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과 협상 전략
목함지뢰를 몰래 묻어 꽃다운 청춘의 발목을 맞바꾸게 한 북한은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몰아부쳤다. 그러면서 시작된 회담과 협상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제껏 무엇보다 ‘도발→위기조성→타협·보상→재도발’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며 ‘벼랑 끝 전술’로 큰 재미를 보아온 북한에게 더 이상 그 방법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무박 4일, 43시간의 협상결과’는 북한 측에서 사실 ‘항복문서’나 다름없는 굴욕적인 ‘유감’이란 표현을 했다. 여기서 협상을 이끈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에 대한 네티즌의 찬사가 수천을 헤아리는 등 과히 폭발적이다.   
 
먼저 리더가 협상력을 키우는 가장 기본은 상황을 파악한 후, 적합한 ‘맞춤식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든 협상을 한 가지 방식으로 풀려고 한다. 그러나 협상력이 뛰어난 리더는 각 협상에 접근하는 매뉴얼을 다양하게 준비한다. 협상 고수가 되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을 예측하는 분석력이 필요하다. 협상이 돌아가는 형세를 읽고, 영향력 있는 사람을 파악한 후 해결 방식을 정해야만 최상의 협상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협상이란 항상 ‘이해관계’를 두고 맺어지는 만큼 서로에게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요인은 굽이굽이마다 있기 마련이다. 이를 대처하는 처방이 무엇인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평소 혹은 좋은 관계 속에서 진행하는 협상은 순조롭게 이루어지다. 그러나 서로 감정이 상해 있거나 갈등 상황에 놓여 있을 경우에는 갈등의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된다. 
 
특히 협상 상대가 중립적 혹은 긍정적 태도를 취하면서 파이를 키우고 서로 이익을 얻는 생산적인 분위기가 결렬될 때 주의해야 한다. 분쟁과 갈등이라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 곤란한 상황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모아야 한다. 이 곤란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상대의 약점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협상 당사자는 서로 힘을 합쳐 부정적인 생각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불가피할 경우 제3자를 개입시켜 중재하게 만들어야 한다.
 
 
권한 확인하기
협상할 때는 항상 상대의 최종 결정권자를 확인해야 한다. 최종 결정권자를 확인할 뿐만 아니라, 협상대상자의 그 역할과 권한을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만일 최종 결정권자도 모르고, 그 권한의 범위도 추측할 수가 없다면, 협상과정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별히 조직 간의 협상을 진행할 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협상하고 합의를 승인할 수 있는 최종결정권자는 누구인가? 상대 조직의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상대의 조직 내부에서 실질적인 지원(우호세력 구축)이 이뤄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우리 조직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번 남북의 2+2 협상에서 맞수가 누구인지를 맞추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남북회담 수석대표도 '격(格)'에서부터 상식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되면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한의 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맞춰진 것이다. 애초 김양건 당 비서가 김 실장 앞으로 대화 제의를 해온 것을 황 총정치국장을 수석대표로 내보내라는 역제안을 함으로써 남북 양측 정상의 뜻을 가장 확실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최고위급 인사끼리의 대화 테이블이 마련된 것이다. 과거 북한이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내세우는데도 남한은 장관급을 내보내온 전례에 대해 “굴종과 굴욕을 강요하는 것은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지만, 책임 있는 자를 협상테이블로 불러내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밴드왜건 전략 vs 린치핀 전략 
연계협상의 경우에, 어떤 방식으로 연합을 설득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 전략에는 밴드왜건 전략(Bandwagon Strategy)과 린치핀 전략(Linchpin Strategy)이 있다. 협상과정에서 어떤 연합은 협상에 도움이 되고, 어떤 연합은 협상에 방해가 된다. 협상에 도움이 되는 연합과 협상에 방해가 되는 연합을 분석해서 거기에 적합한 전략에 대처하는 것이다. 곧 협상에 도움이 되는 연합은 협상 리더가 바라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로 맺어진 동맹을 의미한다. 협상에 방해가 되는 연합은 자신의 목표를 성취할 힘도 없으면서 타인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방해만 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연합이다.  
 
협상에 도움이 되는 연합과 협상에 방해가 되는 연합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 밴드왜건 전략이나 린치핀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밴드왜건 전략은 쉽게 설득할 수 있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가는 전략이며, 린치핀 전략은 설득하기 어렵지만 영향력이 큰 사람부터 만나는 전략이다. 
 
좋은 팀워크로 구성된 협상팀이 연합했다면 일치단결하여 이해관계 중심으로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내가 진행하는 협상을 통해 상대의 이해관계가 충족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이때 목표가 같기 때문에 서로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파이를 나눌 수만 있다면 설득이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대안 중심의 설득으로, 상대가 내가 제안한 대안이 가장 확실하고 좋은 것이라고 이해하고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대안 중심 설득은 제로섬 협상보다는 윈원 협상의 방식이다. 문제를 공동으로 규정하고 서로 이해관계를 확인한 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나 선택 가능한 대안 목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협상 리더는 기본적인 요구 사항을 명확히 규정하고, 여기에 맞는 대안을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명확한 목표 정하기 
협상에는 서로의 목표가 있기 마련이다. 협상에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협상 마지노선을 분명히 제시하고,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하며, 부수적으로 파이를 안겨주는 것은 상대에게 주는 팁이다. 대개 협상 타결 직전엔 상대로부터 최대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파행직전까지 가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러나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오는 시간도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이번 협상에서 북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었고, 남한의 요구는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는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었다. 타결 직전까진 북한은 ‘준전시상황 선포’ 긴장상태를 최고조로 높였다.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되는 이 상황에서 ‘뒷심’이 딸리는 쪽이 양보하든지, 서로 일보씩 양보하여 ‘윈윈 결과’를 만들기 마련이다. 공동보도문 제 2항에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명시되었다. 그리고 제 3항엔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는 결과물을 도출했다. 
 
이번 협상과는 상관없이 리더가 협상을 할 때는 자신이 정한 목표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갈지 아니면 방어적으로 나갈지를 결정해야 한다. 협상의 수문을 열 것인지 아니면 닫을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만일 상대와 이해관계가 판이하고, 상대가 나의 이해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가해 분명한 패배가 예상될 경우에는 변화를 차단하는 데 목표를 정해야 한다.  
 
그러나 분명 나의 이해관계와 상반된 결과가 나오겠지만, 협상 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경우에는 변화를 주도하는 데 목표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반대 세력의 우호 관계가 저지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막강해서 시간을 버는 것이 최선일 경우에는 변화를 지연하는 것으로 목표를 정해야 한다. 
 
리더의 능력은 곧  ‘협상의 능력’이라고 할 만큼 모든 리더에게는 탁월한 협상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일방적인 승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도 만족을 주는 ‘윈윈 협상’의 능력을 말한다.  
 
송기태 (논설위원/채스우드 두란노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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