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특회 한국인 반대 시위
아베 정권이 들어서고 일본이 우경화되면서 ‘재특회’란 한국을 혐오하는 단체가 생겼다. 한국인의 ‘특별영주자격’을 인정 하지 않고 반대하는 모임이다. 재특회는 2007년 발족 당시 회원이 500여 명에 불과했지만 7년 만에 30배로 커졌다. 일본의 우경화는 20년 이상 지속한 경기침체로 말미암은 내부 불만의 외부 표현으로 풀이 된다. 과거사 왜곡, 일본 평화 헌법 개정 추진, 자위대의 군대 전환 추진,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도 모자라 재일동포들에 대한 공격”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혐한(嫌韓) 정서와 우익의 위협 등으로 수 많은 동포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인종차별과 공격 성향의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를 주도하는 이들은 도쿄와 오사카의 코리아 타운에서 “한국인은 돌아가라!”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벌여 재일동포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 DNA가 다시 살아 돌아 온 느낌이다.
 
재특회 한국인 반대 시위 
2013 외교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국적이나 조선적의 재일동포는 55만여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조선적이 4만여 명, 신 정주자인 신 교포가 18여 만 명으로 추산된다. 일본 법무성은 1952-2013년 일본 국적으로 바꾼 재일동포 34만여 명을 포함해 일본 내 한반도 출신 인구를 89만 명으로 집계했다. 전세계 175개 국에 흩어져 사는 700여 만 재외동포 가운데 재일동포 사회만큼 역사, 정치, 국적에 따라 다양하게 분열되고 나뉜 사례는 없다. 
 
분열된 동포사회 
역사적으로 일제 강점기에 건너간 1세대와 그 후손으로 이뤄진 구교포(올드 카머)와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유학, 사업 등을 목적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신교포(뉴 카머)로 구분한다. 정치적으로는 재일본 대한민국민단(민단)을 구심점으로 하는 한국국적 재일동포와 북한국적의 총련계,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조선적으로 갈라져 있다. 현재 재일동포 사회는 민단과 총련 소속과 중립입장의 조선적(무국적)으로 쪼개진 채 서로 반목하고 있다.
 
재일동포 가운데 드러나지 않는 존재는 ‘귀화자’다. 단일민족 지향성이 강한 일본에서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일본식으로 성과 이름을 바꿔야 하는 이른바 “일본으로의 동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귀화자는 늘 숨어 있다. 재일동포는 귀화하면 첫 번 째 하는 일이 ‘이사’인데 그 이유는 재일한국인이라는 과거를 지우기 위해서다. “실제로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인 가운데 재일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공격 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동포들은 말한다. 재일동포 선수로는 축구의 정대세와 격투기의 추성훈이 남한에도 잘 알려져 있다. 민단과 총련은 지금까지 대결구도를 유지해 왔고 구정주자와 신정주자 간에도 거의 교류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총련계 몰락과 신 정주자 인구증가 등 변화에 맞춰 민단도 이들을 끌어안기를 시도하고 있다.
 
혐한류의 영향으로 일본 TV에서 한국 드라마가 사라졌고 K-Pop 공연도 뜸해졌다 싸이(Psy)의 “오빠는 강남 스타일”도 일본에서만 인기가 없었다. 일본 언론은 “김정일, 김정은을 닮은 사람이 춤추고 노래하니까 유명해 졌다”고 하며 조소하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조선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인 재특회에 대해 조선학교에 1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경찰청도 재특회를 ‘극우파 단체’로 분류하는 등 혐한 활동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차별 금지법’ 제정 등 적극적 인권보호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해방 후 재일동포들은 차별대우 속에서도 조국의 발전을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해 왔다. 경제적으로도 구로공단과 구미공단에 투자하고 새마을운동을 돕는가 하면 88년 서울올림픽 때 540억 원의 성금을 모국에 모냈다. ‘재일한국인투자협회’를 결성해 신한 은행을 설립하고 롯데를 비롯한 재일기업인들도 팔을 걷고 나섰다. 민단은 지문날인, 취업차별 철폐와 민족교육 실현을 위해 노력하며 동포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냉전시대 이후 해체위기에 놓인 총련계 동포, 신 정주자, 귀화자들을 껴안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민단은 과거에도 동포 권익투쟁이 일어나면 눈치 보고 있다가 유리할 때 나서는 기회주의 성격이 강했다. 재일상공회의소와도 분규를 빚으며 재일동포 대표단체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또 민단은 재외동포 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매년 80억 원이라는 거액의 한국정부지원을 받고 있다. 다른 지역 동포들로부터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항의를 받고 있다. 외교부도 최근 민단 지원금의 관리감독 강화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법인화를 추진하라고 종용하고 나섰다. 국회 역시 예산 동과 과정에서 법인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원금을 삭감한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민단은 지금까지 ‘임의단체’로 활동해 왔다. 안팎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민단은 신 정주자에 대해 문호를 개방하고 법인화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내부에 문제가 있는데다가 혐한 단체로부터 공격을 받아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다. 
 
“차별 받지만 일본은 우리 삶의 터전”
“재일(在日)의 일본식 발음인 ‘자이니치’는 일본에서는 인종차별의 뉘앙스를 지닌 용어다” 재일동포는 한일국교정상화 때 법적 지위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취직, 보험, 연금 등에서 차별을 받아왔다. 특별 영주권자로 납세 의무를 다 하지만 참정권은 없다. 세금을 내면 200 가지 혜택이 있다는데 동포들은 그 혜택을 못 받아 왔다. 이런 가운데 재일동포사회의 중심 축이 2~3세로 넘어오면서 일본을 ‘제 2의 터전’으로 받아 들여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 현지화한 재일동포들은 혈통으로는 한국인이지만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은 일본인이다. 그들이 자연스럽게 살 곳은 일본뿐이다.
 
오공태 민단 단장은 “2015년 하반기에는 일본 방방곡곡에서 ‘한국을 더욱 더 알자’(가칭) 축제를 열 계획”이라며 “음식 체험, 공연 등으로 한국문화를 소개해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사황 민단 청년회장은 “지방자치단체 의원을 대상으로 인종차별 금지의 조기 법제화를 촉구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공생 사회 추진을 위해 일본 내 양심 세력들과 풀 뿌리 네트워크를 만드는데도 앞장 서고 있다”고 했다. 재일동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한국정부가 자국민 보호에 더 힘 써야 재일동포도 기를 펴고 당당히 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웅기교수는 “헤이트 스피치가 일본 내 중국인을 겨냥하지 않는 것은 중국정부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며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일본인에게 대량 학살 당한 것과 달리 중국인에 대한 테러는 초기에 중국의 강력한 항의로 수그러들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호주의 다문화주의 정신은 “모든 민족, 문화, 종교, 생활풍습이 공존하는 사회”를 말한다. 다르더라도 서로 인정해 주는 아량의 사회다. 호주 한인교회들이 회교도들을 개종시켜 보려는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이 것은 다문화정신에 어긋난다. 일본도 배타적이고 속 좁은 섬 나라 근성(島國根性 Insularity)에서 벗어 나서 다문화 정신을 배워야 한다. 그래도 과거 재일동포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적 마다 도와준 사람들은 일본의 “양심 세력”이었다. 그들이 있어 일본의 장래도 한 가닥의 희망이 있는 것이다. 한국도 다문화사회를 지향하고 있는데 일본은 우경화를 치닫고 있는 게 안타깝다.
 
요즘 시드니 한인회가 일본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계속 내는 것은 나름대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눈살을 찌프리게 하는 맹목적 혈서적 애국심 보다는 성숙한 자세로 일본정부에 서한 등을 보내 그들을 꾸짖는 일도 동시 다발적으로 하는 게 효과적일 것 같다. 재일 동포들이 더 이상 “역사의 희생물”이 되는 것을 막아주자. 우리 누구나 나서서 일본 우익 세력에게 제동을 걸어 주어야 하겠다.  
 
한상대(전 시드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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