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출처] businessinsider.com.au
이슬람권 이민자들에 대한 호주인들의 반감과 불신이 상당히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리즈번에 기반한 싱크탱크 ‘호주진보협회’(AIP)가 약 1400명의 호주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0%가 무슬림 이민자 증가에 대해 호주 사회에 ‘나쁘다(bad)’ 혹은 ‘매우 나쁘다(very bad)’고 대답했다. 반면 무슬림 이민자 증가가 호주 사회에 ‘좋다(good)’ 또는 ‘매우 좋다(very good)’고 답한 비율은 8%에 그쳤고, 중립적 태도를 보인 응답자는 42%였다.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반감과 불신의 배경에는 이들이 호주 주류 사회에 통합되지 않고 보편적인 호주 문화에 반하는 이슬람식 신념을 유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수의 설문 응답자들은 무슬림 이민자들이 여성과 동성애자에 대한 태도, 부르카와 니캅 착용, 호주 법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샤리아 법 신봉 등 보편적인 호주 가치를 따르지 않는 믿음으로 인한 잠재적 ‘문화 충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AIP의 그레이엄 영 이사는 “이슬람권 이민자들의 삶의 방식이 호주의 보편적 가치와 충돌하면서 ‘문화 전쟁’을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이 호주인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 이사는 또한 이번 조사 결과가 최근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이 일으킨 일련의 테러 사건에 의해 불쑥 튀어나온 반응이라기보다 상당히 뿌리 깊게 유지돼 온 정서의 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조사는 지난해 말 시드니 린트카페 인질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실시된 조사 결과와도 부합한다”며 “국내 무슬림 커뮤니티는 호주 사회에서 다른 커뮤니티와 성공적으로 공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반감은 국가 화합을 위해 넘어서야 할 장해물이자 도전으로도 부각되고 있다. 말콤 턴불 연방총리는 최근 시드니 서부 파라마타에서 발생한 15세 무슬림 소년의 경찰 직원 총격 사건과 이어진 테러용의자 남성들의 긴급 체포 등 일련의 사건 속에 반무슬림 정서의 확산을 막고 이슬람 커뮤니티와의 관계 재정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턴불 총리와 정치인들은 13일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 지도자들을 만나 10월 25일 국가 화합의 날(national day of unity) 행사에 대해 논의하고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 단체 사이에 ‘상호 존중’ 모습을 확산시킬 방안을 모색했다. 턴불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다문화 사회를 이루고 있는 호주의 기반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69% “이민 유입, 현 수준 유지나 증가 지지”= AIP의 이번 조사에서 호주인들의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우려와 반감이 확인된 반면 세계 각국에서 호주로 들어오는 이민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설문 응답자의 69%는 호주로의 이민이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늘어나는 것을 지지했고 이민자가 줄어들기를 원한다는 대답은 27%였다. 
 
이민에 대한 태도는 응답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차이를 나타냈다. 노동당 지지자들은 이민이 현 수준 혹은 더 증가하기를 원한다는 대답이 84%, 더 줄어들기를 원한다는 답이 13%인 반면, 자유당 지지자들은 40%가 이민 증가를 원했고 34%는 현상 유지, 23%는 감소를 희망했다.
 
녹색당을 제외한 소수 정당 지지자들은 이민 증가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가 강했다. 파머연합당과 기독교민주당, 가족제일당 등 소수 정당 지지자들은 이민자 감소를 원한다는 답변이 43%로 증가를 원한다는 대답 31%보다 많았다.  
 
무슬림 이민자의 증가에 대해서는 자유당 지지자의 75%, 소수 정당 지지자의 69%가 부정적이었다. 이에 반해 노동당과 녹색당 지지자들은 65%가 중립을 나타냈고 20%는 부정적, 15%는 긍정적이었다. 
 
허인권 기자 ikhur@hanhodaily.com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