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즈 스퀘어의 LG사인판,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의 삼성 네온사인, 파리시내의 대우 로고가 붙어 있는 빌딩을 보기만해도 반가움에 가슴이 벅차 오르고 눈물이 핑 돌 때가 있었다.
‘Made in Korea’ 라벨이 붙은 제품을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만나면 무심코 어루만지며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불과 20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호주인들이 한국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호주 가정에서 대한민국 기업 제품 하나쯤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디자인뿐 아니라 품질과 가격 면에서도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인이 만들고 전 인류가 함께 하는 대한민국 제품들, 그것이 바로 ‘글로벌 브랜드’인 것이다.
호주시장에 대한민국 기업 제품들이 등장한 것은 30여 년 전의 일로 주로 호주 대리점을 통해 들어왔다.
이 후 삼성전자, LG, 포스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금호타이어 등 대기업들은 호주에 법인을 설립해 시장경쟁과 적자생존법칙 안에서 세계 각국의 브랜드들과 치열하게 겨루며 판로를 넓혀왔다.
하나 하나의 기업 제품이 곧 대한민국 국가브랜드이다.
한국에서는 ‘대한민국’ 국가브랜드가 상승하기 위해서 기업의 명성과 제품 인지도가 먼저 뛰어올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호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제품 판매율의 상승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는 국가브랜드가 먼저 뒷받침이 되어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국가브랜드와 기업(제품) 브랜드는 상생관계에 있고 정비례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제품이 하나라도 더 팔리고, 품질이 인정받고, 주목을 끈다면 그 제품 하나하나는 바로 대한민국 대표로 국가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호주 자동차시장을 예로 들면, 60개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는 심화된 시장인데도 세계적으로 자동차 기술을 인정받고 있는 일본 브랜드는 막강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작년 ‘업체별 신차판매’ 1위는 일본 토요타로 기술적인 문제로 세계적인 리콜 파문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6.8% 판매성장률로 8년째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신차판매순위 10위권을 살펴보면, 토요타, 마즈다, 니산, 미쯔비시, 혼다, 스바르 등 6개 일본 브랜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6개사가 판매한 신차 합계만 71만9785대로써 호주 전체 신차판매대수 103만5574대의 약 70%를 점유했다.
대한민국의 자동차 브랜드 또한 작년 한 해 판매에 날개를 달아 유례없는 좋은 성적을 갱신했다.
현대자동차는 신차판매순위 5위를 차지했고, ‘현대 i30’는 호주 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 순위 중 5위를 기록했다.
기아자동차 또한 작년 신차판매순위에서 12위를 기록, 전년대비 22.9% 판매성장률 상승으로 주요 브랜드 중 성장률 순위 3위에 랭크됐다.
이들 대한민국 신차들은 현재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
코트라(KOTRA) 시드니무역관의 김성수 관장은 “호주는 지리적으로 고립돼있기 때문에 북미나 유럽 시장에 비해 시장 확장성이 적다.
따라서 한국뿐 아니라 각국의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우선 순위를 두며 시장진입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호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바이어의 인지도와 소비자 인지도가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한국 제품들이 호주시장에 더욱 소개되려면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에 대한 좋은 평가를 내리고 많이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현재 호주에 진출한 기업들은 질 좋은 제품들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줘야 한다.
국가인지도 상승의 가장 단기적인 방법은 많은 대기업들이 진출해 좋은 판매결과를 이루는 것이다.
다.
이는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뿐 아니라 기업과 나라의 신뢰감으로 많은 대한민국 중소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활발히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인 지리적 불리함과 더불어 호주는 230개국에서 온 2천2백만 명의 다민족들로 이루어진 국가로 경제,금융시장의 중심지인 NSW주만도 220개국에서 온 7백1십만 명이 살고 있다.
따라서 호주의 현실은 ‘삼성은 알아도 코리아를 모르는' 호주인들이 많다.
남한과 북한의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호주인도 많다.
따라서 북한에 관한 부정적인 뉴스나 지난 해 말 발발한 ‘연평도 포격사건’ 같은 것이 주요뉴스로 떠오를 때면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와 판매성장에 영향을 끼친다고 기업들은 말한다.
시장마다 특성이 있지만 호주는 제품의 안전성, 부품에 대한 품질 보증, 친환경적 요소 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호주 진출 한국 대기업들은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해 호주가 특히 가치 부여하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공헌활동 지원, 스포츠 마케팅,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 등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스폰서십 활동을 펼치면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름과 제품을 호주인들 뇌리에 심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 지원기업이 지역사회에서 얻은 이득의 일부분을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믿음, 신뢰, 협력 안에 서로 공생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지난 1월 초, 호주 동부의 퀸슬랜드주 대홍수로 많은 사상자가 생기고 집과 생활에 막대한 손실을 입은 피해자가 속출하자,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10만달러를, 금호타이어는 2만달러의 성금을 선뜻 기탁했다.
슬픔을 함께 나누자는 차원에서 이들은 호주의 국가적 재난극복 노력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2009년 호주의 대표적인 유방암 치료 및 예방단체인 맥그라스 재단(McGrath Foundation)과 협력관계를 맺었다.
재단에 10만 달러의 기금을 전달하고 전시장에 맥그라스 핑크 리본을 다는 등 유방암의 경각심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기아차는 소외된 이들을 위한 무상급식제공단체인 ‘Meals on Wheels’와 아동돌연사방지협회 ‘Sids and kids’, 청소년 비행 예방학교 ‘Life Education Australia’등의 기관에 무상으로 차량제공을 하고 있고, 기아영드라이버(Kia Young Driver’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운전 미숙자들과 벌점자들을 교육시키며 안전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시드니국제모터쇼에서 국제적인 구호단체인 ‘MakePovertyHistory’와 연계해 방문객들의 기부금을 모았고, 성인남자 암 발생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는 기금 모금 단체인 ‘Blue September’와도 자동차 회사 독점 파트너로 연대해 현대차 ‘i20’ 제공을 통한 캠페인을 펼쳤다.
또한 시드니 한인사회에도 눈을 돌려 한인회나 기타 한인단체들의 주요 행사에 스폰서를 함으로써 현지 한인들과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호주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맥주’와 ‘스포츠’로써 특히 ‘맥주 마시면서 스포츠 관람하기’란 말이 있을 정도이다.
이런 호주인의 기호를 겨냥한 스포츠 마케팅은 호주진출 기업들이라면 예외 없이 진행하고 있다.
???기아차는 8년째 세계 4대 그랜드슬램 중 하나인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의 메이저 스폰서를 해오고 있다.
기라성같은 세계 랭킹 선수들이 참여하고, 전 세계인이 시청한다는 점에서 해마다 6억달러 상당의 광고효과를 얻고 있다고 한다.
또한 현대차는 2010년부터 3년간 ‘JBWere 호주마스터즈’ 골프대회의 자동차분야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타이거 우즈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회기간 동안 현대자동차를 이용한 것이다.
이 밖에도 2004년부터 호주축구협회(ASA)와 함께 호주 유일의 전국규모 축구경기대회인 호주축구 전국리그를 ‘The Hyundai A League’로 명명하여 출범시켰다.
호주인들의 축구(soccer)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10년전부터 뜨거워졌음을 감안할 때 기업의 이름을 붙인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는 AFL(Australian Football League)에 대한 후원도 활발한 편으로 멜번의 ‘칼톤축구클럽’(Carlton Football Club), ‘브리즈번 라이언스 호주축구클럽’(Brisbane Lions Australian Football Club)을 지원하고 있고, '현대 호프만컵’(The Hyundai Hopman Cup) 테니스대회 메이저 스폰서로도 활동 중이다.
LG전자는 2009년 1월부터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1의 글로벌 파트너와 기술 파트너로 활동 중으로, 오는 3월 개최할 ‘호주 포뮬러 1 그랑프리 대회’의 공식 스폰서이다.
금호타이어 또한 ARC/V8/F3 등 여러 자동차 레이싱 스폰서를 통해 자사 제품을 선보이며 품질과 기술력을 과시, 호주 언론 매체와 잠재 고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2010년 금호타이어는 호주에서 가장 사랑 받는 스포츠인 NRL(National Rugby League)의 ‘세인트조지’(St. George)팀과 후원사 체결을 했다.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제고호주 진출 한국 기업들의 언론매체 광고는 주로 이미지 광고에 주력하고 있다.
경쟁업체들이 상품을 드러내놓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데 반면, 한국 기업들은 세련되고 긍정적인 기업이미지를 광고에 실어 소비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임팩트를 주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명한 미국 드라마 ‘멘탈리스트’의 주인공 사이먼 베이커를 홍보대사로 임명해 광고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호주태생으로 밝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진 그는 삼성전자의 호주시장 주력상품인 3D LED TV와도 연관되는 ‘배우’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기술력'으로 당당히 세계 1위 글로벌 기업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림픽, 월드컵 경기 등 각종 세계적인 대회 스폰서로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LG전자는 ‘Life is good’이라는 긍정적인 광고카피를 가지고 호주 전체 가전브랜드들 중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02년 11월부터 시내 중심의 달링하버 지역에 있는 아이맥스 영화관에 ‘LG IMAX’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소비자들과 늘 가까이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호주 수영선수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랜 해켓을 광고모델로 브랜드 캠페인을 벌여 자사 제품이 안전하고 역동적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호주에서 금호타이어는 판매순위 3위에 올라 있고, 향기 나는 아로마 타이어, 컬러 타이어 등으로 차별화 전략을 세워 일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은형 기자 edit@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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