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아시아. 유럽. 대양주. 아프리카 여성 컨퍼런스가 12월 3일부터 5일까지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일본 근기협의회의 주관으로 열렸으며 세계 14개국에서 약 160여명의 여성 민주 평통 위원들이 참석했었다. 호주에서는 호주협의회를 대표한 13명의 여성위원들이 참가해서 협의회의 활동사항을 알렸다. 호주협의회는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한호포럼을 통해서 호주 정계에 알리는 등, 적극적인 활동으로 타 협의회에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올해 모임의 목적은 대북 통일정책에 대한 여성위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성위원들간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교류하며 소통하는 것이다. 각 나라의 지역에서 여성리더를 육성하고, 해외에서 한인여성들이 통일을 위한 역할 분담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자리였다. 주제는 “ 여성이 준비하는 행복한 평화통일”로서 참가위원들은 5개의 분임조에 각각 소속되어 주제에 맞추어서 활발한 토론을 펼쳤다. 
 
분임토의의 주제는 첫째; 지역회의, 협의회 여성들이 통일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풀뿌리 통일 활동을 중심으로 한 의견을 제시했다. 둘째; 해외에서 필요한 통일자료는 무슨 내용이며 어떤 형식이 필요한지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셋째; 재외동포 여성이 추진하는 통일, 공공외교 방향과 과제는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마지막으로 넷째; 내가 바라는 통일정책,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참석했던 여성위원들 모두가 각 지역을 대표한 여성리더답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첫 날에는 오사카 제국호텔에서 참석자들의 등록과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으며 평통 한국사무처에서 주관한 만찬으로 컨퍼런스의 첫 하루를 마감했다. 둘째 날에는 오사카 한국민단 본부의 회의장에서 개회식과 강연, 토론등이 진행되었다. “평화와 번영의 통일시대, 여성의 힘으로 ”라는 주제의 기조 강연이 있었고,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인 안제노 교수의 “ 통일. 대북정책과 여성의 역할” 이라는 제목의 강연이 이어졌다.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을 쉽고 유머러스하게 강의를 하는 안 교수의 언변이 여성위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탓인지 휴식시간에 안 교수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여성위원들도 있었다.  구양옥 여성 변호사의“동포사회의 통일준비 과제와 방향” 이라는 주제로 강연이 있었는데 아주 감동적이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구변호사는 재일교포 3세로서 재일거류 한국인의 인권회복을 위해서 일하는 인권변호사이다. 학창시절 조총련계의 조선인 학교를 다니면서 치마저고리를 입고 등교하며 일본인 남학생들에게 거리에서 봉변을 당했던 일화와 자신의 조부모와 이웃사람들이 일본인들에게 강제로 땅을 빼앗긴 이야기를 할 때는 분노와 함께 깊은 슬픔이 치밀어 올랐다. 그런 일들을 경험하며 살았기에 재일교포들의 설움과 억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 변호사가 된 그녀. 조선인학교는 정식학교로 인정받지 못해서 검정고시를 쳐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올해에 한국으로 귀화해서 한국국민이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해서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북한에 대해서 몰랐고 그냥 조선인이기에 조선인 학교를 다녔던 이데올로기를 어른이 되어서야 이해하게된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강제 노동자로 끌려와서 정착하게 된 재일 교포들의 서러운 역사가 아직도 일본 내에 살아있다는 것을 구변호사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와세다 대학교에 재직하는 이종원 교수의 “국제정세 변화와 한반도 통일”, 그리고 여성부의장 김태현씨의 “여성이 풀어놓는 통일이야기”의 강연 이후로 각 패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계속 진행되었다. 장시간 이어진 강연이었지만 정리된 통일 정보를 접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늦은 오후부터 5개로 나누어진 분임조의 토의가 각각의 다른 방에서 있었다.  
 
4분임조의 분임 장을 맡았던 필자는 네 가지의 주제를 골고루 토론 할 수 있도록 33명의 분임원들에게 균등한 발표의 기회를 주려고 노력했다. 어느 한 사람만이 자신의 의견을 두드러지게 나타내려는 것을 자제하고 다양한 사례와 그 지역의 활동사항을 주제에 맞게 이끌어내려고 했다. 4분임조의 여성위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쏟아내는 활동사항과 여성이 이끌어내는 행복한 통일에 대한 의견들이 참으로 다양하게 나왔다.  한 여성위원은 통일화합을 위해서 북한을 직접 방문해서 5000명분의 통일 비빔밥을 만들어서 남북 문화교류의 물고를 튼 사례를 발표했으며, 한국에서 온 여성위원은 새터민들에게 겨울철 김장을 2000포기해서 나누어 주고 결혼식을 주선해주었던 활동으로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탈북민 자녀들에게 남한의 문화와 교육을 새롭게 가르쳐 주는 활동, 통일비용을 해결하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하고 많은 활동사례들이 발표되어서 감동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통일은 탁상이론으로 실천되는 것이 아니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각 대상자의 눈높이에 맞는 활동으로 이어져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국내든 해외에서든 내가 사는 지역에서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행복한 통일을 이루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새터민, 탈북민, 자유민, 북한 탈북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북한 탈주민들을  끌어안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여겨진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배가 고파서 북한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누리며 민주사회에서 살고 싶기 때문에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다고 했다. 자녀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알게 해주고 원하던 자유스런 삶을 살게 해주고 싶어서이다.   
 
삼일 째 컨퍼런스의 마지막 날이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봤습니다!* 
 
각 분임조의 토의 결과를 패널 토크형식으로 진행했었다. 나는 태국에서 온 미디어 분야의 전문가인 H 위원을 4분임조의 패널로 추천해서 발표하게 했다. 4 분임원들의 토의결과를 정리해서 조언을 해주었으며, 그녀의 맛깔난 발표는 다른 분임조보다 차별화되었고 멋지게 마무리를 해주었다. 패널 토크가 끝난 후에 우리는 하이파이브를 외치며 따뜻한 포옹을 나누었고, H위원이 고등학교 후배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더욱 반가운 마음이 되었다.   
 
총평 및 폐회가 있었고 “통일의 노래”를 합창하며 우리는 다 같이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둥글게 큰 원을 만들어 나갔다.  잡은 손 안에 한마음, 한뜻의 기운이 퍼져나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삼일의 짧은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류하고 소통하며 소중한 인연을 오랫동안 이어나갈 것을 서로에게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비록 몸은 다른 곳으로 헤어져야하지만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단단한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지 않았을까 하는 믿음을 갖게 된다. 해외에 사는 우리 여성들이 해야 할 역할 그 힘이 미약할지 모르지만 작은 풀뿌리의 억센 끈기와 힘이 모여서 통일을 이루는 데에 한 몫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내 나라,  대~한민국 파이팅!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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