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arsguide.com.au]산업부 “일자리 유지가 우선” 노조 압박근로조건 개정 놓고 노사 마찰 예상“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투타의 핵심이던 선동열과 이종범이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하자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 김응룡 감독이 한 말이다.
자칫하면 호주 국민들은 이렇게 푸념해야 할 지도 모른다.
“홀덴도 떠나고, 도요타도 떠나고…”지난해 말 호주 제조업의 자존심 홀덴이 2017년 말까지 호주 공장을 철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해 전 호주인을 패닉에 빠뜨린 이래로, 이제 마지막 남은 자동차 제조업체인 도요타가 호주에 계속 남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져 왔다.
연방정부, 도요타 경영진, 근로자가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결국 ‘생산비 절감’이라는 공통의 목표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가 저렴한 공장에서 조립해 들어오는 수입 차량과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생산 단가 하락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이안 맥팔레인 연방 산업부 장관은 생산비 절감을 위해 도요타 근로자들이 근로 조건과 관련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24일 맥팔레인 장관이 “근로자들은 그들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양보없는 대립으로 결국 문을 닫는 것 보다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유지하는 쪽이 근로자에게도 호주 전체 경제에도 바람직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빅토리아 주정부가 맥팔레인 장관과 앤드류 롭 통상부 장관에게 도요타 공장을 살릴만한 비밀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적극적이고 자동차 산업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데 회의적인 분위기인 자유국민연합 정부와는 달리 맥팔레인 장관은 자동차 제조업을 살리자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자유당의 한 연방의원은 맥팔레인 장관이 산업 지원에 관해 조 호키 재무부 장관과 매우 다른 의견을 견지하고 있어 ‘눈 밖에 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맥팔레인 장관은 “(자동차 산업 지원에 관한 한) 나는 그 누구보다 냉정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도요타의 생존 가능 여부가 아니다.
그들이 켄터키(미국)나 태국 공장과 견주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가가 포인트”라고 말했다.
맥팔레인 장관은 노동력이 저렴한 태국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캔터키 공장과는 비슷한 생산단가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요타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과 관련해 노조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맥팔레인 장관은 “우선순위는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지, 과거의 좋은 근로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며 경영진이 생산비 절감을 위해 제시한 근로 조건 변화 제안을 근로자들이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도요타 경영진은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을 개정함으로써 1700만 달러의 인건비를 절감하려고 하고 있다.
경영진은 헌혈 사유로 4시간 유급 휴식을 허용하는 제도를 개정하고, 일요일 근무 시 시간당 급료를 평일 근무의 2.5배 주던 것을 2배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의료 확인서(medical certificate)없이 낼 수 있던 병가(sick leave)를 앞으로는 의료확인서를 첨부토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방안을 포함해 총 27개 근로 조항을 개정함으로써 1700만 달러의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경영진의 시도는 그러나 연방대법원에 의해 무산됐다.
당초 경영진은 이러한 인건비 절감과 함께 기타 생산 단가 절감 노력을 더해 2018년까지 자동차 한 대 당 생산비를 3800달러 줄여 호주 공장을 계속 가동하려는 청사진을 갖고 있었다.
도요타는 차세대 캠리를 올해 호주에서 생산할 지 여부를 아직 결정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스 야스다 도요타 호주지회 회장은 지난 12월 홀덴 철수 발표 이후 도요타가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도요타는 호주에서 총 10만6000대의 차량과 10만8000개의 엔진을 생산했다.
홀덴이나 포드와는 달리 생산된 차의 70%를 국외로 수출했다.
데니스 냅타인 빅토리아주 주총리는 2017년 이후에도 도요타가 차세대 캠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호주제조업근로노조(AMWU) 데이브 스미스 사무총장은 생산 단가 절감에 관해 노조와 사측이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일부 조항은 ‘넌센스’라며 진통을 예고했다.
서기운 기자freedom@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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