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앞두고 터진 시드니 인질극은 지구촌의 현주소를 생생히 보여줬습니다. 전세계가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은 호주에서도 진행 중 입니다. 내년에는 폭력 대신 평화가, 증오 대신 사랑이 넘치는 지구촌이 되길 바라면서 올 한해 호주사회 10대 뉴스를 정리했습니다. - 편집자 주
 
시드니 인질극에 지구촌 ‘화들짝’, 불경기에 호주달러 급락하고 실업률 급등
초긴축 연방 예산안 민심에 막혀 난항, 주택가격 급등에 첫주택구입자 ‘울상’
 
 
1. 전세계에 경종울린 시드니 인질극
12월 15일 오전 9시 45분부터 16시간 이상 지속된 시드니 마틴플레이스 린트초콜릿카페의 인질극은 전세계를 경악시켰다. 이란계 인질범 만 해론 모니스는 한인 여대생 1명을 포함한 17명의 인질을 잡고 호주 경찰과 대치했다. 결국 16일 새벽 2시경 경찰이 내부 진입작전을 펼쳐 인질범을 총격 사살한 후 상황은 종료됐다. 인질 2명이 사망하고, 경찰을 포함한 4명이 부상당했다. 범죄 전력 인질범 모니스가 호주로 입국해 시민권을 취득하고 보석상태에서 총기를 소지하고 인질극을 벌이게 된 경위에 대한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호주 정부가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이 한층 강화될 예정이다.
 
2. 호주달러 급락과 실업률 급등
세계적인 경제 불안과 천연자원 상품 가격 하락 여파로 호주 경제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한때 미국달러와 등가까지 가는 강세를 보였던 호주달러는 가파르게 하락하며 미화 81센트대까지 떨어졌다. 호주달러 약세로 수출기업의 숨통은 트이겠지만 수입물가 상승과 해외 여행비용 증가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업률도 급등하고 있다. 호주의 고임금을 견디지 못한 제조업과 서비스업 기업들이 폐업하면서 감원바람이 그치지 않고 있다. 긴축재정에 들어간 정부도 공무원을 대량 정리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실업률이 6.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smh.com.au
3. 연방 초긴축 예산안 상원 문턱서 교착상태
불경기와 함께 세금수입이 감소하면서 재정에 비상이 걸린 연방정부는 5월 예산안에서 각종 복지혜택을 대거 감축하는 초긴축 예산안을 발표했지만 연방상원의 반발로 실행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일반의 방문 진료비 7달러 부과안을 포기하는 대신 일반의 진료비 환급액 5달러 인하안을 대안으로 발표했다. 대학 교육 개혁안도 대학생학자금대출 적용 금리 인상을 포기하는 등 기존안에서 대폭 양보하는 조정안을 내놨다. 유급출산휴가제도 여론의 압박에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행정권을 발동해 유류세를 11월 초부터 물가와 연동시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4. 주택가격 급등에 거품론 공방
주택가격 급등세에 거품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시드니와 멜번이 주택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8개 주도의 주택가격은 11월 말까지 연간 8.5% 상승했다. 연말로 오면서 뜨거웠던 열기가 냉각될 조짐이다. 내년 주택가격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주택가격 급등에 따른 첫주택구입자 소외 현상은 투자용 주택 구입자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주택 불법 구입 외국인에 대한 처벌 강화와 네거티브기어링 세금혜택 폐지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가 내놓을 대책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5. 브리즈번 G20 정상회의 개최
11월 15-16일 양일간 브리즈번 전시컨벤션센터(BCEC)에서 전세계 주요 20개국(G20)이 참가하는 연례 정상회의가 성대하게 열렸다. 이번 회의를 위해 박근혜 한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G20 회원국과 특별 초청 대상국을 대표하는 약 5300명과 세계 언론 관계자 2300명이 브리즈번을 방문했다. 이번 회의에선 ‘성장 촉진을 위한 민간분야 강화’, ‘미래 충격에 대한 세계 경제의 회복력 제고’, ‘글로벌기관 지원’ 등 3개 주제가 선정됐다. 16일 폐막식에서 정상들은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무역 증진, 탄소배출량 감축, 은행 강화, 에너지 시장 개혁, 에볼라 대응책을 주요 골자로 하는 공동선언문 ‘브리즈번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회원국의 고속 경제 성장 염원을 담은 800개 이상의 경제개혁 조치가 포함됐다.
 
 
6. 폐지된 탄소세, 꺼지지 않은 논란
토니 애봇 연방총리의 지상과제였던 탄소세 폐지가 7월 실현됐다. 연방 상원은 정부의 탄소세 폐지 수정 법안을 찬성 39표, 반대 32표로 통과시켰다. 정가의 뜨거운 감자였던 탄소세 폐지 법안은 연방상원에 3번째 상정된 끝에 폐지됐다. 노동당이 도입해 2012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탄소세는 정액제로 부과되다가 2015년 7월부터 가격 변동제인 탄소가격변동제(ETS)로 전환될 예정이었지만 시행 2년만에 사장됐다. 호주는 세계에서 탄소세를 도입했다가 폐지한 첫번째 국가가 됐다. 탄소세가 폐지됐지만 가계의 전기와 가스 요금은 기대만큼 인하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빌 쇼튼 노동당 대표는 노동당이 집권하면 탄소세와 유사한 제도를 다시 도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7. 기준금리 15개월 연속 동결 행진
호주중앙은행(RBA)이 12월 올해 마지막 월례이사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기준금리가 15개월 연속 동결됐다. 중앙은행은 2013년 8월 월례이사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2.5% 기준금리는 16개월 연속 바뀌지 않았다. 중앙은행의 월례이사회는 매년 1월에 열리지 않기 때문에 사상 최저 기준금리 2.5%는 내년 1월까지 17개월 연속 변동없이 유지되게 됐다. 중앙은행이 월례이사회에서 기준금리를 15회 연속 동결한 것은 2002/03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호주의 경제 불안이 고조되면서 내년에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 dailytelegraph.com.au
8. NSW 음주폭행 처벌 강화
음주 후 ‘묻지마 폭행’을 예방하기 위한 법안이 1월말 NSW 주의회에서 가결됐다. 법안은 술이나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사람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최저 8년, 최고 25년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음주나 약물에 연루된 일반 폭력 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고, 거리 난동 행위에 대한 벌금도 기존 200달러에서 1100달러로 대폭 증액됐다. 체포나 벌금처분을 내리려는 경찰을 공격하면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술집과 나이트클럽의 영업조건도 강화돼 시드니 도심지역 주점들은 원칙적으로 새벽 1시30분부터 고객입장이 금지되며 3시부터 주류 판매가 금지됐다. 주류전문판매점은 오후 10시에 영업을 마감하도록 했다. 법규 시행 후 주류 판매업체들은 수입 감소를 호소하지만 폭행 퇴치 효과로 야간 환경을 뚜렷이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9. 애봇 총리와 자유국민연립 인기 하락
초긴축 연방 예산안과 선거 공약 파기로 토니 애봇 연방총리와 집권 자유국민연립당의 인기가 동반 하락하면서 정부에 위기감이 돌고 있다. 12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애봇 총리는 총리 선호도에서 빌 쇼튼 노동당 대표에 크게 뒤지고 있으며 자유국민연립도 양당 지지도와 당별 일차지지도에서 노동당에 밀리고 있다. 특히 11월 29일 실시된 빅토리아 주총선에서 자유국민연립 주정부가 60년만에 처음으로 집권 1기만에 정권을 내주는 충격적인 패배를 하자 연방 정부로 위기감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 abc.net.au
10. 말레이시아 항공기 우크라이나 상공서 피격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보잉 MH17기가 7월 17일 러시아 국경 인근 우크라이나 상공을 통과하다가 미사일에 격추돼 승무원 15명을 포함한 탑승객 298명이 전원 사망했다.?
호주인 37명이 사망자 명단에 포함되고 친러 반군이 발사한 러시아가 공급한 지대공 미사일에 항공기가 격추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토니 애봇 연방 총리는 러시아에 강력한 항의와 더불어 사과를 촉구했다.
 
권상진 기자 jin@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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