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의 끝자락에 도달하니 여기저기 여러 단체에서 송년모임 소식이 들려온다. 
 
어떤 단체의 모임에선 4~5시간의 행사에 동영상을 포함한 8명의 축사로 거의 모든 시간이 할애되고 정작 관련 발표는 한사람으로 20 여분이 전부였다고 한다.
 
내가 속해있는 수필동인 캥거루에서도 연말 송년모임을 준비하여 지난 주말 행사를 간소하게 마쳤다. 시동인과 함께 20명의 단출한 모임이었지만 일반 친목회 송년 모임과는 다른 무언가 공부하는 성격의 모임으로 준비했다.
 
많은 문학 단체에서 적어도 무언가 배우려는 송년회가 그래도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이 모아졌다. 먼저 장소가 문제이었다. 여기저기 알아보았으나 결국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하면서 점심도 이동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Leagues Club 으로 정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5시간 사용료 200불, 식사비 1인당 20불. 20명분 주문하여 모두 600불이 소요되었다. 참석자 1인당 30불의 회비로 충당했다. 
 
이번 행사 모임의 명칭은 <2014년도 캥거루 동인 워크숍> 
약 30분 동안 수필동인 캥거루의 목적과 목표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우리 모임은 좋은 글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 목적이다. 목적으로 정한 좋은 글 쓰는 작가가 되려면 몇 가지 목표가 있어야 했는데, 첫째는 매월 한편의 작품을 발표하는 것, 두 번째는 재외동포 문학상을 비롯한 고국의 공모전에 응모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로는 교민 작가 합동 출판 기념회를 위한 개인 작품집을 출판하는 것을 단기 목표로 정했다.
 
이어 오늘의 주 내용인 강의가 이어졌다. 강사는 그동안 매월 정기 모임을 통하여 동인들에게 인증되어진 내부 강사가 선정되었다. 
 
제1강의로 1시간 30여분 동안 수필동인 최무길 수필가의 ‘존재의 철학으로 본 공자의 사상과 생애’라는  인문학 강의가 있었다. 낯설어 보이는 한문으로 공자의 사상을 안내하는 강의이다. 강의 제목이 워낙 거창(?)하고 한문으로 작성된 강의내용을 받아보곤 아주 무겁게 다가왔는데 강의가 막상 시작되니 무거움이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하여 중간쯤이 되니 고개가 끄덕여지고, 우문에 답하는 강사의 입가엔 웃음꽃이 피었다. 차로 다니던 길, 걸어가면 관찰이 된다는 내용은 내 가슴에 깊이 자리 잡기도 했다.
 
제1강의가 끝나자 뒤편에 마련된 뷔페 점심을 함께 나누며 인문학 강의에 관한 토론이 계속 이어갔다.
 
제 2강의로는 1시간 20여분 동안 시동인 김 오 시인의‘시는 아름다운 생명체다’라는 시 문학 강의가 이어졌다. 강의 시작과 함께 강연 제목이 참으로 좋다고 한 회원이 한마디 하니 강사는 고백 아닌 고백을 했다. 강사 친구 중 대학에서 미술사를 강의하는 한 친구가 발간한 책이 <미술은 아름다운 생명체다> 이었는데  그 제목이 가슴에 다가와 이번 강의 제목에 미술 대신 시를 넣어 정했다고 고백하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이 시대에 사랑받는 좋은 시 10 편을 낭독하며 해설과 함께 소개하는 시간으로서 과연 좋은 시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임을 깨닫게 되었다.
 
강의가 모두 끝난 후, 2013/2014년도에 우리 호주 교민의 위상을 높인 자랑스러운 작가에게 드리는 축하 패 증정식이 있었다. 
 
축하 패 증정은 일정 기준 이상의 수상자로서, 재외동포 문학상의 경우 우수상이상 수상자, 고국 일간지의 신춘문예당선자, 고국의 공모전 수상자(상금 일백만원 이상)및 동등 이상으로 인정되는 수상자로 정의했다.
첫 번째로 시 부문 김 오 시인, 두 번째로 소설 부문 이귀순 소설가, 그리고 세 번째로 수필 부문 유금란 수필가에게 축하 패를 전달했다. 
 
승어사 라는 말이 있다. 채만식의 단편 소설 <명일>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인 아버지범수가 아들 종석이를 바라보며“이놈의 자식 승어부(勝於父)는 했구나.”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네가 아버지 보다 낫구나 하는 의미의 승어부에서 나온 승어사 란 말은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아지는 것, 
후배가 선배보다 더 나아지는 것, 
신포가 구포보다 더 나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교민 사회가 그리고 우리 문학 단체가 승어사 해야 더욱 더 발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 <2014 년도 캥거루 동인 워크숍> 정신은 승어사(勝於師)이다.  
 
장석재 (2012 재외동포 문학상 수필대상 수상/현재[수필동인 캥거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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