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인 청년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기 위한 제 18차 세계 한인차세대대회가 성황리에 끝났다. 2015년 11월 2일부터 6일간 서울과 제주에서 열린 이 대회는 오대양육대주에서 선발된 한인공동체의 젊은 인재 90여명이 모여 자신만의 ‘한민족 정체성’을 찾는 노력들을 나누고 재외한국인만의 공감대와 한국인의 자긍심을 재확인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호주동아일보는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온 5명의 청년대표들과 함께 대회의 의미와 해외 한인차세대 활동에 따른 이슈를 짚어보고 대양주 한인사회의 미래를 전망해 봤다. 참석자는 김석원 호주동아일보 논설위원 외에 (사진 오른쪽부터)최연성, 박정용, 최윤선, 김원호, 성낙훈 씨이다. 발언자는 이름으로만 표기한다 - 편집자 주.  
 
● 시드니에서도 이미 1.5세대 출신 한인회장이 나오면서 차세대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번 한인차세대대회는 어떤 기대로 왔는가?
 
정용: 한인정착이 오래된 미국 같은 곳에서 쌓인 많은 성공과 실패담을 듣고, 호주 한인사회에서도 적용할 만한 차세대 리더십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바램으로 왔다.
 
연성: 나와 같은 정체성 고민을 하는 해외 한인들과 공통분모를 찾고 싶었다. 요즘처럼 국제적으로 직장지를 많이 옮기는 상황에서는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낙훈: 세계를 보는 ‘관점의 확대’를 경험한 것 같다. 호주인에게나 한국인에게서도 100%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나와 비슷한 이들과 함께 공감하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
 
원호: 그동안 비슷한 모임을 많이 가 봤지만 이번처럼 여러 배경이 같이 섞인 자리는 없었던 것 같다. 당장의 이득은 없지만 세계로 펼쳐질 미래를 위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 시대가 변화하면 자연히 리더세대 교체는 이뤄지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세대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억지일 수 있다. 오세아니아 한인사회에서 왜 차세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원호: 현 한인사회는 열정이 있는 40대 이하 지도자들이 나서기가 쉽지 않다. 시도하다가도 금방 상처받고 포기하게 된다. 현재 한인사회는 봉사보다는 명예에 치중하고 기존 활동가 외에는 참여가 저조하다. 내부에서도 협조보다는 견제 분위기가 강한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연성: 여러 모임을 참석하면서 느낀 아쉬움은 해외에서 오래 살던 사람이 적응하기 어려운 ‘너무 한국적인’ 문화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청년 모임도 주로 술 마시고 교제하는 데 치중되어 있고 조직이나 체계가 없어서 발전보다는 하던 일을 그냥 반복하는 분위기다.
 
정용: 같은 나라에 있는 한인 사이에도 연결이 잘 안되는 것이 아쉽다. 이제는 1.5세대 이상과 보다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서로의 피드백을 더 받아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접하는 세계를 더 모아줄 때 서로의 도움을 더 얻고 배울 수 있다.
 
윤선: 한인사회 안에서만 움직이는 것도 문제다. 차세대들이 한국문화를 버리지 않은 채로 현지문화와 융합시켜줘야 할 때다. 한인사회와 주류사회를 더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류사회 진출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원호: 한인들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에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한인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중국인 사회를 보면 활동의 내용도 보다 구체적이고 대상도 넓다. 기존의 한인조직이 세대변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쉽지 않다면 차세대 주도의 새로운 조직을 통한 활동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인사회 활동이 보람된 경험이 되어야 한다. 시간과 돈이 깨지는 것에 대해 그럴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정용: 돈이나 시간은 필요한 데로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시간 사용이 너무 엉망이다. 사전에 미리 조정이 되도록 계획을 세우고 알려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러다 보면 그쪽도 우리에게 더 묻지 않는 것 같다.
 
연성: 모임의 ‘키’는 시간인데 돕겠다는 사람도 너무 시간문제를 가볍게 생각해서 ‘예스’라고 했다가 이후에 흐지부지된다. 같은 생각과 시간을 제대로 낼 사람을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 한편에서는 차세대가 한인사회에 너무 무관심하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기존 차세대 리더십의 현실은 어떠한가? 차세대 안에서 리더십 변화에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용: 분야별 전문가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미래를 준비하면서 같이 갈만할 모델을 찾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옥타 차세대 모임에 참석했는데 네트워킹을 넓힐 수 있어서 좋았다.
 
연성: 나도 옥타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처음에는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기도 좋아서 갔는데 계속 가니까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무뎌지더라. 또 기존 리더십에 내가 낄 입장도 아니라서 다른 네트워크를 찾기 시작했다.
 
윤선: 유지가 되는 게 중요하다. 다들 열심으로 시작하지만 흐지부지된다.
 
연성: 그렇게 된 이유는 현지사회에 잘 정착하고 여유 있게 성공한 1.5세대가 별로 없는 것도 원인이다. 뭘 바꾸고 싶다는 사람보다는 그냥 경력에 도움이나 됐으면 좋겠다는 수동적인 입장이 다수였다. 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낙훈: 1세대는 영어도 그렇고 그동안 너무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에게 뭔가를 해주길 기대하기는 어려운 입장이었다. 자리를 더 잡으면 자연스럽게 나아질 거라고 생각된다. 불만보다는 그들의 한계를 더 이해하는 편이다. 미국 같은 경우는 2-3세대로 가면서 더 자리를 잡은 것 같고 대양주도 그런 상황으로 가고 있으니 리더십만 바뀌면 자연스럽게 나아질 것이다. 가장 큰 장해물은 시간인데 지금은 일하는 데 쫓기는 게 현실이다. 이번 회의 같이 힘든 일도 하게 할 만한 동기부여 기회가 중요하다.
 
● 주류사회에도 얼마든지 들어가 살 수 있는 차세대가 해외한인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돈과 여유가 있다면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있는가?
 
정용: 아버지가 한인회장을 하시려고 할 때 가족들이 말렸다. 그때 아버지는 “어디 가든지 도움이 되는 사람, 도움이 안되는 사람이 있는데, 도움이 안된다고 다 피해버리면 모두가 어디에 의지할까? 도움이 되는 30%를 70%로 바꾸고 싶다”라고 말씀하셔서 공감할 수 있었다. 서로 돕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연성: 구체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인이란 자부심이 분명한 편이다. 그러나 한인들이 더 주류사회에 적응하고 기량을 발휘했으면 좋겠고 이를 위해 이중 정체성을 제대로 활용하길 원한다.
 
윤선: 한인들이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야 된다. 돕는 것은 당연하다.
 
낙훈: 우리는 한국인이다. 이는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 벌어진 사고나 뉴스들을 들으면 호주에서 자란 나도 특별한 감정과 공감이 느껴진다. 도와줄 수 있으면 돕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한국과 호주 배경을 가졌지만 나의 한국적 정체성은 분명하다. 이런 모임을 통해 다른 이들도 이런 것을 더 느꼈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기존 한인사회 지도자들에게 차세대 리더십 활용을 위해 부탁하고 싶은 말은?
 
원호: 한인사회가 모여서 활동하는 이유는 정체성 때문이기도 하고 소수민족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소수민족 이익이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으면 연속성이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이익, 어떤 소외를 당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서 해결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더 모이게 될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처럼 2세들을 한국에 보내주는 일만 제대로 해도 차세대의 한인사회 참여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다.
 
낙훈: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목표설정이 필요한 때다. 한인변호사모임을 보면 무료법률서비스를 하니까 도움도 되고 잘 운영된다. 법대생들에게도 좋은 본을 보여주고 활동 목표가 뚜렷하니까 참여가 잘 이뤄진다.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중심으로 작은 모임들이 잘 자리를 잡고 이들을 바탕으로 힘을 모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석원 기자 edit@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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