 무엇보다 한국 정서와 현대 문화에 뒤쳐졌었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습니다.
이런 경험을 해서인지 어린 나이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한글학교에서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한글학교 선생님들이 느끼셨겠지만 오랫동안 한글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다 보니 다양한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아마 제 인생에서 즐거웠던 추억도, 잊지못할 경험도, 웃지 못할 일도, 속상한 일도 다른 곳에서보다 한글학교에서 제일 많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습니다.
또한 다른 친구들보다 한글학교 선생님들과 더 친분이 두둑하고 함께 보낸 추억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 각자 다른 입장이고 다른 생활을 하고있지만 한글학교에서 만큼은 같은 생각과 같은 의지를 가지고 같은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 이름은 조민택입니다.
어릴 때부터 저를 봐왔던 어르신들은 저를 ‘민택이 선생님’ 이라고 부르십니다.
참 정겨운 호칭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떤 분이 아이들에게 저를 가리키며 선생님 이름 아냐고 물으니 하나같이 ‘민택이 선생님’ 이라고 대답을 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행동과 말을 보고 그대로 따라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교사들은 아이들과 있을 때 특히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 많이 느낍니다.
어떤 때는 아이들이 하는 잘못된 행동을 보면서 ‘우리들도 저렇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따라하는 것은 언행뿐만이 아니라 생각도 따라합니다.
우리는 늘 한글학교 학생들에게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어떤 때에는 간접적으로라도 한국이나 한국 사람에 대해 실망감이나 부정적인 것을 표하기도 합니다.
그런 것을 아이들이 다 듣고 느끼고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을 잊게됩니다.
아이들이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인을 사랑해야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도 생길 것입니다.
아직까지 한글학교에 엄마가 가라고 해서 혹은 친구들이 가니까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 오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을 사랑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의지가 생겨서 오는 학생들은 매우 적습니다.
하지만 후자가 훨씬 한국어를 배우는 성과가 효과적일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한글을 가장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 아닐까요?저희 한글학교 선생님 중 한분은 자녀를 한글학교에 데리고 오는 것이 한국인 정서와 문화를 잠깐이라도 느끼고 한글 한 자라도 써 보고 한국말을 한 마디라도 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하십니다.
저 또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부모님과 조상의 조국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이야말로 정말 값진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이 가능하게 해 주시는 모든 한글학교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교민들 모두 한국어 교육이 많이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후원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가끔 주위 분들 중 젊은 사람이 연애나 하고 장가 갈 생각을 해야지 주말에 뭐하고 있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 또한 간혹 힘든 일이 생기거나 주말을 한가하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한글학교를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만 어느새 아이들을 보면서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고 나면 그런 생각이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인가요… 저에게 바램이 있다면 제가 하는 이런 일을 함께 소중하게 여겨주고 이해해주고 나아가서 함께 봉사를 해 줄수 있는 그런 배우자를 만나는 것입니다.
너무 심한 욕심인가요? 조민택 (정법사 한글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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