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리에서 시골의 전원생활을 즐기는 김정란씨가 남편 콜린 에크만 씨와 넓은 자택을 배경으로 섰다.
]“자연 속의 삶, 이 곳이 바로 천국 아닌가요”“창문 밖으로 꽃과 푸른 하늘을 보면서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느낍니다.
이 자연이 참 좋습니다.
외로움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보고 싶으면 전화 통화하거나 보러 가면 되잖아요. 자유롭게 살기 위해 시골에 사는 것 아닙니까.”차분하게 말하는 김정란 씨의 얼굴은 속세로부터 해탈한 모습이었다.
호주 시골의 전원생활을 경험하기 위해 시드니 북서부에 위치한 김 씨의 자택을 지난해 12월 말 방문했다.
김 씨는 시드니에서 375km 떨어진, 자동차로 약 5시간 소요되는 귀리(Guerie)에서 남편 콜린 에크만 씨와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
“시골생활을 당연히 추천한다.
여기는 천국 같다.
시골생활은 나이와 관계없다.
이민자들은 타향만리에서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호주 내에서 이주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다만 기후와 물, 공기에 적응하는 개인 체질을 고려해야 한다.
교통편도 중요하다.
”더보(Dubbo)와 웰링턴(Wellington) 사이에 위치한 귀리는 약 500명이 거주하는 시골이었다.
김 씨의 자택에서 1-2분만 걸으면 넓은 목장과 밭, 야산이 눈앞에 펼쳐졌다.
길을 걸으면 대낮에도 캥거루를 만날 수 있다.
오팔, 온천 그리고 시골 정착 = 1989년 한국에서 결혼하고 이듬해 이민온 김씨가 남편과 귀리에 거주한 기간은 약 2년 7개월 됐다.
김 씨 부부는 캠시 10년 등 시드니 일대에서 약 20년 거주한 뒤 2010년 5월 귀리로 이사왔다.
콴타스항공에서 기술자로 근무한 에크만 씨는 98년 퇴직했다.
김 씨가 귀리를 선택한 이유는 96년 캠시에 살때 시드니에서 북서향으로 약 760km 떨어진 라이트닝 리쥐(Lightning Ridge)에 오팔을 캐러 갔다가 거기에 있는 노천온천 ‘핫 아티즌 스파’(Hot Artesian Spa)를 알게 된 것이 계기였다.
“처음에는 금광을 찾으러 나섰다가 오팔을 캐러 다녔다.
약 10년간 NSW, 남호주 등의 광산을 다녔다.
온천의 효과가 엄청 좋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남편이 웰링턴을 너무 좋아하게 되면서 시드니와 온천의 중간 지점인 귀리를 선택했다.
내 꿈인 명상센터를 짓고 시드니에서 온천 오가는 한인들이 하룻밤 묵어갈 장소를 제공할 요량이었다.
” 김 씨의 집은 택지가 약 8500제곱미터(약 2500평)로 시드니 평균 택지 넓이의 5배가 넘을 정도로 매우 넓다.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약 26만 5000달러에 구입했으며, 수리비까지 약 30만 달러를 지출했다.
김 씨 부부는 입주하기 직전, 웰링톤에 세입자로 7개월 간 거주하면서 살기에 적당한 주변 지역과 주택을 물색했다.
“주변을 탐색하고 정보를 수집하면서 부동산을 통하거나 직접 구입할 집을 보러 다녔다.
빵집을 경영하는 베트남인을 만나 원주민 거주 현황과 치안 취약 지역 등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귀리는 슈퍼마켓이나 쇼핑센터 같은 상가가 없어서 안전한 것이 장점이다.
”귀리에 자리잡기까지 가장 힘든 점은 집보러 다니는 것이었다.
“수십군데 집을 봤다.
너무 많이 가니까 남편이 화를 내기까지 했다.
또 시골 부동산중개소들이 실수가 많았다.
너무 믿지말고 직접 확인해야 한다.
” “흙과 가까이하면 순수하고 건강해진다” = 김 씨의 하루 일과는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해 기도로 시작한다.
“대자연에 감사하고, 세상 사람 모두가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가 되도록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도한다.
그리고 홍차와 커피를 마시며 남편과, 자연과 대화한다.
”다음엔 김 씨 부부가 손수 일군 꽃밭이나 채소밭에 물을 주고 흙을 돋아주며 꽃이나 야채 및 과일나무 가꾸기를 한다.
그 동안 남편은 잔디를 깎거나 다른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10시 10분이 되면 반드시 TV를 시청한다.
한국 YTN 뉴스가 방송되기 때문이다.
오후 1시에 풍성한 점심식사를 먹기 전까지 텃밭에서 일하며, 점심 후엔 호주인 남편이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다.
부부는 4-5시 쯤에 운동삼아 창고에 설치된 당구대에서 포켓볼을 한게임 친다.
그리곤 집안 청소와 텃밭 일을 한다.
7시에 저녁 식사 후 약 1시간 동안 ‘옳고 바른 마음 생활 명상’을 하며 TV나 신문을 보다가 10시에 취침한다.
“따분할 시간이 없다.
꽃, 채소와 대화하다 보면 시간이 너무 잘 간다.
흙과 가까이하면 순수하고 건강해진다.
사람은 자연과 가까이 하면 가장 순수해지고 스트레스가 없어진다.
”“학교, 병원 서비스 시드니 보다 낫다” = 김 씨의 텃밭과 집 주변에는 각종 무공해 야채류와 과일나무가 싱그럽게 자라고 있다.
수박, 고추, 민트, 쑥갓, 들깨, 열무, 호박, 토마토, 상추, 딸기와 뽕나무를 비롯한 체리, 오렌지, 레몬, 귤, 패션푸르트 등의 과일나무들이 한창이었다.
“채소를 마음대로 가꿔 먹을 수 있는 땅, 아이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충분한 공간 등 자연을 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느낀다.
지내보면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소리가 나온다.
무공해 채소는 자급자족 하고 일부 시드니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김 씨는 시골생활의 또다른 장점으로 학교 등하교나 병원 진료 등의 편의성을 거론했다.
“학교 버스가 집 앞으로 학생들을 태우러 오고 태워준다.
등하교가 아주 안전하다.
운전사가 학생들을 자식처럼 보살펴준다.
병원은 20분이면 더보나 웰링턴의 공립병원 의사를 만날 수 있다.
급한 경우 앰뷸란스도 온다.
응급상황일 경우 시드니보다 차라리 더 신속하게 진료받을 수 있다.
”시장을 보기 위해선 자동차로 약 15-20분 걸리는 더보나 웰링턴의 쇼핑센터를 간다.
“시드니에서 쇼핑센터에 왕래하는 시간과 비슷하게 걸린다.
더보에는 2주일에 한번씩 주말 시골장이 선다.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를 가판대에서 판매한다.
”한국 식품점과 식당은 그리워 = 시골생활의 불편함도 있다.
“택지가 넓으니까 관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
부지런해야 한다.
자연친화적이고 체력도 뒷받침 돼야 한다.
한국 식품점과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도 불편하다.
가끔 외식하고 싶을 때도 갈 한국 식당이 없다.
그래서 생일이나 결혼 기념일 등은 시드니 나가서 한꺼번에 파티를 하고, 그때 한국 식료품도 대량 구입해온다.
”시골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이웃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무슨 일이 발생하면 상부상조해야 할 사람은 바로 이웃이기 때문이다.
장기간 집을 비울 때도 서로 이웃집을 봐주고 쓰레기통도 비워준다.
심지어 집앞 잔디도 깎아준다.
영어를 못해도 바디랭귀지로 충분하다.
마음이 진실하면 마음이 통한다.
”김 씨 부부는 저축해둔 노후자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런 재정적 여유가 없는 가족은 직업을 찾아야 한다.
“집을 구할 때부터 가족의 일자리를 감안해야 한다.
여기엔 기술자들이 우대받는다.
배관, 섀시, 셔터 등의 기술자들은 부르는게 값이다.
한번 부르면 올 때까지 몇 달 걸린다.
거실의 벽난로를 만드는데 2-3개월 기다렸고, 에어컨 설치에도 몇 주가 걸렸다.
시드니가 제일 싼 것 같았다.
청소비도 시드니 보다 비싸다.
”김 씨는 향후 ‘고향의 집처럼 모든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쉼터’ 설립을 꿈꾸고 있다.
시드니서 자동차로 2-3시간 떨어진 거리의 공기와 경치가 좋은 곳에 한인들이 쉬어갈 수 있는 ‘옳고 바른 마음의 집’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방갈로, 명상센터, 놀이공간도 만들고, 무공해 농사도 지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해외생활에 지친 심신을 푸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시설이 하루빨리 문을 열기를 기대한다.
권상진 기자jin@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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