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김밥은 별미였다. 학교 소풍을 가면 어쩌다 먹을 수 있었던 김밥은 어머니의 정성과 형형색색의 재료가 빚어내는 조화로운 맛이 최고였다.

호주 이민 후에도 김밥의 역할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야외 가족 여행시 간단한 점심 도시락이나 어린 자녀의 학교 도시락 단골메뉴는 김밥이다.

한국에서 유래한 김밥은 이제 호주 한인 사업자들의 가족 생계 수단, 고용 창출, 부의 축적과 더불어 한식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자리잡았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건강식이란 장점으로 인해 외국인 직장인이나 가족들에게도 인기다. 김밥을 기반으로 하는 음식 매장의 약 70-80% 사업주가 한인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김밥은 더운 날씨에 취약하다. 특히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한여름 호주 날씨엔 상하기 십상이다. 올 1월 시드니 한인사회에서 터진 김밥 식중독 사건도 그랬다.

한 업체가 생산한 김밥을 사먹은 수십명의 한인들이 며칠간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 중 한명의 검체에선 식중독 원인균 중 하나인 살모넬라가 검출됐다. 지난해 1월엔 퀸즐랜드 브리즈번 한인사회에서 김밥 식중독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식중독은 김밥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달 말 시드니 남부의 한 카페 제과점에서 닭고기롤과 돼지고기롤 등을 사먹은 40여명이 식중독에 걸렸다. 이 제과점은 보건당국으로부터 영업 중단됐다.

이달 초엔 호주의 양대 식품유통업체 콜스와 울워스 매장에서 판매되는 포장용 상추 제품에서 살모넬라가 검출돼 긴급 회수 조치가 발동됐다. 해외 수출까지 하는 멜번의 유력 야채 생산 업체의 상추가 포함된 제품들에 대한 대대적인 폐기나 반품이 이뤄졌다.

완벽한 식품안전과 위생관리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중독은 아기나 노인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김밥 식중독 예방법으로 식초나 매실액을 밥에 넣거나, 깻잎을 재료로 넣으라고 조언한다. 밥이나 재료를 식혀서 김밥을 말 것도 권한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김밥 만드는 도구도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김밥 유통과정도 중요하다. 김밥은 생산 이후 항상 5도 미만의 냉장 보관이 원칙이다. 5-60도 실온에 2-4시간 노출된 경우 즉시 먹어 소비하며 4시간 이상 노출되면 폐기해야 한다는 ‘2/4시간 규칙’도 준수돼야 한다. 특히 한인 식품점들이 냉장실도 없이 외부에 내놓고 김밥을 판매하는 후진적인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이제 김밥은 배고플 때 값싸게 대충 먹을 수 있는 후진국형 음식이 아니다. 세계에 한국을 홍보하는 먹거리 중 하나인 한식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품질, 고부가가치 한식으로 김밥의 인기와 지위를 격상시키는 것은 한인들의 몫이다. 이는 호주 한인식당은 물론 한인사회의 이미지와도 직결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시드니 김밥 식중독 사건은 모든 호주 한식에 던지는 경고일 수 있다. 성공적인 한식 세계화의 바탕은 철저한 식품 위생과 안전 관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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