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피자집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려 입구에 들어서니 아내와 아이들이 깜짝 놀란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아주 특별한 피자집에 왔다고 안내했다. 
 
20여 년 전, 시드니의 두 번째 도시라고 하는 파라마타 역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꽃동산 같은 예쁜 교회를 발견했었다. 교회가 어찌나 아름답게 보였던지 그 다음 주 일요일에 식구들을 이끌고 와서 예배를 드렸던 곳이기도 하다. 
 
할머니들이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이 예쁘게 꽃단장하고 예배드린 후 밖으로 나와 차를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스럽게 보였었다. 
 
교회 건물의 겉모습은 그대로이다. 
이곳에선 100년 이상의 건물은 보존해야 하므로 그 누구도 외형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교회 이름과 예배시간을 알려주던 간판은 사라져 버렸고 그 자리엔 피자집이라는 광고판이 걸려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성경책이 놓여있던 장소엔 피자 메뉴판이 자리 잡고 있다. 주보를 전해주던 할머니가 서있던 자리엔 여 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 
내부에 들어서니 옛날의 긴 예배의자는 그대로 있고, 중간 중간에 테이블을 놓고 긴 의자의 배치만 바뀌어 있다.  높은 천장의 샹들리에는 옛날 교회 때의 그것이다. 
 
테이블에 앉은 아이들이 이것저것 피자를 주문하고, 주문받은 여종업원은 주문내용을 확인하고 강대상 앞으로 나간다. 설교하던 강대상 자리가 피자 굽는 부엌으로 바뀌어 있다. 얼마 후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던 그 곳에서 영의 양식인 말씀 대신, 육의 양식인 피자가 나왔다. 우리들은 이상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한, 묘한 분위기 속에 강대상 부엌에서 나온 피자를 먹기 시작했다. 피자 한 조각을 입에 물으니 이미 사라져 버린 이곳의 예쁜 교회 모습이 내 어린 시절 다녔던 흙벽돌로 지었던 조그마한 시골 교회와 겹쳐 나타난다.
 
요즈음 서울의 한 교회가 공공도로 지하의 일부를 점용하고 대형교회를 건설했다고 한다. 국가 기반 시설의 지하에 어떻게 거대한 건축물이 허가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사가 완료되어 얼마 전 입당했다는 소식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목회자의 표절 시비와 3 천억 원의 건축비가 들어갔다는 초호화 매가처치(Mega Church)가, 수만 명의 교인이 있다고 교세를 자랑한다는 그 교회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가? 거대한 저 지하 구조물의 유지 관리를 어떻게 계속할 수 있을까? 중세시대 핍박 속의 지하교회와 2015년의 부자 지하교회가 어떻게 비교될 것인가?  콘크리트 수명이 다한다는 4~50년 후엔 저 거대한 구조물이 무엇으로 바뀔까? 그 동안 보아온 상식으로는 땅을 파면 정화조를 묻거나, 아니면 지하 주차장을 설치하는 것으로만 생각되었는데…. 교회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의 주장과 같이 교회가 자신들만의 풍요 속에 안주하여 가난한자를 위해 존재하는 교회의 사명을 외면하고 바벨탑만을 쌓는다면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현재는 수 만 명의 등록 교인으로 위세를 자랑한다지만 그 수많은 교인들이 언제까지 그 지하교회를 채울 것인가? 
 
지난 해, 영국 맨체스터 시티에 잠깐 다녀왔다. 마침 일요일을 맞이하여 지은지 900여년이 넘었다는 대형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아름답고 거창한 교회의 본당은 그냥 먼 곳에서 바라볼 수 만 있도록 출입금지를 알리는 팻말이 설치되어 있고, 수 천 명도 더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예배당은 텅 빈 채 4~50여명만이 옆의 좁은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예배 인도자는 너무 나이가 들어 서있기 조차 불안해 보였고 보좌하는 옆의 두 성직자도 노인 이었다. 낯설고 어색했지만 나도 예배에 참여했다. 예배 후, 교회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교회를 구경하려면 입장료를 내야만 했고, 그것도 일층만 볼 수 있는 경우와 위까지 볼 수 있는 요금이 달랐다.
 
관광객들의 입장 수입과 정부의 지원, 그리고 입구에 세워져 있는 복권(Lotto)회사의 지원금으로 유지 관리되는 저 거대한 교회 건물은 이미 예수님과는 관계가 없는 듯했다. 
 
바라보는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저 높은 종탑을 그 시대에 어떻게 설치했을까를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으리라.
 
지금, 시드니 채널 9 저녁 뉴스에선 사람들이 편지를 쓰지 않기 때문에 우편물이 적어져 우편배달부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우선, 일주일에 2~3번 배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지방은 이미 바뀌어 시행 중이라고 하니, 우편배달부가 어느 날 정말로 사라진다면 이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시드니의 예쁜 교회가 피자집으로 바뀌었는데,
서울 강남의 초호화 교회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빨간 우체통과 편지 배달부도 사라지고…….
 
장석재(2012 재외동포 문학상 수필 대상 수상, 현재 <수필 동인 캥거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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