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듯 보이지만, 다른 브랜드의 제품으로 커플룩을 입는 것이 두 사람만의 방식이다. 귀여운 일명 떡볶이 코트라 불리는 더블코트는 요즘 같은 겨울에 즐겨 입는 옷이다. 구상희 씨의 옷은 갭(Gap), 김윤수 씨의 옷은 하레(Hare)
일본에서 스타일리스트과를 전공한 25살 여자와, 한국에서 화학공학(숭실대)을 전공한 24살 남자가 있다. 전혀 공통분모라고는 없는 두 사람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호주의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된다. 평소 옷 잘 입는 여자가 이상형이던 남자는, 첫눈에 세련된 스타일의 그녀가 맘에 들었다. 
 
하지만, 이미 뭇남성들의 주목을 받던 그녀 눈에 들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 마음을 끌기 위해 그만의 작전을 시작했다. 그녀의 스타일을 눈여겨 본 후 남 몰래 커플인 것처럼 옷을 맞춰 입은 것이다. 이야기의 결말부터 말하면 해피엔딩이다. 이제는 함께 쇼핑하고, 데이트 코스에 따라 옷을 코디하고, 둘만의 커플링을 비롯한 아이템이 늘어나고 있는 스타일리시한 커플이기 때문이다. 패션으로 통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패션 아이템에 비유해 보았다.
 
▲ 구상희 씨는 일본 논노 메인 화면에 스트리트 패션 주인공으로 소개될 정도로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시스루 원피스로 맺어진 인연
“다른 남자들은 멋진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하자고 할 때, 저는 상희에게 열심히 옆에서 스타일 조언을 해 주는 남자였어요. 저 역시도 공대생이긴 하지만 패션에 관심 많던 사람이었거든요. 학창시절 어머님이 사준 멀쩡한 바지를 당시 유행하던 나팔바지로 개조하고, 군대 가서도 보급품 받을 때 제 몸에 맞는 사이즈를 받기 위해 유난을 부려 얼차려를 받았을 정도였죠. 상희도 패션 전공자였기에 호주에 와서도 공부하듯이 옷을 신경 써서 입는 사람이었고요. 그래서 다른 남자들과 다르게 본인 스타일에 대해 제가 의견을 말해주는 모습에서 점점 매력을 느꼈다고 해요.”
 
함께 옷을 사러 갈 때면, 곧 지쳐하거나 뭘 입어도 그저 예쁘다는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여타 남자들 사이에서, 반짝이는 감각으로 쇼핑 친구를 해주는 윤수 씨에게 상희 씨는 남다른 감정이 생긴 것이다.
 
“하루는 너무 예쁜 시스루 원피스를 호주 숍에서 발견했는데, 막상 사려고 하니 망설여지는 거에요. 그래서 윤수 씨에게 물어봤더니, 그런 옷은 무조건 사야 한다. 너에게 정말 잘 어울리고, 앞으로의 트렌드에도 맞는 아이템이라고 적극 추천해주더군요. 그래서 구매를 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잘 입고 있고, 보는 이들도 다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옷이 되었어요.”
 
이제 사귄 지 600일이 되어가는 그들의 주 데이트 방식은 패션 커플답게 쇼핑이다.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아이쇼핑만 해도 두 사람 모두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하니, 패션으로 맺어진 천생연분이다. 주로 가는 장소는 시드니 스트리트 패션을 주도하는 뉴타운 거리와 쇼핑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마이어 웨스트 필드를 포함한 시드니 시티 중심이다. 그중에서 한국에는 없는 브랜드인 탑샵(TOPSHOP) 매장은 사귀기 초창기에는 매일 출근도장을 찍다시피 할 정도로 드나들었다. 
 
▲ 실버톤으로 맞춘 커플 시계는 카시오(Casio), 반지는 빈티지 숍에서 구매.두 사람 모두 심플한 스타일을 좋아하다 보니, 무채색 아이템이 대부분이다.
운동화처럼 편하고 발랄한 커플룩
그들에게 있어 커플룩은 사랑을 표현하는 직접적인 방식이다. 두 사람 모두 단순한 스타일을 선호하다 보니, 튀거나 화려한 패션보다는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개성을 살리는 아이템으로 코디한다. 
 
똑같이 입기보다는 톤이나 재질에 맞춰서 입는다. 아무리 맘에 드는 옷이라고 해도 절대로 같은 색상에 같은 디자인의 옷을 함께 입지는 않는다. 젊은 커플답게 운동화 같은 캐주얼한 아이템으로 포인트 주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커플들이 영화를 볼 때 두 사람은 매 시즌마다 나오는 컬렉션 영상을 보며 트렌드를 참고한다, 그리고, 중저가 브랜드와 보세 제품을 믹스 매치해 합리적으로 패션을 즐기는 귀여운 커플이다. 하지만, 가끔은 각자의 생일에 그동안 모은 돈으로 큰 맘 먹고 서로가 좋아하는 Jean touitou의 A.P.C 옷을 사며 행복해 하는 ‘패션’으로 일심동체 되는 커플이다. 
 
데님처럼 튼튼하게 이어질 사랑
두 사람의 장래 꿈은 호주와 한국의 패션 장점만을 살린 셀렉샵을 운영하는 것이다. 호주의 개성을 과감하게 살린 스타일과 한국의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스타일을 접목시켜, 유니크한 셀렉샵을 만드는 것이 그들이 함께 앞으로 이루어나갈 미래다. 그러기 위해 윤수 씨는 우선은 전공을 살려 한국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해 열심히 저축을 할 생각이고, 상희 씨는 패션 공부를 계속 이어서 할 계획이다. 
 
그들이 공통으로 가장 좋아하는 패션 소재는 데님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윤수 씨와 상희 씨의 사랑도 데님을 닮은 듯하다. 누구나 입을 수 있지만, 누가 입느냐에 따라 최고의 소재가 되는 데님처럼,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서로를 만나 최고의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김서희 기자 sophie@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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