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한 역사를 그은 가브리엘 코코샤넬은 패션에 대해 이러한 명언을 남겼다.
(Fashion is not something that exists in dresses only. Fashion is in the sky, in the street, fashion has to do with ideas, the way we live, what is happening)
패션은 드레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패션은 하늘과 길거리에도 있으며, 우리의 생각과 삶, 그리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그녀의 말처럼 패션은 단순히 겉치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패션은 우리의 삶 그 자체를 대변하는 하나의 코드다. 앞으로 호주동아일보에서는 패션이라는 열정 어린 키워드를 가슴에 품고 사는 이들을 만나 볼 계획이다. 
 
그 첫 인터뷰 손님은 시드니 스트리트 패션 사진작가로 유명한 윤석민씨다. 카메라 뷰파인더로 피사체를 포착하고, 셔터를 클릭하듯 그가 생각하는 패션의 정의와 라이프 스타일을 대화로 포착하고, 글자로 인화해보았다.
 
 
사진사가 된다고 해서 꾸중을 들었던 아이
호주에 온 지 이제 5년째다. 한국에서는 잘 나가던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한국 최초로 3D 디자인을 선보여 여러 유명 매체와 방송에서 인터뷰도 많이 했던 잘 나가던 디자이너였다. 그러다 자녀의 학업으로 호주에 와 새로운 삶을 계획하게 된 그는, 평소 취미로 찍던 사진촬영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게 되었다. 
 
사실 사진촬영은 그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매료된 세상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집에 있던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게 된 이후, 사진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 학창시절 내내 사진부 활동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장래희망을 묻는 부모님께 당연히 사진사가 된다고 대답했다, “고작 생각하는 게 겨우 사진사니? 먹고 살 수나 있겠니?”라는 타박과 실망스러워하는 부모님의 반응에 마음을 접은 여린 아이였다.
 
그래서 디자인으로 전향해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 동기 중 한 명이 사진사가 되려고 산업디자인을 택했다고 해서, 제가 너무 한심해 하며 저희 부모님이 했던 말을 그대로 했었죠. 고작 사진사하려고 비싼 돈 내고 대학에 들어왔니?” 윤석민씨는 추억에 잠겨 그때의 에피소드를 웃으며 전해주었다. 세상일이란 참으로 모를 일이다. 겨우 사진사라고 부모님도 본인도 직업으로 생각도 안 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사진작가란 타이틀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은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고, 그러므로 삶은 즐거운 법인가보다.
 
 
시드니는 하나의 거대한 천연 스튜디오
호주에 온 그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건물, 하늘, 나무, 구름 이 모든 것들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컬러를 지닌 거 에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보라색을 모른다고 해요. 본 적이 없어서요. 그렇듯 저도 호주에 와서 태어나 처음 보는 컬러를 발견한 기분이었어요.”
 
사람마다 유별나게 발달된 감각이 있기 마련인데, 그의 경우엔 시각이다. 그러기에 컴퓨터 그래픽을 할 때도 컬러를 보는 뛰어난 안목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그런 그가 아름다운 색채 가득한 호주에 오니,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마치 뷰파인더가 그의 눈동자인 것처럼 말이다. 오페라 하우스와 비치 그리고 유럽 분위기가 느껴지는 더 록스의 거리 등 시드니는 하나의 거대한 스튜디오라고 그는 말한다.
 
그렇게 촬영한 스트리트 패션사진들을 블로그에 올리게 되자, 우연히 보게 된 호주 패션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패션광고도 진행했고, 허니문과 웨딩사진도 전문으로 찍게 되었다. 그가 지닌 기술적인 장점은 사진보정을 모두 스스로 완벽하게 할 줄 안다는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 전공을 했던 경험으로 말이다. 그러기에 카메라로도 100% 표현 못하는 것을 보정을 통해 완성한다.
 
 
호주 패션이 뜨는 이유는 자연스러운 스트리트 패션이 일조
그는 스트리트 패션을 찍을 때 절대 정형화된 포즈를 취하게 하지 않는다. 아이컨텍과 대화를 나눈 후 자연스럽게 그가 포착한다. 그는 무엇보다 굳이 비싼 돈을 들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개성을 살린 호주인들의 패션이 바로 호주의 문화를 업그레이드한다고 느낀다.
 
맘에 드는 한 컷을 찍기 위해 몇 시간이고 길거리에 앉아 기다리고, 수많은 인파가 밀집한 거리를 돌아다는 것은 일상다반사다. 화려한 패션사진 뒤에는 이러한 그의 노력과 헌신이 있다. 50대지만 그는 어느 젊은이보다 뜨거운 심장으로 앞으로도 스트리트 패션과 허니문과 웨딩사진을 찍는 작가로 계속 매진할 거라 한다. 그는 미래 비전을 이렇게 말한다.
 
▲ 그의 패션아이템은?50대지만 Young하면서 세련된 스타일을 즐긴다. 그의 스타일을 만드는 아이템은니콘 D600카메라(렌즈는 단렌즈로 35미리 85미리를 지니고 다닌다)와, 안경(빈티지 샵에서 구매)과 카메라 가방(Tamrac 제품)이다.특이한 점은 거리에서 장시간 작업하는 스트리트 패션작가답게, 선크림과 비상상비약과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먹거리를 늘 지니고 다닌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과 삶이 이렇게나 아름답구나 하는 느낌을 제 사진을 통해 전달하고 싶습니다. 예쁘고 잘생긴 모델이 아니어도,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일상적이고 평범한 매력을 담을 것입니다. 아울러 허니문과 웨딩사진은 서로 사랑하는 커플을 바라보고 찍는 것만으로도 엔돌핀이 솟아나고 제가 더 기쁘고 벅차답니다. 그러기에 커플사진을 찍는 일은 저 자신을 위해서도 더욱 정진하려고 합니다.”
 
▲ 윤석민 사진작가는 거리에 주저앉고, 걷고, 뛰고 거리의 사람들과 함께 교감하며 촬영하는 스트리트 패션사진 작가다. 시드니 허니문과 웨딩사진작가로도 명성이 높은 그는 정형화된 사진 편견을 깨고 자연스러운 사진을 연출해내는 데 일가견을 지녔다. 더 많은 그의 사진들은 http://blog.naver.com/smyun 에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있어 패션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제게 있어 패션은 사진입니다.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합니다. 전 그 도구가 사진입니다.” 당연히 예상했던 그다운 대답이며, 더할 나위 없이 그에게 어울리는 정의다.
 
김서희 기자 sophie@hanhodaily.com / 사진 남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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