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에 ‘아는 게 힘이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모르는 게 약’인 경우도 있겠지만, 힘과 약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뭘 좀 알아야 하기에 지식이 우선돼야 한다.
알면 선택이 가능하지만 모르는 약자는 선택하는 사람을 따라야 한다.
싫어도 지속해야 하는 것이 선택권이 별로 없는 많은 사람의 삶이고 현실이 아닐까?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부모가 갖지 못한 더 넓은 선택의 기회를 자녀들에게 주고 싶은 부모의 욕망에서 일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선택권을 가졌다는 것은 곧 돈과 힘 그리고 사회적 위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똑같은 서비스라 할지라도 개인건강보험을 가진 사람이나 비행기 일등석을 탄 사람은 더 많은 편안함과 단순한 식사라도 선택권을 보장받게 된다.
물론 많은 지식과 돈이 인간의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매년 발표되는 국가별 행복지수를 보면 주로 상위권 국가들은 작은 후진국들, 즉 열심히 공부하며 살지 않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예상 수명이나 교육, 의료수준으로 측정되는 삶의 질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더 행복한 마음은 지식이나 돈으로는 구입이 불가(priceless)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호주라는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한 인간의 기본권이 보호받는 좋은 나라에 살고 있지만 고국을 떠나 호주가 제공하는 기본권 보장에 안주하며 살기를 바라는 이민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호주동아일보에 격주로 글을 기고한지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3개월간 휴가(?) 기간을 제하고 총 12번의 글을 신문에 기고했다.
부족하지만 글을 쓰며 교차되는 두가지 감정은 감사함과 글에 대한 창피함이다.
첫번째 감사는 글을 위해 귀한 지면을 할애해주는 신문사이고 두번째는 글쓴이로서 독자들에게 가지는 감사함이다.
배우에겐 관객이, 가수에게는 팬들이 필요한 것처럼 아마추어지만 기고자로서 몇 명인지 모르지만 독자가 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감사한다.
이러한 감사의 마음은 한편으로 큰 무게가 되어 글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기고 초안을 마치고 볼 때마다 발견되는 오타나 어색한 표현들을 수차례 수정하지만 어떤 시점에서는 최선을 다했으니 내 손을 떠난다는 마음으로 글을 전송하고, 또 보면 또 오탈자를 발견하는 악순환의 과정을 반복한다.
그래서 내 손을 떠난 글은 혹시 독자가 나의 실수를 찾지는 않을까 하는 항상 떨리는 마음을 갖게 한다.
오는 10월 22일에 호주동아일보가 독자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한다.
이러한 이벤트가 처음이기에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까 고민을 하다가 주제를‘Financial literacy’로 정했다.
Financial literacy를 굳이 변역하자면 ‘경제/금융분야에 대한 지식능력’이라 할까, 좀 더 길게는 금융제도와 경제를 이해하고 이 지식을 개개인의 돈 관련 결정에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호주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기본권이 보장된 나라지만 좀 더 편안하고 넉넉한 생활을 하려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경쟁해야 하는 선진국형 사회다.
나라가 모든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 줄 수는 없다.
단지 기본적인 의료와 교육, 권리 등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상대적 평등사회를 호주는 추구한다.
2008년도 ANZ 은행조사에서 나타난 Financial literacy 취약 계층은 25세 미만, 70세이상(특히 여성), 단순직, 저학력, 저소득층,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자 그리고 호주 원주민들이다.
이들은 전반적인 호주의 경제와 금융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불이익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금융 관련 사항은 실제적인 손실이 발생하기까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즉 피해를 보고도 피해인지 모르는 상황 발생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우리 이민자들은 아마 하나가 아닌 중복되는 취약계층이 될 수 있다.
또 연령에 따라 상황과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익혀야 한다.
예를 들어 10-20대의 은행과의 관계는 예금, 신용카드 정도이지만 30-40대에는 주택이나 사업 융자, 그리고 50-60대 이후에는 연금(Superannuation) 등 알아야 하는 내용이 변하게 된다.
22일 독자와의 만남을 통해 짧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서로 얼굴을 맞대고 나누고 싶다.
아는 만큼 손해는 막을 수 있다.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나아가 좀 더 적극적인 배움에 임해 50 대에 알아야 할 내용을 20-30대부터 준비한다면 추후 분명히 더 큰 혜택을 누릴 수가 있다.
교육을 통한 일차적인 지식습득은 새로운 법이나 정책들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여 아는 만큼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개인에게 금전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
간단한 은행서류 기입방법을 모르는 성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세상에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지만 알아야 할 많은 것들이 있다.
Financial literacy는 Literacy(읽고 쓰는 능력)와 Numeracy(산술능력) 교육만큼 중요한 대국민 평생교육이며 특히 소규모 자영업에게 꼭 필요한 지식이다.
조금은 딱딱하게 들릴 수 있는 주제지만 다음 월요일 저녁 독자들과 재미있는 방법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은행, 세금, 사업, 연금과 관련해 10-20대, 30-40대, 50-60대가 알아야 하는 내용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려 한다.
많은 독자들을 뵐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성호(유지회계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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