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가장 많이 관련된 범죄는 아마도 음주운전일 것이다. 시드니의 버우드지법에 가보면 매일 평균적으로 2~3명 정도는 음주운전으로 출두한 한국인들을 볼 수 있다. 경찰들도 한인하면 음주운전을 떠올릴 정도다. 스트라스필드 같은 곳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음주운전을 하는 한인들을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음주운전은 단순한 교통법규 위반이 아니라 형법이 적용되고 전과가 남을 수 있는 범죄다. 티켓으로 벌금을 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 가서 판사에게 형벌을 받는 심각한 사안이고 대부분 면허가 취소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음주운전 단속에서 걸리면 그 자리에서 구속이 되어 경찰서에 이송될 것이고 유치장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야 하니  물론 좋은 경험이 아니다. 자세한 형벌과 면허 정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칼럼들이 다루었기 때문에 생략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실제로 필자가 담당했던 음주운전 관련 사례를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의뢰인들이 상담을 오게 되면 첫번째로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섹션 텐(Section 10)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Section 10을 받아야만 면허정지를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은 간단하게 답변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형법상 판사가 고려할 수 있는 여러가지 사항들을 본 후 조언을 할 수 있다. 두번째로 빈번한 질문은  변호사가 필요한지 여부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나에게 면허정지 기간을 줄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Section 10을 받을 가능성은 있는지, 벌금은 어느정도 나올지를 고려해보고 선택해야 할 사안이다.  아래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실제로 음주운전에 적발되었을 경우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생각해보자.

첫번째는 65세 여성 Y씨의 사례이다.  어느 날 저녁 초대를 받아 코스요리 접대를 받았다. 매 코스마다 맞춤 와인이 포함되어 있었고 요리사의 추천으로 그녀는 조금씩 와인을 마셨다. 약 2시간여 동안의 식사가 끝난 후 그녀는 자신이 운전하기에는 술에 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깨기위해  2시간여 정도의 시간을 보낸 후 운전을 했다. 집으로 가는 도중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다 경찰에게 적발됐다. 경찰은 사이렌을 키고 쫒아 왔지만 그녀는 이를 못보고 약 2~3 km 정도 주행했다. 경찰은 그녀의 차가 도로에서 곧게 가지 않고 왔다 갔다 하며 옆 차들과 부딪힐 뻔한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녀는 차를 세워 음주측정을 했는데  0.089리딩이 나와 Mid-Range PCA 로 기소되었다. 여기서 Mid-Range PCA(Prescribed Concentration of Alcohol: 주성분 분석)의 형벌은 첫번째일 경우 $2,200불 이하의 벌금 및 9개월 이하의 징역, 기본 12개월 면허정지 혹은 최소 6개월 면허정지가 적용된다. 

우선 Mid-range 에서 Section 10을 받는 것은 어렵다. 판사가 판단하기에 매우 특별한 경우에만 Section 10을 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Section 10을 요청하며 자신의 경우가 특별하다고 주장하지만 하루에 40~50건의 음주운전을 다루는 판사가 매우 특별하다고 판단하려면 진짜로 특별해야 한다.  

Y씨의 변호사로 선임된 필자는 바로 유죄를 인정했다. 의뢰인을 대신하여 판사에게 상황 설명 및 그녀의 배경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러나 판사는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며  이렇게 술을 마시고 위험하게 운전을 하고, 2~3 km 나 경찰이 뒤쫒아 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계속 운전을 했다는 것에 분노했다. 하지만 필자는 Y씨의 상황에 대해 판사에게 꾸준히 설명을 했다. 이런 상황이 평소에 술을 마시지 않는 Y씨에게 얼마나 특별한 상황인지, Y씨는 평소 사회에 기여를 하는 시민이며, 전과 기록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녀는 이 사건을 통하여 많은 것을 배우고  크게 뉘우치고 있기에 다시는 이런 실수가 없을 것이며 또한 면허증을 잃게 된다면 현재 하는 일을 하지 못할 뿐더러 그녀가 평소 사회봉사를 통해 돕고 있는 독거 노인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등 여러가지 변론을 통해 판사를 설득할 수 있었다. 결국 Y씨는 Section 10 을 받아 면허정지를 모면했다. 

두번째는  26세의 워킹홀리데이로 온 K씨의 사례다. 그는 스트라스필드에서 술을 마시고 새벽 한시쯤 운전을 하며 약 2km 정도 떨어진 집(스트라스필드의 한 아파트)으로 향했다. 그는 가는 길에 우회전을 하다 차를 벽에 부딪치는 사고를 냈다. 경찰에 출두했고 음주 측정 결과 0.165 리딩으로 High Range PCA 로 기소됐다. 

여기서 High Range PCA는 처음일 경우 $3,300 이하의 벌금형 및 18개월 미만의 징역, 최고 면허정지 9개월, 최소 면허정지 6개월 및 최소 Interlock(인터록) 기간 24개월의 형벌이 적용된다. Mid-Range 보다 면허정지 기간이 짧지만  Interlock 을 설치해야 하는 기간이 길다. Interlock이란 차에 설치하는 기계로 음주측정을 하여 혈중 알코올 농도가 0이여야만 시동이 걸리게 되는 제어장치이다. Interlock  기계 비용은 1년에 약 $2,200 이다. 

K씨는 변호사 없이 법원에 출두하여 유죄를 인정했다. 판사는 징역을 고려했는데 그의 배경을 알고자 Pre-Sentence Report 를 받아오라 하면서 6주 연기를 했다. 그의 Pre-Sentence Report 결과는 아주 부정적이였다. 인터뷰를 통해 작성되는 리포트인데 담당관이 해당 인터뷰시 K씨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벌금이나 내면 끝나는 정도로 생각한다라고 작성됐다. 판사는 그 리포트를 보고 K씨에게 400시간의 사회봉사 활동, 9개월 면허정지 그리고 36개월 Interlock 기간의 형벌을 내렸다. 그는 사고로 인해 차가 폐차가 되어 Interlock 을 설치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판사에게 그런 상황을 전달하지 못했기에 이런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K씨가 뒤늦게 필자를 만나  억울함을 호소한 후 항소를 진행했다. District Court(고등법원) 에서 재심판을 받았고,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결국 $800 벌금에 Interlock 설치면제일 경우 최소 면허정지 기간인 12개월을 받았다. 만약 K씨가 변호사를 일찍 찾아가 상담을 했다더면 초반에 위와같은 무거운 처벌을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고 변호사 비용도 적게 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High Range 라고 해도 첫 음주운전인데 400시간이나 되는 사회봉사 활동은 아주 심한 처벌이다. 또한 차가 폐차되어서 Interlock 을 설치 할 수 있는 차가 없다고 판사를 설득시켰다면 Interlock 기간은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형법 칼럼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느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개인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에 어떠한 형벌이 적용될지 가늠하기는 전문지식이 없이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변호사를 선임하지는 않더라도, 형법 전문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도록 권유한다. 

강현우 변호사 (john.kahn@hhlaw.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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