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서양권에 비해 유난히 산후조리 문화가 발달해 있고, 산후조리 시 먹어야 하거나 먹지 말아야 한다고 알려진 음식들이 많다. 특히 모유수유클리닉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산모들이 음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모유수유 시 못 먹는 음식 때문에 모유수유를 빨리 그만두고 싶다고 호소하는 산모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모유는 엄마의 혈액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엄마가 먹는 음식과 아기가 섭취하는 영양과는 연관이 깊다. 모유수유를 할 때 먹어야 하는 음식 혹은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이 따로 있을까?
 
- 5대 영양소 골고루 들어간 균형있는 식사하기
아기에게 건강한 모유를 먹이기 위해서 엄마는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균형잡힌 음식을 먹어야 한다. 옛날에는 많은 산모들이 영양섭취를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골국이나 우족 우린 국, 가물치즙, 잉어즙 같은 고칼로리 고영양식을 먹었지만, 현대의 많은 엄마들은 이미 영양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런 고칼로리 고영양식을 먹으면 오히려 산후회복이 느려지고, 모유수유 시 유선막힘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고칼로리 식사보다는 시골밥상처럼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먹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피를 맑게 하고 변비예방에 좋은 미역국도 매일 하루 세끼 모두 먹는 것 보다는 다른 음식도 섭취하며 적당히 먹는 것이 좋다. 또한 미역국을 끓일 때도, 고기를 듬뿍 넣어 기름지게 끓이는 것보다는 담백하게 끓여 건강히 먹는 것을 추천한다. 엄마가 먹는 음식의 맛과 향을 아기가 모유를 통해 느끼기 때문에 엄마가 다양한 음식을 통해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 아기가 후에 편식을 덜 한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므로 엄마와 아기 모두의 건강을 위해 엄마는 편식을 하지 말고, 건강한 음식을 균형있게 섭취해야 한다.
 
- 매운 음식을 무조건 금지할 필요는 없다
엄마는 아기가 불편해 하지 않는 선에서 모유수유 중 약간 매운 정도의 음식은 섭취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산모들은 모유수유 시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나라 기본 반찬인 김치조차 먹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아기의 배가 아프거나, 배변시 아기의 항문이 붉어지는 현상을 우려하여 생긴 속설이다. 하지만 필자가 미국 모유수유 엄마들의 모임 라레츠리그에 방문했을 때, 미국의 모유수유전문가는 미국인 산모들에게 유산균 발효음식을 먹으라고 권유하며 한국의 김치를 오히려 추천하고 있었다. 김치는 아주 훌륭한 발효음식으로 유산균이 풍부하여 산모의 기초 면역을 높이고, 유선염이나 이스트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김치같은 한국의 음식을 전혀 안먹는 것보다는, 아기를 관찰하여 아기에게 불편감이 없는 선에서, 매운 정도를 약하게 조절하며 섭취한다면, 엄마의 만족감도 높아지고, 아기도 모유를 통해 다양한 맛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 커피는 먹어도 될까?
대부분의 엄마는 원한다면 모유수유 중에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모유수유모 약전인 ‘Medications and Mothers’ milk’에 따르면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산모가 섭취하는 성분 중에 안전한 축에 속한다. 하지만 엄마가 섭취할 수 있는 커피의 적정량은 아기마다 다르다. 카페인에 과자극된 아기는 눈을 크게 뜨고, 활동적이고, 정신이 초롱초롱하고, 길게 자지 못하거나 지속적으로 칭얼거리는 등의 흥분이 되어있는 반응을 보이는데, 엄마가 마실 수 있는 커피의 양은 아기의 카페인 과자극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선으로 조절해야 한다. 
 
만약 엄마가 커피를 마신 뒤 아기가 위와 같은 카페인 과자극 반응을 보인다면, 엄마는 커피의 섭취를 줄이거나 2-3주간 끊고나서 아기의 카페인 과자극 반응이 줄어드는지 확인해야한다. 이러한 아기의 반응은 아기마다 다르며, 아기의 나이, 건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만약 아기의 카페인 과자극 반응 때문에 커피를 끊어야 하는 경우에 엄마가 커피 마시기를 원한다면, 아기가 조금 더 자란 후에 다시 점차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
 
모유수유를 한다고 해서 어떤 음식을 꼭 먹어야 하거나 제외시켜야 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엄마가 먹는 음식에 문제를 보이지 않으니, 엄마는 스트레스 받지 말고 원하는 음식을 먹되, 5대 영양소 골고루 균형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권민성(모유사랑 모유수유클리닉, 국제모유수유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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