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복길 양자강 사장, 이기택 해원 사장, 이강훈 시드니한인상우회 회장, 피터박 파이오니어제너럴서비스 사장, 황규영 오피스넥스 사장

반찬 아닌 ‘메인 디쉬’ 질적 경쟁 필요

한호일보의 창간 기획 ‘한인 주요 업종 간담회’ 중 첫번째인 요식업 사업자 간담회가 지난달 25일(한식·중식)과 2월 1일(일식·스시) 본사 사옥에서 열렸다. 요식업의 경기 동향, 애로 사항, 종업원 고용 문제, 발전 방향 등에 대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요약했다. - 편집자 주(註) 

참석자: 고직순 한호일보 편집인, 이복길 양자강 사장, 이기택 해원 사장, 이강훈 시드니한인상우회 회장, 황규영 오피스넥스 사장, 피터박 파이오니어제너럴서비스 사장 ]

 

● “시티 한식당 퓨전화 등 다양화 긍정적 현상” 

지역별 식당 체감경기가 차이가 있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매출에 큰 기복이 없다고 밝혔다. 중식당 양자강(이스트우드)의 이복길 사장은 “한인 밀집지역에서 20년 넘게 영업하고 있다. 매출은 꾸준한 편이다. 방학 기간이나 휴가철에 고객이 줄지만 체감경기가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식당 해원(이스트우드)의 이기택 사장은 “한식당은 불황을 크게 타지 않는 업종이고 현재 호주 경기가 외식을 줄여야 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강훈 시드니한인상우회 회장은 “시티 쪽 한식당들은 유학생과 워홀러들이 줄면서 경기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시티의 한식당들이 현지화되면서 다양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강훈 회장은 “시내에 순수 한식당은 30여개 정도이고 음식 메뉴를 현지화한 퓨전 한식당은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지만 꽤 많이 있다”며 “한식당의 이러한 다양화는 환영할 만하다. 새로 개업하는 식당이 줄어든 반면 규모 있는 투자를 한 대형 한식당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한식을 찾는 호주인이 늘고 있으며 한국계가 아닌 고객들 중에서는 중국계와 아시아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복길 사장은 “평소 한인과 비한국계 고객 비율이 9:1 정도이고 비한국계 고객의 주류는 중국인들”이라고 말했다. 이기택 사장은 “주중보다 주말에 비한국계 고객이 늘어나는 편”이라며 “그 비율은 8:2정도고 중국인 고객들이 많다”고 밝혔다. 

● “호주도 우수 한국인 요리사 늘어야” 

요식업계 서비스 인력 공급의 주요 축인 유학생과 워홀러(워킹홀리데이 비자소지자)들이 줄어들면서 종업원 구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종업원들이 교민 자녀들로 부분 대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강훈 회장은 “워홀러들이 상당히 많이 감소했다. 성실하고 믿을 수 있는 한인 젊은이를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많이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업은 서비스산업이기도 하다. 양질의 서비스 인력 부족이 한식당에 대한 이미지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인턴 등 인력 공급 회사인 파이오니어제너럴서비스의 피터박 사장은 “올해 7월부터 단기체류자에 대한 세금제도가 불리하게 바뀔 예정인데, 이런 저런 이유로 호주로 들어오는 인력이 감소하면 요식업계에 인력난이 더 심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비스 인력 못지 않게 한식과 중식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복길 사장은 한식과 중식 사업이 성장하고 현지인들에게 다가가려면 실력 있는 요리사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계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일류 주방장들이 있지만 극히 소수다. 한국에서 유능한 요리사들이 호주로 많이 진출하면 좋은데 해당 비자를 받기 위해 필요한 영어점수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강훈 회장은 호주에 매우 좋은 ‘기회’가 있음을 한국에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곳 셰프들의 연봉은 5만-10만불에 이른다. 한식 전문가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국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는 동포사회 인력난도 해결하고 한식의 글로벌화 등 서로에게 윈윈 관계가 될 수 있다. 또 일부 한국 언론에 의해 부정적으로 보도된 호주 동포사회 이미지를 바로 잡고 더 많은 워홀러들이 호주에 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5일 한호일보 사옥에서 열린 요식업(한식·중식)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지나친 반찬 경쟁 곤란, 한식 제값 받기 중요”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한식당들의 지나친 반찬 경쟁의 폐단을 지적했다.

이기택 사장은 “10개 가까운 반찬을 내놓아 손님이 몰리면서 다른 한식당들이 따라하기 시작했고 이제 현지인들도 한식당에 가면 으레 대여섯 가지 기본 반찬이 나오는 것으로 인식한다”며 “버려지는 반찬이 너무 많고 심한 낭비이다. 이러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지양하고 그 비용을 메인 요리와 고객 서비스에 투자해야 한식당의 발전과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강훈 회장은 “다른 나라 음식을 주문하면 시킨 것 그대로 나온다. 그런데 우리는 6-7개 사이드 디쉬가 따라 나온다. 이는 재료값 상승과 추가 인력을 필요하게 만든다. 똑같은 요식업인데 한식당은 참 불리하다”고 말했다.  

한식 가격이 더 올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기택 사장은 “현지 식당들을 보면 음식재료에 들어가는 비용이 전체 가격의 15%선이다. 한식당은 보통 30%이상이다. 한식 가격이 비싸다는 분들도 있지만 반찬 비용과 마진을 생각하면 절대 높지 않다고 본다. 가격 적정화가 어느 시점에는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훈 회장은 “현지인들에게 한식이 어필하는 요인 중 하나가 저렴한 가격일 것”이라며 ”현재까지 대중화를 위한 투자기간이었다고 생각하고 이제 제값을 받는 시장으로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업계 공동 매뉴얼, 직원 트레이닝 필요”

업계가 공동으로 매뉴얼을 제작하고 직원 트레이닝도 공동으로 실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강훈 회장은 “식당에서 도제식으로 트레이닝이 이뤄지다 보니 교육이 체계적이지 않고, 서비스 인력의 이직이 잦아 효율성이 떨어지는 ‘신입’ 직원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한식협회 같은 단체가 구성돼 직원 트레이닝 과정을 운영하고 식당들이 이러한 코스를 밟은 사람을 우선 채용한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택 사장은 “식당 운영에 도움이 되는 공동 매뉴얼 제작과 공동 트레이닝 사업이 추진된다면 여러 사업주들이 협조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다만 좋은 목적의 사업이 자칫 식당들의 담합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