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탈고했다!
그동안 써온 작품들을 모아 책을 엮기로 마음먹고 준비하기 시작한지 3년 만이다.
 
수필 작품 사십구 편, 이백 자 원고지 육백 구십 오장 분량이다. 전업 작가들에겐 별일 아니겠지만 처음으로 내 수필집을 이 세상에 내 놓는 나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이다.  
 
오래전, 고등학생 때에 원고지 칠십 매의 소설을 교지에 발표했었다. 당시 국어 선생님께서 잘 쓴 글이라고 칭찬하시며 자신의 신혼집으로 초대해 예쁜 사모님께 인사도 시키고 저녁을 먹이면서 너는 글을 쓰면 잘 쓸 것이라고, 소설을 쓰라고 하셨다. 그 말 한 마디에 나는 작가의 꿈을 꾸기 시작 했었다. 그 때의 내 마음을 알아챈 어머니는 사흘 내내  머리에 수건을 동여매고 누워, 네가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나중에 커서 하라는 간청으로 꿈을 접었는데, 그 어머니의 간청이 엊그제 일같이 내 귀에 들려온다. 커서 하라는 어머니의 말씀 따라 45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그때의 그 꿈은 아직도 유효하다. 
 
출판을 위해 지난 글들을 다시 읽어 보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그것은 쓴 시점과 지금의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당시를 생각하면 기억이 새롭다. 어떤 글은 어색하기도 하고 어떤 표현들은 창피스럽기도 했다. 출판을 포기할까? 아니면 좀 더 다듬어 내년쯤에 낼까….
‘세계 인구 칠십삼억 명 중 자신의 책 한권 갖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라던 한 동인의 말에 용기가 솟았다.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산고를 겪는 일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알 순 없지만 아마도 견주어도 될 것 같기에 산모의 고통 뒤에 따르는 기쁨을 생각하며 다시금 마음을 잡고 재시도 끝에 드디어 탈고 했다. 본문 탈고 한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책 제목은? 책의 크기는? 작가의 말은? 보통 실리는 평론가 해설은?
 
많은 수필집 신간에 실린다는 평론가의 해설은 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선입견 없이 온전히 바로 읽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굳이 해설이 없어도 될 것이라는 생각에  넣지 않기로 했다. 
책 제목은 그래도 상 받은 작품이 있으니 그 작품의 제목인 <둥근달 속의 캥거루>라고 정했다. 
책의 크기는 일반적인 보통 잡지 크기의 표준형이 아니라, 갖고 다니기 편한 소형 크기로 정했다. 특별히 내가 책의 크기에 신경 쓰는 이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과 파울로 코넬료의 <연금술사>와 똑같이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책의 크기가 책의 내용을 대신 하진 않지만 …….
서두에 들어가는 작가의 말은 이제 거동도 불편하고 때때로 기억력도 온전하지 못하신, 구십일 세를 바라보는 어머니께 드리는 글로 대신했다. 어머니가 이글을 읽으시면 아마도 지나간 기억들이 새롭게 되살아나 기력이 솟아나실 것이리라.
 
고국을 떠나 시드니에 둥지를 친지 어느 덧 이십 여 년이 되었다. 그동안 오랜 꿈이 사라질까봐 마음속에 깊이 간직해온 그 작은 불씨 하나가 이번에 내 책을 엮게 하였다.
사십구 편중, 첫 글은 천 구백 구십 삼년에 쓴 글이고 마지막 글은 올해 쓴 글이니 이십 이년간의 글 모음이 되었다. 책 구성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궁리 끝에 처음 쓴 글부터 순차적으로 나열하였다. 훗날, 아이들이 내가 세상 떠난 날을 기억하여 함께 모였을 때, 내 글 중 한편을 읽고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했다. 다시금 글을 보니 나를 온전히 추억할 수 있는 글들이 여러 편이다. 또한 앞부분의 몇 편만 제외하면 모든 글이 이곳 호주 시드니 생활 속에 쓴 글들이다.  
 
‘한 사람의 개인사가 진짜 역사이다’  라는 이어령 선생의 표현같이 곧 발간될 내 책은 나의 이민 역사이고 호주 시드니 교민 역사의 한 부분이다. 
 
장석재(2012 재외동포 문학상 수필 대상 수상, 현재 <수필 동인 캥거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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