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smh.com.au

한국인 여성에게 접근한 뒤 금전적 손실을 끼치고 달아난 계획적인 범죄 행각이 발생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 시드니에 온 한국인 여성 A(23)씨는 황당한 사건을 접하고 치를 떨고 있다. A씨는 지난해 말 한 인도계 남성의 호의를 받아들여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언어가 다소 미숙했던 A씨는 호주 생활에 적응하는 단계에서 인도인 M씨에게 호감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M씨의 낯선 행동이 시작됐다. M씨는 A씨에게 여권을 보여달라거나 텍스파일넘버(TFN)을 신청했는지, 갖고 있는지 물었다. 미심쩍은 행동이라고 잠시 여겼지만 A씨는 이를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

그러나 M씨는 계속해서 수상한 행동으로 끊임없이 오해를 샀다. A씨의 명의로 집을 렌트하거나 공공기관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A씨의 신상정보를 묻고 종종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피해 여성 A씨는 남자친구인 M씨를 시민권자로 알고 의지했으며 임신한 것을 계기로 결혼을 생각하게 됐다.

뜻하지 않은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둘 사이에 혼사 문제가 오가던 무렵 M씨가 행방을 감춘 것이다. 종적을 감추기 직전 M씨는 A씨의 지갑을 함부로 뒤져 카드와 TFN을 알아낸 뒤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밀번호조차 바꾸었지만 M씨는 그 사실을 알아내 탕진했다.

결국 무일푼이 된 A씨는 한국의 부모에게 도움을 청해 귀국할 수 있었다.

사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가 분을 삭이던 A씨는 평소 친하게 지냈던, 호주에 있는 또 다른 한국인 여성 B(20)씨의 페이스북에 들어갔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B씨가 M씨와 새롭게 사귀고 있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다. 더 나아가 B씨와 M씨가 연인 사이임을 짐작케 하는 정황들을 확인하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A씨는 여전히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본보는 이런 풍문을 듣고 어렵게 당사자와 접촉을 시도한 끝에 A씨와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A씨는 호주동아일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인 여성에게 다시는 이 같은 피해가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용기를 갖고 전화취재에 응하게 됐다”고 했다.

그녀는 “그 남자(M씨)의 범죄가 낱낱이 밝혀져 책임을 묻고 싶은 마음"이라며 "나 같은 피해자가 또 다시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불법체류자인 인도인 M씨는 막무가내로 신상을 파헤쳐 개인정보를 임의로 가로챘고 사랑을 빙자하는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A씨는 “집도 없고 가난한 형편인 것으로 들어서 돈도 빌려줬지만 갚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면서 “말로만 듣던 이런 피해를 내가 당하게 될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이번 사건처럼 호주 물정에 대해 잘 모르거나 새로 이주해온 한국인 여성들을 타깃으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신상정보를 빼가는 지능형 범죄가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은영 인턴기자 edit@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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