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학생이 22일 시드니 서부 에핑의 한 쓰레기통에서 사체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발생 4일만에 같은 집에 함께 거주했던 20대 동갑내기 한국인 불법체류자가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한국인 유학생이 사체로 발견된 것도 충격적이지만 함께 거주하던 한국인이 살인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사실은 한인사회를 경악케 한다.
 
낯선 이국 땅에서 서로 믿고 의지하며 동고동락 하던 동족이 목숨을 앗아가는 범죄자로 탈바꿈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한국인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개인적인 비극이다. 불가능도, 무서움도, 두려움도 모르는 인생의 황금기에 부푼 꿈을 안고 머나먼 타국 땅을 밟은 젊은이들에게 호주는 무한한 자유와 희망의 나라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인생이 지옥으로 떨어진 것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두 젊은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남겼다. 피해자는 싸늘한 주검으로 인생을 마감했으며, 가해자는 평생 따라다닐 주홍글씨를 달게 됐다. 너무나 비참하고 불행한 일이다.
 
호주 유학과 워홀러 체험은 올바로 이용하면 한국이나 호주에서 선택받은 젊은이들로 격상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면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다.
 
이런 범죄 사건은 한국인과 한국 및 호주 한인과 한인사회의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한국인과 한인사회에 대한 불신을 높일 수도 있고, 워홀러 제도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증폭시킬 수도 있다. 특히 비인간적, 비이성적인 끔찍하고 잔인한 흉악범죄는 사람들에게 오랜 기간 충격과 잔상을 남길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인들 간의 파렴치한 범죄 사건이 호주 언론에 갈수록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3년 5월엔 20대 한국인 워홀러 남성이 심야 시간 시드니의 기차 안에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2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고 은행카드, 지갑, 휴대폰, 시계 등의 소지품을 강탈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3년 12월 브리즈번에선 귀국을 앞둔 20대 한국인 워홀러 김모씨가 호주에서 힘들게 일해 벌었던 1만5000 달러를 한화로 환전하려다가 동갑내기 한국인 황모씨에게 살해됐다. 유명 온라인 생활정보 사이트를 통해 환전 거래를 제안했던 황모씨는 김씨의 시신을 한 집의 뒷마당에 암매장하는 잔혹성을 드러내 충격을 줬다.
 
호주로 들어오는 한국 젊은이들의 감소세에 발맞춰 한국인 관련 범죄 발생률도 하락세이지만 한인들 간의 강력범죄는 더 많이 발생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 이는 경제난과 실업률 상승, 테러와의 전쟁 등으로 호주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험악하게 돌아가면서 중범죄가 늘고 있는 추세와 맥을 같이하는 것 같다.
 
특히 타지에서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할 동족인 한국인들 간의 범죄는 특별한 예방책도 없다. 기존의 심야 시간 외부 출입과 음주 자제 등의 예방책에 ‘한국인을 멀리해라’는 당부를 추가해야 할 모양이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서로 도와주며 의지해야 할 동족이 범죄자로 둔갑할 때 누구를 믿어야 할까. 갈수록 삭막해지는 호주의 현실에서 이번 범죄 사건이 한국인과 한인사회에 던지는 질문이다.
 
권상진 기자 jin@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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