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11.05 |최종수정2010.11.05 13:54:12중앙은행 기준금리 인상률 무시한 ‘오만’에 정치권 분노“이기적인 현금 챙기기” 고강도 규제안 도입 예고시중은행이 호주중앙은행(RBA)의 기준금리 인상률을 훨씬 초과하는 시중금리를 인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연이어 언급한 ‘기준금리 인상률을 초과한 시중금리 인상’이 현실화되자 정부는 거대 은행들의 횡포를 규제할 법적장치 도입을 강력히 시사했다.
호주 최대 은행인 커먼웰스은행(CBA)은 2일 호주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해 4.75%로 상향 조정하자, 표준변동금리를 0.45%포인트 올렸다.
호주 최대 주택담보대출 업체인 커먼웰스은행의 표준변동금리는 7.36%에서 7.81%로 상승했다.
커먼웰스은행과 웨스트팩은행은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호주중앙은행의 금리 조치와 별도로 시중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몇 주 전부터 경고해 사회적 논란이 됐다.
커먼웰스은행의 소매금융 책임자인 로스 맥이완 씨는 세계 금융위기 이래 커먼웰스의 자본조달 비용이 1.35% 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커먼웰스은행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 변동금리 7.81%는 최근 10년간의 평균 모기지 금리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며, 30만 달러 모기지 상환자는 월 88달러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4대 은행인 웨스트팩, ANZ, NAB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커먼웰스의 뒤를 따라 금리를 대폭 인상할지, 기준금리 수준에 맞출지 결정하기 위해 여론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먼웰스은행의 급격한 시중금리 인상은 여야 정치권과 소비자로부터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웨인 스완 연방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은 커먼웰스은행의 조치를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현금 챙기기”라고 성토하며 금융기관들의 경쟁을 높이고 4대 은행의 시장독점적 약탈을 방지하기 위한 포괄적인 개혁안 도입을 시사했다.
스완 장관은 커먼웰스은행이 최근 61억 달러의 연간 순익을 보고했고 랄프 노리스(Norris) 은행장의 연봉은 1620만 달러나 된다면서 은행이 고객에게 오만함을 드러냈다고 질타했다.
그는 “커먼웰스은행의 행위를 보고 국민들이 은행들에게 격노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며 “지난 몇 달간 규제 관계자들의 조언을 구해온 정부는 은행제도를 보다 탄력적이고 경쟁적으로 만들기 위한 포괄적인 추가 개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은행을 포함한 기업들이 미래의 가격 움직임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경쟁업체들에게 가격 결정 방향을 제시하는 ‘가격 신호’(price signaling)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스완 장관은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의 그래엄 사뮤엘 위원장에게 필요한 모든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즉각적인 해법은 없다”며 포괄적인 개혁안에 대한 즉효를 기대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연방 정부는 은행의 경쟁을 활성화시키고 조 호키 야당 재무담당 의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포괄적인 입법 조치를 내달 발표할 예정이다.
오스트렐리안지는 스완 장관이 올 12월 도입할 포괄적인 금융 개혁안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이 지정 은행을 교체할 경우 은행이 부과하는 위약금(exit fee)을 금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정부는 이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불공정한 위약금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에게 부여했다.
10월 하반기부터 시중은행의 과도한 금리인상을 처벌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해왔던 자유국민연립의 호키 의원은 은행을 규제할 정부의 강력하고 확실한 조치를 요구했다.
호주중앙은행의 글렌 스티븐스 총재는 2일 월례 이사회에서 4.75%로의 기준금리 인상은 천연자원 활황이 가져올 풍부해진 유동성으로 인한 내년의 물가 상승을 조기 억제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이로써 커먼웰스은행의 변동금리 7.81%를 적용한 25년 상환 10만 달러 주택담보대출자는 월 29달러 추가된 759달러를 갚아야 한다.
20만 달러 대출자는 월 58달러 오른 1518달러, 30만 달러 대출자는 월 88달러 오른 2277달러, 40만 달러는 117달러 오른 3037달러, 50만 달러는 146달러 오른 3796달러를 납부해야 한다.
60만 달러는 월 176달러 추가된 4555달러, 70만 달러는 월 205달러 추가된 5314달러, 80만 달러는 월 234달러 추가된 6074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이번 기준금리 전격 인상으로 외환시장에서 호주 달러는 미국 달러와 다시 등가를 이뤘다.
2일 오후 6시를 조금 지난 시간, 호주 달러는 미화 1.0013 달러까지 치솟는 강세를 연출했다.
권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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