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국세청(ATO)이 연 매출 1억 달러 이상인 1539개 대기업의 납세 실적을 전격 공개했다. 호주 경제일간지 AFR(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리뷰)지는 납세 실적을 미국 서부 영화 제목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좋은 기업, 나쁜 (좀비) 기업, 탈세를 하는 추악한 기업)’에 비유했다. 
   
1,539개 대기업은 554개의 호주 증시 상장기업과 985개의 외국 자본 소유 기업이다. 이들 중 2013-14 회계연도에 손실 등으로 인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탈세 기업군으로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기업은 매출과 수입에서 모든 관련 경비와 감가상각 등을 공제한 영업 이익에서 법인세를 납부한다. 호주는 OECD 회원국 중 노르웨이 등 일부를 제외하고 법인세율(30%)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가장 많은 세금을 낸 대기업은 비에치피 빌리튼(BHP Billiton, 41억 달러), 리오틴토(Rio Tinto, 35억 달러), 그리고 호주의 4대 은행(합계 95억 달러) 순이었다. BHP는 지난해 광산자원임대세(Mining Resource Rent Tax: MRRT)를 납부한 유일한 호주광산기업으로 이 세금으로 걷힌 2억8800만 달러에서 약 절반을 차지했다. 반면에 호주 최대 철광석 기업인 리오틴토는 MRRT가 제로였다.
 
나머지 절반은 광산 지분을 소유한 일본 기업 미쓰이(7270만 달러), 이토추(4080만 달러), 미쓰이, 니폰스틸, 스미토모(2070만 달러)의 콘소시엄이었다.  
 
BHP는 또 원유자원임대세(Petroleum Resource Rent Tax: PRRT)로 9678만 달러를 납부해 징수액 17억7000만 달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에소 오스트레일리아(Esso Australia)가 5억3850만 달러로 나머지 절반을 차지했다.   
 
다국적 테크놀로지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납세액은 연초 상원 기업조세회피 청문회에서 거론된 수준으로 미미했다. 당시 구글은 세전 소득(pre-tax income)이 5870만 달러이고 1,170만 달러가 납세액이라고 밝혔었다. ATO 통계에 따르면 구글은 9090만 달러의 과세대상 소득에서 920만 달러를 납세했다. 매출 규모와 비교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인 셈이다.
 
도시바(Toshiba), 캡제미니 오스트레일리아(Capgemini Australia), 시트릭스 시스템(Citrix Systems), 에이서(Acer), 노키아 솔루션(Nokia Solutions), 알카텔-루슨트 앤드 네트웍스(Alcatel-Lucent and Networks), 휴렛-패커드는 납세액이 제로였다.  
 
크리스 조단 국세청장은 “납세액이 없다는 것이 조세회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일부 다국적 기업들이 과도한 영업 구조를 만들면서 세금 줄이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체적으로 579개 대기업이 세금을 내지 않았는데 이것은 한편으로 광산업, 제조업, 농업 기업들의 어려운 경영 실태를 반영한다. 외국계 은행들의 45%는 흑자를 내는데 실패했다. 
원유와 가스 생산기업인 산토스(Santos)는 11%를 납세했다. 
 
한국 기업 중 현대차 호주법인의 과세대상 소득(taxable net income)은 약 7,899만 달러에 2,369만 달러를 납세(income tax payable)해 성실하게 납세 의무를 준수했다. 삼성전자 호주법인도 4598만 달러의 과세대상 소득에서 1379만 달러를 납세했다. 
 
반면,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인 시에스엘(CSL)은 21억 달러의 총 매출과 1억3000만 달러의 납세 대상 소득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내지 않았다. 
 
2013년 세금투명성법(tax transparency legislation)을 도입한 웨인 스완 전 재무장관(노동당 정부)은 “기업 매출에서 약 10%가 지나친 세금 축소와 탈세로 상실된다. 4년 동안 예산에서 260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한다”고 지적을 한 바 있다.
 
호주에서 사상 처음으로 대기업들의 납세 실적이 올해부터 공개되면서 기업은 영업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보이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가와 사회, 커뮤니티 입장에서 세금을 많이 (충실히, 합법적으로) 내고 영업을 한 기업들과 고용을 많이 한 기업들이 박수를 받아야 한다. 
 
그 반대라면 박수를 치는 대신 욕을 해야 할 것인가..?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