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에는 상대(잉어, 돌고래)가 있다
리더가 협상할 때는 반드시 상대가 있다. 그 상대는 세 가지 전형적인 타입 중 어느 하나에 속하기 마련이다. 그 세 가지 타입이란 바로 상어, 잉어, 돌고래 유형이다. 더들리 린치와 폴 코디스는 <돌고래 전략>에서 세 가지 타입의 협상 당사자들에 대해 재미있게 풀이하고 있다. 
 
첫째,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는 상어 타입이다. 이들은 협상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갈려야 한다고 맹목적으로 믿고 있는 유형이다. 이들은 제로섬(zero-sum)의 원리를 굳게 믿고 있어서 협상할 때마다 그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얻고자 한다. 
 
둘째, 상어 타입과 마찬가지로 잉어 타입도 이 세상은 제로섬의 원리가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승자와 패자가 분명한 세계를 상정한다. 하지만 상어 타입과는 달리, 자신이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이런 생각 때문에 잉어 타입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얻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을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협상 테이블에 앉고,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빼앗기지 않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시킨다. 
 
셋째, 돌고래 타입인데, 이상적인 협상가로 꼽을 수 있다. 돌고래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목표하는 것을 얻고자 신속하게 그리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수정한다. 이들은 제로섬 원리에 입각한 모든 전략은 시간이 지날수록 양쪽 다 손해를 보는 루즈-루즈(lose-lose) 전략으로 전락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성공적인 협상이란 양쪽이 함께 상승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거나 양쪽 당사자 모두에게 더 많은 부를 가져오게 할 수 있다고 믿는 우형이다. 돌고래 타입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주요 특징을 지닌다. ① 결과가 한정된 게임보다는 무한한 결과를 가져오는 게임을 계획한다. ② 상대방이 보조를 맞추는 한, 협조를 아끼지 않아서 불필요한 대립을 피한다. ③ 상대의 ‘비열한’ 움직임에는 곧바로 적절하게 응수한다. ④ 보복이 빠르지만 용서도 빠르다.
 
효과적인 틀 짜기 
어떤 타입을 만나든지 협상은 쉽지 않다. 그러나 리더는 협상을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고,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 그렇다면 상대가 어떤 유형이든지 협상을 잘 이끌어내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흔히 선거에서는 구도(Frame)가 좌우한다고 한다. 협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효과적인 틀(Frame) 짜기’가 아주 중요하다. 즉 다양한 협상 상황에서 어떤 것이 문제가 되는지, 어떤 것이 중요한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점심 메뉴로 중국 음식과 이탈리아 음식을 놓고 동료의 생각에 영향을 끼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상대는 맛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중국 음식을 선호할 때, “중국 음식은 기름이 많아서 우리 같은 중년에게는 치명적이래” 하면서 ‘건강’이란 틀을 이용해 상대로 하여금 이탈리아 음식으로 바꾸게 하는 것이다. 
 
협상을 할 때도 상대의 심리를 바꿀 수 있는 틀 짜기 방법이 있다. 먼저 그 사람의 평소 사고나 습관을 반영해 틀을 짜는 것이다. 즉 한 개인의 당면한 문제와 연관된 위험을 자극하는 것이다. 다음은 호혜적인 틀 짜기이다. 이것은 협상자들이 서로 자신들의 선호하는 부분과 우선순위에 대해 토의하고, 공통 문제 영역을 설정하며, 공감할 수 있는 쟁점을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 상호 만족이라는 틀을 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심적 모델을 바탕으로 틀을 짜는 것이다. 심적 모델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가?’에 대한 감각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신념,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 개인적인 경험과 같은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요소 등을 말한다. 사람들이 똑같은 분쟁이나 문제인데도, 사람들의 인식을 달라지게 하는 내적인 요인들이다. 특히 그 중에 경험과 관련지어 틀을 짜는 것이다. 
 
영향력 끼치기
리더가 협상력을 키우는 또 하나의 방법은 상대를 파악하고 ‘영향력 끼치기’이다. 상대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전 포석을 해야 자신이 원하는 입장과 근거를 만들 수 있다. 협상 테이블에서 파악하는 법, 대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법, 권력의 힘을 활용하는 법 등을 알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로 ‘지배력’과 ‘명망’이라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누군가에게 권위나 권력이 있으면 그는 지배력을 발휘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리더는 이 ‘지배력’에 관심이 크다. 그래서 그는 일반적인 대화 가운데에서도 자기 권위를 내세우거나 확신의 찬 어조와 때론 강압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려 한다. 또 이런 방법은 어느 정도 통해서 리더는 팔로워보다 지배력을 더 쉽게 얻는다. 그러나 이러한 리더의 자세에는 두 가지 단점이 있다. 
 
하나는 권위적인 행동이 지속되거나 때로는 그 권위의 근거가 허위로 밝혀지거나 과장되었다는 신호가 발견되면 상대방은 저항하기 시작한다. 저항이 시작되면 지배력은 약화되며 영향력은 줄어든다. 또 하나는 자기보다 더 높은 권위나 권력을 만나면 권위를 통한 지배력은 눈 녹듯 사라져 버린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권력을 쥔 자에게 더 낮은 권위의 지배력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망은 다르다. ‘명망이 있다’는 말은 그 사람을 존경한다는 말과 같다. 명망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심한 저항을 일으키지도 않으며, 지위와 상관없다. 지배력은 상대방을 수동적으로 만들지만 명망은 상대방을 능동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바로 리더가 명망으로 사람을 행동으로 이끌며 그로 인해 성공의 사다리의 최상단에 위치하게 된다. 이러한 리더는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또 자신의 실수를 과감히 인정한다. 그리고 오히려 이러한 리더의 탈권위주의적인 행동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사게 된다. 
 
심리학자 엘리엇 애런슨(Elliot Aronson)은 학생들에게 퀴즈대회 참가 신청자들에게 오디션 테이프를 들려주었다. 하나는 그냥 퀴즈 문제를 푸는 테이프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퀴즈를 푸는 중에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참가자가 ‘아이고, 이런! 양복에 커피를 쏟았네’라고 말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실수를 하지 않았던 때보다 실수를 했을 때, 그 사람에게 더 큰 호감이 생긴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실수효과’(pratfall effect)라고 한다. 상대방의 약점과 실수를 접할 때 우리는 그를 더 인간적으로 느끼고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 결국 그 사람의 명망이 올라가는 것이다.
 
단 이 실험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학생들은 총 4개의 테이프를 들었다. 하나는 실력이 평범한 사람이 문제를 풀었던 것이었고, 또 하나는 전문가 수준의 사람이 문제를 풀었던 것이다. 그런데 실수효과가 나타난 것은 전문가일 때였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결국 단순히 탈권위주의적인 모습으로만 명망을 얻을 수 있는 없다는 말이다. 리더든, 팔로워든 누구나 자기 분야에서 합당한 실력은 기본이다. 그리고 실력이 뒷받침되는 리더의 탈권위주의적인 행위는 빛을 발하게 된다.
 
윈-윈 협상 리더
지배력을 추구하는 리더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명망이 따라오는 리더는 자기 자신보다 상대방에게 항상 마음이 향해 있다. 그러므로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리더는 필연적으로 ‘연설’을 하기보다 ‘질문’을 하며 ‘조언’을 한다. 즉 상대방에게 말을 하게 되며 리더는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공감하며,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며,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데서 협상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유능한 협상 리더는 협상 초기의 탐색 단계부터 협상 상황과 규칙에 영향을 주어 협상을 주도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협상에 누가 참여할지 그리고 어떤 의제를 다룰 것인지에 대해 영향력을 끼치려고 한다.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상대와 타협하기, 협상 참가자 수와 의제 바꾸기 등을 적절히 ‘밀당’(밀고 당기기)을 시도하면서 협상 상황에 변화를 주어 협상을 주도하려고 한다. 
 
훌륭한 협상 리더란 강력하고 오래가는 윈-윈(win-win) 관계를 구축하는 사람이다. 협상 리더가 가져야 할 철학은, 상대방이 승리자가 될 수 있도록(최소한 ‘이겼다’는 흡족한 마음이라도 들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협상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송기태 (논설위원/채스우드 두란노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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