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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덕
한호일보 | 승인 2015.07.30 18:57
호주에서 가장 춥다는 7월, 스토브 앞에 불을 쬐고 앉아 TV에서 보도하는 AFL 필 월시 감독 피살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았다. 필 월시 감독은 호주 아들레이드 팀 감독으로 풋볼 계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유명인사이기에 호주 사회가 비통에 잠겼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필 윌시 감독은 새벽 2시쯤 자택에서 아들이 휘두른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현장에서 숨졌다는 것이다. 
 
죽임을 당한 아버지는 55살.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은 26살.
 
예정된 주말 경기 일정이 모두 취소되고 홈구장은 추모객들에게 개방되었고 고 월시 감독을 애도하는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는 소식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에 의하면 살해당한 아버지는 호주 사회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성공한 사람이었으나 아들과는 늘 불화를 겪었고, 아들은‘무쇠 같은 아버지를 따라갈 수 없었다.’라고 실토했었다고 한다.
 
쌀쌀하고 음산한 날씨보다도 더 침울한 소식 속에 갑자기 어디선가 최근에 읽은 낯선 단어하나가 생각났다.
 
‘부모도덕’
‘부모도덕’이란 말은 상도덕, 공중도덕 등을 참조해 문학 평론가 신샛별씨가 만든 단어이다. 도덕을 논하는 것도 새삼스럽지만 상도덕도 아니고 공중도덕도 아닌 부모도덕이란 신종 단어를 접하고 보니, 이민자로서 어느 날 갑자기 먼 이국땅에 던져진 아이들에게 부모가 된 나의 도덕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고 엄숙하여 지기까지 한다. 부모로써 마땅히 지켜야 한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의미 한다고 할 때 부모인 나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 우리의 아이들이 장성할 때에 그들의 생각과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부모도덕의 첫 번째라는 것이 신샛별씨의 주장이다.
 
일반적인 주장이지만, 부모도덕의 시작은 건강이다. 물론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이 합해 져야 한다. 다음으로는 부모의 재력이다. 그러나 재력은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닌 것 같다. 이는 아마도 재력이 없는 나의 강조(?)부분임을 부정하진 못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들의 미래를 함께 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하이스쿨을 졸업하고, 대학 혹은 사회 진출 할 때에 부모와 아이들의 생각이 일치 할 수는 없다. 본인이 좋아하고 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Job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지금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과의 합의이었다. 
 
부모로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있어 항상 생각하여야 할 것은 미래이다. 아이들과의 미래만을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하는 것이 아니고,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나는 최근 집안 환경을 바꾸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집 거실에 쭉 걸어 놓은 사진들을 모두 바꾸어 버렸다.
이민 오기 전 한국에서 찍었던 옛날 사진들을 모두 걷어내고 지난해 결혼한 딸의 결혼식 사진을 걸고 최근 결혼한 아들의 결혼식 사진을 걸었다. 그리고 막내의 최근 사진들을 걸었다.
새로이 걸려있는 사진들을 보니, 새봄을 맞아 파란 새싹이 돋아나는 느낌 속에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딸과 사위 사이에 어떤 놈이 나올까? 아들과 며느리 사이에 어떤 놈이 나올까? 생각만 해도 즐겁다.
 
글을 정리하고 있는데, 옆에서 아내가 서울의 친구와 통화하고 있는 내용이 들려온다.
“그래? 요즈음, 최고라고 하는 국제중학교는 할아버지 백그라운드가 합격을 좌우한다고?”
고국의 일류 사립중학교에 입학하려면 공부만 잘해서도 안 된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권력에 손주들의 합격이 결정된다는 아내의 보충 설명에 부모도덕에 더 나아가 조부모 도덕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니……. 아무런 재력도 권력도 없는 나는 그래도 그런 사회는 안된다! 라고 애써 위로해본다.  
 
지나간 사진들을 걷어내면서 그동안 내가 이민 왔던 20여 년 전의 그 시점에 아직까지 머물러 있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라도 과거에서 나와 아이들과의 내일을 바라보는 것이 부모로서의 의무이자 도덕이라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장석재(2012 재외동포 문학상 수필 대상 수상, 현재 <수필 동인 캥거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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