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오솔길의 추억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
비단천에 파란 물감 물들여 펼쳐놓은 듯
맑고 넓고 깨끗하다.
옷깃을 살짝 스쳐가는 신선한 바람 싱그럽고 상쾌하다
길 따라 걷고 싶은 마음 그와 함께 걷던 오솔길
입을 오므려 외로운 휘파람 소리 내뱉어 본다
언젠가 이 길 함께 걸으며 손과 손 마주잡고
돌뿌리 차면서 걷던 아름다운 숲 속
솔잎 한잎 두잎
가위 바위 보
천진난만한 어린이와 같이
산울림 들어가며 노래 부르던
너와 내가 거닐던 추억의 오솔길
그때는 이미 지나간 먼먼 더듬을 수 없는
옛 이야기로 되었네
오솔길 가는 길 변함없고
푸른 하늘빛도 화창한데
너와 함께 손잡고 거닐던 이 길만은
발자국도 이정표도 찾을 길 없고 허망한 추억의 자국만 남아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 비치는
동공 속의 그림자 되어
빛바랜 오솔길 추억으로 내 마음 속에 자리 잡도다.
 
심원 유성자(호주한국문학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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