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측부터 임혜숙(민교그룹 기획자), 송민선(송민선 무용단), 김정혜(샤인코러스 지휘자), 강해연(이유극단 감독), 차연우(서양화가)
호주사회의 한국인 이민 역사가 이제 반세기를 넘어서고 있다. 그 동안 앞만 보고 달려 온 이민 1세대들은 이제서야 한숨 돌리며 때로는 호주의 하늘을 보며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기도 하고 때로는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현재를 자축하기도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교민사회가 어디까지 달려왔는지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성을 느낀다. 이에 호주동아일보는 호주의 한인사회가 정치와 문화 면에 있어서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 3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 기획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재정 지원으로 완성되었다. ?편집자 주
 
감성마케팅, 감성경영, 감성디자인 요즘은 이성보다 감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의 논리적인 잣대로 흑백논리를 주장하기 보다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통해 창조성과 공감대를 끌어내 움직이게 하는 방법이 더 각광받는 시대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적 마인드를 가진 인재가 된다는 것은 커뮤니티 전체의 이미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강력한 파워를 갖게 되는 것이다.

호주 사회의 한국 문화의 입지는 2000년대에 들어서며 눈에 보이는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코리안이라고 하면 North인지 South인지를 먼저 묻던 외국인들의 사고가 이제는 단지 지리학적 위치를 묻는 질문을 넘어서 한국인들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음악을 듣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호주 한인사회에는 이러한 과도기적 변화 속에서 꿋꿋하게 활동해오고 있는 문화 전문인들이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한국무용아카데미의 송민선단장,  샤인코러스 합창단의 김정혜 지휘자, 서양화가 차연우 화백, 민교 그룹의 임혜숙 이사 그리고 극단 EU의 강해연 감독까지 호주 한인 문화계 여성파워 5인과 함께 ‘맛있는 수다’를 나눠봤다. 
 
▲ 살인추리극을 통해 인간의 양면성을 담은 연극 구운몽
호주 내 한인 문화활동의 현주소
호주에서 어떤 문화 활동을 해 오셨나?
 
임혜숙: 1999년 말 개인 사업을 하면서 교민을 위한 이벤트를 고민하다가 영화 ‘쉬리’를 수입해 상영했는데, 큰 감동이었다. 상영 마지막 날에는 3시간동안 쓰레기통 위에 서서 관람한 분, 두 세시간을 운전해서 온 분도 있었는데, 그만큼 교민들이 한국영화에 목말라했던 것이다. 이 후로 패티김 콘서트, 난타 공연, 조수미 공연, 비 공연 등을 기획하며 문화공연기획자로서 살아왔다.
 
송민선: 호주에서는 1985년부터 한국무용을 시작해, 벌써 30년이 다 돼간다. 개인적으로는 무용을 시작한 지 올해로 50주년이기도 하다. 그동안 호주에서만 500회 이상 공연을 했고, 지금까지 선교를 목표로 활동해 왔다. 우리 세대가 이룰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겠지만 꿈을 버리지 않고 가진 재능을 계속 펼칠 계획이다.
 
김정혜: 어릴 적부터 합창과 지휘를 했고, 대학도 작곡과를 진학해 인정도 받았으나 결혼 후 교회음악으로 방향을 좁혔다. 1988년 호주에 이민 와서 시드니 콘에서 교회음악과정을 마친 뒤 25년간 성가대 지휘를 했다. 이후 순수 합창을 지향하는 샤인코러스 합창단을 결성, 12년째 이어오고 있다. 여성중창단으로 시작했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오라토리오 같은 대곡도 공연할 수 있게 되었고, 2013년에는 시드니 아이스테포드(Sydney Eisteddfod)호주오픈합창대회에서 올해까지 2년 연속 최상위권에 입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강해연: 2003년에 더 워드 뮤지컬단 연출가로 활동하다가 2010년에 이유(EU)극단을 만들어 연극 무대를 연출해오고 있다. 한국에서 시나리오를 공부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쓰리에스, 아줌마시대에 이어 올해 ‘구운몽’이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차연우: 호주로 미술활동을 오게 된 계기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였다. 벌써 호주에서 미술활동을 한 지 13년이 지났다. 많은 시간이 흐른만큼 호주 한인들의 작품을 보는 눈, 미술에 대한 관심도 많이 성장했다.
 
문화 투자에 인색한 한인사회
한인사회는 문화에 대한 관심은 많은데 비해 여전히 티켓 구매조차 주저하는 분위기이다.
 
임: 아직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교민사회의 경제력이 예전에 비하면 안정되었다지만, 90년 이전에 오신 교민들은 여전히 왜 공연에 돈을 주고 가냐는 고정관념이 남아있는 듯 하다.
 
송: 84년 처음 이민 왔을 때 70년대 이민오신 분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내 자신도 같은 처지가 된 것 같다. 특히 88년 서울올림픽을 보면서 한국의 급속한 성장에 큰 충격을 받았다. 공연, 매스게임의 수준이 달랐고 난 정체되어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매년 한국에 나가서 문화계의 전반적인 흐름을 느끼고 흡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임: 재미있는 건 그런 부모의 영향 아래서 자란 자녀들은 비슷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를 깨기가 어렵다.
 
한국 문화계는 3-40대가 스스로 돈을 지불하고 공연을 찾는 문화로 바뀌고 있는데, 호주 이민 사회도 그렇게 변할 가능성은 없을까?
 
김: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K-pop 공연은 250달러나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그만한 돈을 지불한다. 부모님 세대는 과외, 학원 같은 교육에 돈을 쓰려고 하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
 
송: 조금씩 바뀌는 게 느껴진다. 부모 세대와는 달리 성장한 자녀들이 부모를 모시고 공연장에 가는 등 서서히 변하고 있다. 물론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임: 사실은 공연할 때마다 관객을 모으고 자금을 모으는 공연기획 단계부터가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많다. 90년대만 해도 공연마다 단장이나 스탭들이 50장을 할당 받아 아는 사람에게 팔거나 돌렸지만 좌석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 이번 구운몽 공연 때도 배우들이 광고지를 배포하며 직접 발벗고 나섰다. 잡지나 신문 광고를 통해 공연 소식이 많이 알려졌지만 직접 표를 구매하고 오는 분은 많지 않다.
 
임: 영화표를 공짜로 얻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협회나 기관에 무료시사회를 초청하면 가족들 표까지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 2014 호주오픈합창대회(Sydney Eisteddfod) 준우승한 샤인코러스
한인문화활동의 질적인 문제
우리 공연의 다양성과 수준은 교민들의 관심을 끌만한가?
 
김: 20년 전에는 행사가 없었으나 지금은 누릴 수 있는 행사가 많다.
 
강: 다양성은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연극극단도 극단이유 하나 밖에 없어 경쟁구도가 없으니 의욕도 떨어지기 쉬운 분위기다. 그러면 관객들의 관심도 함께 떨어진다. 
 
차: 오페라하우스나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면 무료로 티켓을 얻으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정말 그림 애호가라면 표를 사서 오기도 한다. 뉴욕에서 전시할 때는 달랐다. 특히 외국인들은 그림을 보고 격려의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부족한 면을 지적하는 경향이 더 크다.
 
송: 무용도 비슷한 처지다. 무료 공연조차 관심이 적었고, 표가 한 장도 팔리지 않은 공연을 해보기도 했다. 그나마 한국무용은 전통 예술이다 보니 한국문화원이나 관광공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문제는 한국인 의식 속에는 한국무용을 경시하는 경향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호주인들 앞에서 공연하는 자리를 더욱 선호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김: 나도 항상 무료연주회를 하는데 이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전문예술가들을 공짜로 쓰려는 생각이 문제이다. 그러나 돈 내고 보는 공연이 아깝지 않게 만들어야 하는 책임은 우리 예술가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인 다운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와야 하지만 현재로는 이런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음악회를 한번 하기 위해서는 단원들이 직접 펀드를 모으고 나서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교민들을 문화활동에 더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방안이 있을까?
 
임: 다양성은 많아졌지만, 서로간의 결합이 더 필요한 것 같다. 한인의 날과 같은 행사를 제외하고 각 문화계가 서로 결합하는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든 듯 하다. 정치, 경제계와 함께 문화계를 이끌어 나가는 협동의식이 필요하다.
 
차: 예전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렸던 백건우 선생님의 연주와 그림 전시가 함께 결합된 공연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그런 시도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김: 나는 협업 가능성에 조금 부정적이다. 한국인은 각개전투에 강하고 협동에 약하다. 이런 성향은 우리 자신에게 손해이지만 현실이다. 우리 합창단의 경우, 이익을 얻는 구조는 아니지만 2세들을 위한 의무감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송: 이민사회 교민수는 제한돼 있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분야의 공연을 다 보러 다니지 않으므로 한인 관객을 나눠 갖는 형편이다. 이민 1세대들은 주말에 모임이나 휴식을 원하는 경향이 있고 자녀가 공연에 관여되어있지 않는 이상 공연장에 잘 오지 않는 분위기도 극복해야 할 숙제다.
 
김: 내 생각에는 연극이나 합창, 미술 보러 가는 관객은 각기 다른 사람이다. 그러므로 같은 공간에서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공연 행사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러면 관객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임: 공연기획시 유료공연을 보는 관객수는 800-1000명 기준으로 잡는다. 그 이상은 돈을 내고 공연을 보러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기업체는 호주의 한인사회에 지원을 하려 하지 않는다. 호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타켓은 호주 현지인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한인사회 공연을 위한 펀드레이징은 계속 어려울 수 밖에 없다.
 
▲ 서양화가 차연우 씨와 그의 작품
한인문화 활동의 영역확대
호주사회에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김: 올해 모든 공연을 원어로 했다. 안타갑게도 호주인 청중은 늘었지만, 한국인 청중은 줄었다. 이것은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모든 예술작품은 그 본연의 언어로 노래할 때 진정한 빛을 발한다. 호주내 경연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같다. 지난번 합창대회 우승후에는 더욱 한인사회에만 안주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강: 이번 구운몽 연극 공연에는 호주인 기자가 찾아와 한국어로 된 공연을 보고 리뷰를 바로 써냈다. 호주인 관객도 많이 찾아와 무대 위에서 사진도 찍고 관심을 보였다. K-pop과 한국드라마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호주 주류와의 교류에도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송: 음악이나 발레는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한국 무용 같은 경우는 문화사절단으로서의 역할이 전부이다. 그래서 성실하게 지역의 초등학교나 카운슬 행사가 있으면 반드시 가서 공연을 하고 있다. 
 
김: 한인문화 단체들의 활동 현황을 파악하고 지원을 해주는 것도 시급하다. 클래식 음악은 사람들에게 힐링이 되고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화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교육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문화의 교육적인 면보다는 돈을 쫓아가는 현실이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김: 한인사회 내에서 예술인들 간에 연결고리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업이 이루어지면 서로 간에 시간과 환경이 가능한지 교류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차: 전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는 전시가 완벽한 조명과 공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찾아가는 전시, 어디서든 전시는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김: 호주 카운슬과 긴밀히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문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장소나 기회를 제공받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직접 찾아나서는 것도 필요하다. 쉽지 않겠지만 끊임없이 시도하다 보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한류와 한국문화
최근 한류, K-pop의 영향은 교포 문화활동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임: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그러나 의외로 호주인들은 2002년 월드컵응원을 기점으로 한국을 보는 관점이 굉장히 달라졌다. 한국인들의 뜨거운 열기를 보며 놀라워했다. 스포츠가 문화보다 더 영향력이 큰 것 같다.
 
송: 작년에 설 축제에서 한국의 전통무용과 비보이 댄스를 접목시킨 공연을 제안 받았다. 당시 준비기간이 짧아 시간에 쫓겼지만, 유행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우리도 그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한국무용과 발레가 함께 하는 공연도 계획하고 있고 현대와 국악의 만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문화 홍보를 위한 한국문화 지원단체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인가?
 
송: 최근 2-3년 사이 한류의 영향으로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4년 전 한국문화원이 들어오면서 한국에 대해 많이 알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도 도움이 되었다.
 
임: 한국문화원을 환영하지만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한국문화원이 들어서면서 예전에 관광공사가 한인문화단체에 했던 지원금이 끊긴 실정이다. 정부기관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조금이라도 나누어서 현지 교포예술문화인들에게 지원하면 훨씬 더 수준 높은 공연과 예술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정부가 다시 교포문화인들을 위한 투자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한국정부 행사는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한국에서 직접 문화예술인을 수입해서 쓰는 경향이 있다. 물론 수준 높은 한국 문화를 알리자는 의도는 좋지만, 호주사회에서 문화활동을 해오던 이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교민사회에는 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문화활동 지원에 목마르다
안정된 문화 활동을 위해서는 직접뿐 아니라 간접적인 후원들도 많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인문화계 안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임: 일단 끊임없이 문화예술에 대한 노출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 공간에서 모여서 미술, 음악, 공연을 볼 수 있다면 누구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장을 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 와서 무용을 보고 새롭게 관심을 가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송: 나도 비슷한 꿈을 많이 꿔왔다. 무용과 합창을 접목시키고 또 연극을 뮤지컬처럼 만들 수도 있고 함께 고민해서 굉장히 다양한 종합예술을 이루는 것이다.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둘, 셋의 생각을 합치면 더 큰 그림이 나올 것이다. 
 
임: 저도 항상 꿈꾸는 게 있다. 돈을 많이 벌어서 교민 문화를 위해 더 힘쓰자는 것이다.
 
기자: 재정적으로 비교적 넉넉한 호주진출 한국대기업들이 ‘문화’의 파급력을 인식하고, 이를 위해 호주인들과 보다 가깝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포 문화인들의 대호주 활동을 많이 지원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 재능을 펼치기 위해선 실력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그 다음은 스폰서다. 지원이 그만큼 중요하다. 호주사회도 굉장히 정치적이고 관계가 중요하다. 한 예로, 합창대회에서 상금 후원을 조금만 하더라도 모든 상금에 이름이 들어간다. 일본이나 중국인들은 이미 문화계에 대한 후원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후원금을 통해 문화인들의 질도 높아지는 것이다.
 
한인 2세들을 위한 고민
한인 2세들의 뛰어난 문화적인 재능을 더욱 뒷받침해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송: 부모의 이해가 중요하다. 학업에 치중하는 교육성향때문에 어릴적부터 무용을 열심히 배우던 학생도 10학년이면 거의 떠난다. 이런 상황에서는 재능을 충분히 무르익을 기회를 놓친다.
 
김: 한국인은 1등에게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좀 더 광범위한 이들에게도 관심이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악기 연주자들은 솔로연주자가 되고 싶어하고 모두 1인자가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오케스트라 공연과 같은 함께하는 무대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와 함께 보다 다양한 문화 영역에 관심을 넓혀야 한다. 아직도 우리 세대는 자녀가 법대, 의대, 상경대에 가기를 원한다. 덕분에 한인 2세 중에 성악을 전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강: 연극의 경우에는 공연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저도 2세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한번은 시드니대 연극부 한인학생들이 연극을 가르쳐달라고 찾아왔다. 그래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해 함께 연극을 하고 있다. 일부 학생이 돈을 받고 가르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한인 사회 부모들의 인식으로는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연극에 왜 돈을 투자하냐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차: 미술도 마찬가지로 계속 보여줘야 한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많은 것을 하는 시대이다. 직접 그림을 지우고 완성하면서 굉장히 빨리 실력이 늘 수 있고 전세계 전시를 인터넷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는 직접 캔버스에 물감을 짜고 전시도 직접 찾아가서 봐야 했는데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더욱 큰 성장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한 부모는 아이와 손을 잡고 전시회를 찾아와 아이가 화가가 되고 싶어한다며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상담을 하기도 했다. 굉장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앞으로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나올 거라 기대가 된다.
 
송: 분야에 따라 조금은 다른 것 같다. 저도 어린 아이들에게 한국무용을 전수해 어린이 한국무용단을 만들고 싶어서 현재 교육 중 이다. 그러나 그나마 인원도 많지 않아서 작품을 만들어나가기에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무용은 노인들이 하는 무용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요즘 어머님들이 한국무용보다는 발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훈련시킬 아이들을 모으는 것도 쉽지는 않다. 혼자 허공에 외치는 기분이지만 나는 꾸준히 한국무용을 이어나갈 것이다. 아이들을 통해서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강: 우리가 계속 예술을 할 수 있게 터전이 마련되기를 원한다. 2004년도에 박세종 감독이 3분 짜리 만화영화를 찍고 美아카데미 시상에 노미네이트 돼서 호주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그 뒤로 미국 픽사에 가서 토이스토리4를 작업하고 그 뒤로는 활동한다는 소식이 끊겼다. 참 아쉬운 일이다. 이런 인재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어야 한다.
 
차: 예전에는 포스터나 프린트종이를 벽에 걸고 못을 박지 않고 그림을 걸어놓을만큼 그림에 대한 관심이 적었지만 이제는 넓은 벽에 걸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국작품을 찾는 호주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화는 더 이상 배부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가 아니다. 그 동안 어렵게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던 이민사회에서 이제는 문화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앞선 소수민족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호주 한인사회. 과거와 현재보다는 우리의 2세가 펼칠 앞으로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문화예술인들의 하나 같은 희망을 보면서 한인사회 문화적 영향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홍태경 기자 edit@hanhodaily.com
김석원 호주동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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