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 발표 일주일전.
극동방송의 공모전 담당 PD라는 김 아무개 전화를 받았다.  전화의 내용은 내 응모작품이 수상권에 들었으므로 연락처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다음 날, 그 김 PD의 전화를 또 받았다. 이번엔 나의 소속 교회와 담임목사의 이름 등을 물었다. 방송국 공모전은 처음인지라 수상자 발표 전에 두 번이나 전화 확인 한다는 것이 조금은 의아스러웠으나, 어찌되었든 수상 중에 최우수상일까, 아니면 우수상……. 
 
기다림 속에 기다리고 기다렸으나 종래, 소식은 오지 않았다. 발표 예정일이 지난 다음날 오전에 인터넷을 통하여 확인해 보니 수상자가 발표되었는데 내 이름은 없었다. 서운했다. 엄청 서운하였다. 두 번이나 담당 PD라는 사람의 전화까지 받았는데 …….
조카의 강추로 어렵게 200자 원고지 70여 매의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 이라는 주어진 제목에 맞추어 극동방송의 간증 에세이 공모전에 참여했었다. 내가 가끔 발표하는 수필을 통하여 나는 조카들에게 작가로 인정된 듯 외삼촌이 응모하면 틀림없는 당선될 것 이라고 하니, 은근히 마음이 동하여 응모했던 것이다.
 
지난해 5월5일 어린이날 다음날.
서울의 동생 집에 전화했다. 그런데 동생이 전화 받기에 어찌 너는 출근도 안하고 집 전화를 받느냐고 물으니 오늘은 석가 탄신일이라 휴일이라며 형님은 그것도 모르냐고 웃는다. 
 
우리 집 거실과 방에 걸려있는 달력과 책상에 놓인 탁상 캘린더를 살펴보았다. 그 어느 곳에도 5월6일엔 아무런 기록이 없었다. 그런데 화장실에 걸려있는 어느 교회 달력엔 석가 탄신일이라며 공휴일임이 표기되어 있었다. 이곳 시드니의 대형 교회라는 곳에서 만든 달력엔 5월6일에 아무 표기가 없었다. 그때 나는 거실의 대형교회 달력은 내려 버리고, 화장실에 걸렸던 작은 교회의 달력을 거실 중앙에 걸어 놓았다.
 
월요일 점심때, 조카의 전화를 받았다.
“외삼촌! 외삼촌 작품이 지금 방송되고 있어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 매일 10분씩 방송된다고 해요!”
조카는 매일 점심시간에 극동방송을 듣고 있다는데, 내 이름이 작가로 소개되고 첫  회가 방송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메모를 찾아 담당 김PD에게 전화하니 그 사람은 다른 부서로 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꼭 통화하고 싶다고 하여 어렵게 새로운 전화번호를 받았다. 전화하니 바로 그 김PD가 받는다. 내 소개를 하니 대뜸, 어떻게 이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느냐 부터 묻는다. 내 응모작이 수상을 못했는데 어떻게 방송되는 것이냐고 물으니 자기는 그 후 손을 땠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전화기를 통하여 들려오는 그의 음성은 조금 떨림이 있었다. 
 
“장석재 원작의 …….”
 
내 작품이 틀림없다. 조카를 통하여 5일간의 방송내용이 녹음된 CD를 받아 들어보니 내가 응모한 것이 분명하다. 제목이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인데 왜 이렇게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일까? 내가 수상에 실패한 이 작품을 좀 더 다듬어 다른 곳에 응모하면 어찌되는 것인가? 만약 다른 곳에서 당선된다면 과거 방송된 내용이라고 나는 양심도 없는 작가가 되는 것인가?
수상되지 않은 작품을, 응모자에겐 알리지도 않고 그냥 방송하는 것이 <그리스도를 전 세계로>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방송하는 그 방송국에 어울리는 처사인가? 
 
올해 초, 이곳 시드니의 큰 교회에서 만들어진 달력들은 구하지 않았다. 그 달력엔 오직 자기 교회 행사위주로 만들어지고 내가 원하는 고국의 국경일 등은 표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은 교회의 달력들은 고국의 모든 공휴일 등이 표기되어 있기에 올해도 우리 집 거실엔 작은 교회의 달력을 걸었다. 
 
내가 경험한 극동방송 공모전과 시드니에서 배부되는 큰 교회 달력의 기억이 참으로 유감인데, 이건 나만의 느낌일까?
 
장석재(2012 재외동포 문학상 수필 대상 수상, 현재 <수필 동인 캥거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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