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진영 AAA베이사이드홈스 사장, 김종국 로얄건축 사장, 이재연 VIP빌딩&카펜트리 사장, 김구명 킴스플로어서비스 사장

한호일보의 창간 기획 ‘한인 주요 업종 간담회’ 중 요식업 사업자 간담회(1월 25일-한식 중식, 2월 1일-일식 스시, 2월 15일-카페)에 이어 건설업종 사업자 간담회가 22일 본사 사옥에서 열렸다. 건설업의 경기 동향과 애로사항, 발전 방향 등에 대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요약했다. - 편집자 주(註) 

참석자: 김종국 로얄건축 사장, 조진영 AAA베이사이드홈스(선진건설) 사장, 이재연 VIP빌딩&카펜트리 사장, 김구명 킴스플로어서비스 사장, 고직순 한호일보 편집인


“부동산 호경기, 건설업에도 훈풍”

참석자들은 개인적 사업 현황과 함께 최근 건축 경기에 대해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진영 AAA베이사이드홈스 사장은 “빌더 입장에서 볼 때 근년 건축 경기는 상당히 좋았다”며 “10여명의 직원을 데리고 NSW 지역에서 주거용 건축 사업을 하고 있고 상업용은 드물게 한다. 건축 의뢰 고객은 호주인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재연 VIP빌딩&카펜트리 사장은 “소규모 건축 사업을 15년 이상 운영하고 있다. 기술전문대(TAFE)에서 카펜트리를 공부한 후 이 분야에 본격 뛰어들었다. 호주인과 한인 고객 비율이 엇비슷하다. 상업용보다 주거용 쪽이며 요즘은 그래니플랫 건축이 전문”이라고 말했다.  

김구명 킴스플로어서비스 사장은 “매출은 매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건설업과 밀접한 부동산 경기가 그동안 좋았던 게 한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감의 70%는 개인 주택이고 30%는 상업용”이라며 “관급공사나 학교 등에서 수주하는 공사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시드니와 멜번 집값의 연간 두 자릿수 성장 등 부동산 붐이 지속되면서 집주인들이 주택 개축이나 그래니플랫(별채) 건축 의뢰를 많이 한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재연 사장은 “시드니는 단독주택 평균가격이 1백만 달러에 이르고 지역에 따라 임대주택 구하기도 매우 어렵다. 집주인들이 임대수익을 기대하며 그래니플랫 건축 의뢰가 늘어나 이에 사업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별채 공사는 건축허가를 받은 후 대개 3개월 내 마무리된다. 가격은 7만 - 13만 달러 수준이다. 이 정도를 투자해 그래니플랫으로 주 400달러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면 현재로선 다른 어떤 투자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영 사장은 “그래니플랫은 5-6년 정도 임대를 놓으면 건축 비용을 뽑을 수 있고 집을 팔 때도 부가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건축허가는 주어진 조건만 맞으면 쉽게 나오는 편”이라며 “일단 본채 땅 크기(대지)가 최소 450평방미터를 넘어야 하고 이웃과의 거리(setback) 등 다른 조건도 부합해야 한다. 그래니플랫의 최대 크기는 60평방미터”라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한호일보 사옥에서 열린 건설업종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인들 내부 공사 편중”
고부가가치 분야 진출 필요 

현재 호주의 건설업종 관련 사업체는 주거용, 비주거용, 토목 분야에 걸쳐 33만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건설업종은 약 60개 카테고리로 나눌 만큼 포괄적인 산업이지만 한인들이 종사하는 주된 분야가 몇몇 특정 분야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조진영 사장은 “한인 사업자들이 단순 하청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건설업계에서 나름대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주 종목 분야는 상당히 제한돼 있다”며 “타일, 미장, 카펜트리(목수일), 페인팅, 인테리어, 용접 등에 편중돼 있다. 벽돌공이나 블록, 철골, 콘크리트, 지붕, 건자재 등 많은 분야에서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그리스나 이탈리아, 레바논 등 다른 커뮤니티는 다양한 건설업종에 걸쳐 기술인력과 대기업들이 포진해 있다”고 강조했다. 

한인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진출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구명 사장은 “호주인들이 장악했던 건설 시장이 이제는 이민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중국계(특히 지프록 분야)와 베트남계 등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한인들이 인건비 면에서 점차 경쟁이 안 되는 분야를 탈피해 고부가가치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인 건설업 종사자 주력이 1세대에서 2세대로 전환되면서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김구명 사장은 “호주로 올 때 유치원생 나이였던 아들이 이제 장성해서 2-3년 전부터 비즈니스(영업)를 돕고 있다. 영어 소통에 문제가 없고 현지 정서도 잘 이해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 부부가 공사 견적을 내는 것보다 아들이 견적을 낼 때 결과가 더 좋은 경우가 있다. 관급공사나 상업용 공사도 척척 따온다. 1세대가 문화적, 언어적 장벽으로 못 이룬 것이 있지만 2세대가 주력이 되면 우리 한인 건설업계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낮은 신용도, 인력 공급 애로사항”

참석자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도 토로했다. 

김종국 로얄건축 사장은 “수리나 공사 견적을 받는 것은 당연히 공짜라는 생각 때문에 실제로 공사할 마음도 없는 상태에서 이곳 저곳 업자들을 불러내는 경우도 있다”며 “정말 진지하게 공사를 고려하고 있을 때, 사람을 불러 견적을 요청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업계 신용을 해치는 부도덕한 업자들의 행태도 꼬집었다. “덤핑으로 일을 수주했다가 제대로 마무리를 못해 업계 종사자 전체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갖게 하거나, 부도를 내고 아무런 피해 회복 노력도 없이 명의만 바꿔 또 다시 영업을 하는 행위(피닉스 컴패니)는 업계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진영 사장은 “하청업자들은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험이 다수 있을 것”이라며 “고소를 하고 싶어도 소송비용 때문에 받을 돈이 아주 크지 않다면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김구명 사장은 “집주인들이 너무 싼 것만 찾다가 무자격자를 써서 문제를 키우지 않도록 해야 하고, 정당하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풍토가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수급문제 역시 한인 건설업자들의 주요 애로사항 중 하나였다. 김종국 사장은 “워홀러(워킹홀리데이비자 소지자)가 많이 줄어들어 공사장 데모도(보조공) 일손이 귀해졌다. 기술자 인력도 갑자기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분야에 따라 숙달에 수개월에서 몇 년씩 걸리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조진영 사장은 “인건비가 만만치 않긴 하지만 집값이 크게 오르고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무조건 인건비가 높다고 탓할 수도 없다”며 “워홀러들이 더 많이 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호주가 기능공과 기술자가 대우받는 곳이라는 점을 적극 알리자”라고 제안했다.  

김종국 사장은 “요즘 공사장에서는 힘들게 일하지 않고 기계를 많이 쓴다”며 “목수가 못박는 기계를 쓰다 보니 막상 망치로는 못도 제대로 못 박는다는 우스개도 있다. 호주에서 건축일을 하려면 기계 사용법을 숙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 호주 진출 성공 사례 거의 없어”

호주주택산업협회의 2013/14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주거용(아파트), 토목 관련 100대 기업의 연간 수주금액이 380억 달러에 이른다. 렌드리스, 티에스, 레이턴 같은 대형 건설업체는 개별 수주금액이 수십억 달러이다. 아파트 분야에서는 브룩필드멀티플렉스, 파크뷰, 메리톤아파트 등 전문건설회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중견 건설사와 건자재 회사들이 호주에도 적극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조진영 사장은 “중국계나 동남아계 건설사들이 호주 아파트 건설시장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호주 부동산 시장은 등락이 심하지 않고 안정적인 것이 강점이다. 지난 세계금융위기(GFC) 때 미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와중에도 호주는 ‘나홀로’ 성장이 지속된 국가다. 한국 대형 건설사들이 호주에서 제대로 사업을 펼쳤다면 정말 큰 이익을 남겼을 것”이라면서 호주 시장에 대한 무관심을 지적했다. 

김종국 사장은 “과거 몇몇 대기업이 들어왔다가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패착은 전략 부족이었다고 본다. 투자 대상과 도시 선정에 실수가 있었고 한인보다 호주 회사만을 집착하는 측면이 있었다. 또 한국식으로 공사비를 후불로 지불하려 한 것도 호주에서 통하지 않는 점이다. 호주 건설시장은 결코 작지 않다. 한국 건설사의 호주 진출 성공 사례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건설 연관업 대표 협회가 효율적” 

한인 건설업종 사업자들의 단합과 로비 능력 향상을 위해 건설 관련 협회들의 구조조정이 제안됐다.  

조진영 사장은 “호주한인건설협회가 존재하지만 빌더들 위주 모임이라는 인식이 건설업종 관계자들 사이에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타일러와 전기기술자 등이 만든 협회들이 따로 있고 2014년에는 타일러 협회도 두 개로 쪼개졌다”며 “협회들이 이렇게 산재하면서 한인 건설업종 사업자들을 실질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를 대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건설업 연관업체를 아우르는 협회를 하나 두고 그 아래 빌더, 타일러, 페인터, 전기기술자 등을 대변할 수 있는 하부 조직 구성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며 “대표 회장 자리는 각 지부에서 능력 있고 자격 있는 사람 누구나 선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구명 사장은 “현 협회 구조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희생하는 마음으로 앞장서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국 사장은 “현존하는 협회들을 없애고 하나로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표 협회를 또 하나 만들어 그 아래 모이기보다 단계적인 통합 방안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쪽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협회의 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건설협회 대표자들의 포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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